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듯-
운동을 본격적으로 다시 한 지 3주가 되었다. 하다 말다 하는데,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하겠지 생각한다.
나는 유추를 좋아한다. 특히 운동을 할 때 그 고난을 삶의 고난에 빗대곤 한다. 정말 힘들 때는 '내가 이것도 못 버티면 이 거친 세상 어떻게 살아가겠어!'라고 생각한다. 무게를 들고 스쾃을 하면서, 끝이 오지 않는 플랭크를 하면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으려는 어깨를 부여잡고 레터럴 레이즈를 할 때 호흡을 흡 들이쉬었다가 후 내쉬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 때, 이것만 하면 세상을 정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 악물고 딱 하나를 더 한다. 운동을 가르쳐주는 영상 속 선생님들은 그 하나가 내 몸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해줬지만 나는 이 인내가 내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일어선다. 그러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운동을 할 때에는 선생님 말씀을 아주 잘 듣는데, 선생님의 말이 마법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최근에 빠진 빅씨스라는 홈트레이닝 유튜브 채널이 있다. 다양한 운동 루틴, 감성적인 음악과 누구나 감탄할만한 배경, 영상미로 인기를 끌고 있다. 빅씨스 언니는 성공한 40대 여성인데 워너비 그 자체다. 몸매도 멋지지만 목소리도 좋고, 차분하게 운동을 독려해주는 게 좋다. 남편분이 영상 편집을 하는데, 라이브를 보면 이 분처럼 생각하면 행복하게 살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긍정적이지 않다. 의지가 섞인 긍정적임이 있다.
어제는 운동을 하는 중에 이런 멘트가 나왔다. '스쾃 일어날 때에는 지구를 꾹 누른다고 생각하고 일어나세요!' 갑자기 진짜 지구를 누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지구를 누르면서 산다. 그런데 그 멘트는 마치 스쾃으로 이 땅을 정복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자꾸 뭔가를 압살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운동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꾸준함의 성과를 가장 빨리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주 만에 몸이 바뀐다. 그 어떤 것도 2주 만에 내가 바뀌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는 쉽지 않다. 운동을 하는 도중에, 운동을 마치고 거울을 보면 내 자신이 아주 멋져 보이는 마법이 펼쳐진다. 이건 매일 벌어지는 현상이다. '어? 배가 좀 들어간 거 같은데?' 하면서 사실은 아직 묵직한 배를 쓸어보고, '어? 궁디가 좀 빵빵해진 것 같은데?' 하면서 인간의 신체 구조상 원래부터 둥그런 중둔근을 통통 두드려보는 것이다.
운동을 할 때 느끼는 이런 과도한 자존감 상승이 좋다. 꼭 몸이 아니더라도 정신을 건강하게 해주고 있어서 좋다. 운동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 쿨타임이 오긴 하지만 내가 운동을 했던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여전히 뿌듯하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니 어쨌든 하루의 평균적인 자존감이 올라간 게 느껴진다. 오늘도 운동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