아홉수는 사실 나쁜 뜻이 아니다!
새해가 밝았다. 사실 밝은 해를 보지도 못했다. 2021년 마지막 날 오후부터 앓아누웠기 때문이다. 근육통에 밤잠을 설쳤다. 다행히 감기 기운은 없고 장염인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엄마가 보내준 매실액만 마셨다. 나는 징크스 따위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하필이면 올해가 스물아홉이 되는 해라 '이게 바로 아홉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간 새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도 나지 않지만 올해처럼 보낸 건 또 처음이다. 연말 동안에는 회사 일도 바빴고, 글을 쓰는 일로도 바빴다. 몸이 괜찮아지고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출간 예정인 원고를 수정하는 일이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해야 할 것도 많고, 조사해야 할 것도 많아서 쉽지 않았지만, 연말과 새해를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로 보낼 수 있어 기뻤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는 일출을 보러 간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가장 첫날 첫 해를 보러 가는 기분은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부럽지는 않았다. 사실상 해야말로 그 해가 그 해이기 때문이다. 오늘 떴던 해가 내일도 뜨고 어제도 떴다. 내가 의미만 잘 갖다 붙이면 새해 첫 해만큼이나 좋은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원래는 새해 인사도 제법 돌렸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하지 않았다. 단체 메신저 방에 올라온 인사들에 비몽사몽 간에 엄지를 움직여 많은 인사 중 한 마디를 섞었을 따름이다. 아파서 못한 건 아니었는데, 아프느라(?) 시간을 허비해서 타이밍을 놓쳤다.
낭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마지막과 시작이었지만, 이만큼 멋진 꿈을 꾸는 때도 처음이다. 올해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회사 일도 작년처럼 잘하고 싶고, 출간하기로 한 책도 무사히 잘 마무리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또 다른 책도 내고 싶다.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 준 브런치에 올해보다 더 꾸준히 글을 쓸 것이고, 소설을 쓰는 법도 배우고 싶다. 블로그도 점차 성장하는 중이라 탄력 받은 김에 부지런히 해보려고 한다. 건강도 더 잘 챙길 거다. 사실 이번에 아팠던 것도 연말의 바쁨과 누적된 피로, 이틀 간의 과음, 과식이 겹쳐 장염이라는 시너지가 난 것이라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스물여덟, 나의 키워드는 '독립'이었다. 독립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과제이고, 스물아홉 때는 독립과 더불어 '진척'을 키워드로 삼았다. 아홉수가 19살, 29살, 39살에는 운이 안 좋다는, 단순히 나쁜 의미인 줄 알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홉수는 9가 10, 또는 또 다른 0으로 진입하기 전 마지막 관문이기 때문에 9가 들어간 때가 그만큼 중요한 때, 원하던 바에 한 발짜국 더 다가갈 수도 있는 때고 원하는 바를 코 앞에서 놓칠 수도 있는 때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마치 99도에서 1도가 부족하면 물이 끓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몸을 사릴 때라고 볼 수도 있고, 더 달려들어야 하는 때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른 전 마지막 관문인 스물아홉을 잘 가꿔서 서른 살이 될 때는 더 크고 단단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좌충우돌하며 잘 보내 봐야지. 진척의 뜻은 '일이 목적한 방향대로 진행되어 감'이라는 뜻이다. 한자로는 進陟, 나아갈 진, 오를 척을 쓴다. 마지막 디테일을 만들어서 멋진 서른으로 나아가고 올라가야지. 후회 없는 한 해를 위해 후회 없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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