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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Sep 28. 2021

나는 식민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수동적으로 살기 싫으면서 수동적으로 살고 있었음


나는 식민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미션을 만들기 위해 문제의식부터 가져보자. 그동안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꽤 많은 주체들의 식민지가 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모님, 친척, 친구, 선생님, 회사, 동료 등의 말에 휘둘리며 줏대 없이 살아왔다. 그들의 말을 잘 수용하고, 그들이 말한 대로 실행하면서 '오냐, 착하다'라는 말을 듣는 것을 성취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그 성취는 내가 주도적으로 잘 살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줬다.

 따지고 보면 나는 무기력했다. 학생다운 학생,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살아왔던 것은 결국 나의 무기력에 의한 것이었다. 별 반항 없이, 그렇다고 진심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한 것도 아니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다. 학생이 귀밑 5cm로 머리를 잘라야 된다고 하면, '에엑? 5cm? 너무 짧은데?' 생각하다가, 이내 그런가 보다, 해버렸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싶은 친구들, 물결지게 하고 싶은 친구들, 검은색이 아닌 색을 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선생님한테 회초리로 맞는 것을 보고는 '쟤네는 왜 굳이 분쟁을 일으키는 걸까? 왜 굳이 본인 하나 때문에 이 교실을 긴장감 넘치게 할까?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매하고도 훌륭한 구성원이다.



난 또 내가

대통령이라도 될 줄 알았지


 또한 어릴 적 나는 어른들 말씀을 잘 들으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괜찮은 대학, 괜찮은 회사를 가고, 그러면 탄탄대로가 펼쳐질 줄 알았다. 과장 좀 보태서 대통령도 그냥 되는 줄 알았다.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나의 모습은 그들이 열을 내며 묘사해줬던 것과 달랐다. 매일 아침 거울 앞에는 그들의 설명만으로 그려보았던 멋지고 당당한 사람은 없고, 여전히 어리바리한 모습을 한 덜 큰 어른이 있었다. 남들 앞에서 멋들어지게 PT를 하고 인정받는 모습? 비난을 안 받으면 다행이다. 뷰가 좋은 곳에서 자취? 방 한 칸짜리의 월세를 내고 나면 크게 남는 것도 없다. 

 남의 말을 듣는 것은 피곤했다. 가끔은 어색했다. 어떤 사람은 아마추어의 신선함을 요구했고, 어떤 사람은 프로의 전문성을 요구했다. 어떤 이는 새로운 세대의 통통 튀는 모습을 원했고, 다른 어떤 이는 회사의 굳은 문화에 동화되길 원했다. 원래 하던 대로 이 사람 말도 들어야 하고, 저 사람 말도 들으려면 머리와 마음을 여간 써야 하는 게 아니었다. 뇌를 바깥에 꺼내놓고 사는 게 아닌 이상 나도 내 생각과 감정이 있기도 하니까. 해야 된대서 하는 것도 너무 많았다. 나는 또 바보같이 그것들 중 많은 것을 해내려고 노력해왔다. 개인적인 욕심도 있고 뒤처질까 불안해하는 젊은이는 세상이 들이미는 것들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그것들은 나에게 도움이 됐고, 앞으로도 될 거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에게 요구되는 모든 것들을 신경 쓰는 것이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회사는 나에게 넌 늘 잘난 사람이어야 한다고 하며 점점 더 높은 역량을 요구했고, 세상은 내 모습 그 자체로 살고 있는 나의 세대를 보며 혀를 차 댔다. 고마운 줄 알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묵묵히 듣고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모습들이 슬슬 찝찝해지기 시작했다. 


'나 혹시 미련한 걸까? 바보인가?'



나는 바보다


 바보란 걸 인지했으면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내 꿈이 화초였다면 상관없었겠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내 꿈이 아니다. 나는 온실 속 화초가 아니라 황무지의 강인한 들꽃으로, 언덕의 건강한 나무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적극적이어야 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적극적임과 동시에, 나를 둘러싼 것들이 그들의 의지로 나를 꺾을 수 없을 정도로 강인해야 한다.


근데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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