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미션은 뭘까?
어째저째 취업을 했다. 새로운 온실을 찾아 입주한 것이었다. 취업을 한 것이 기뻤지만 기쁘지 않았다. 통제된 삶이 두려웠다. 대학생 때 맛본 자유의 맛이 짜릿했기 때문일까? 꿈꿨던 내 모습과는 다르게 살고 있기 때문일까? 꽤 많은 시간이 번뇌로 가득 찼다. 책상에 앉아서 기계적인 일을 했다. 그런 일들은 별로 머리를 쓸 일이 아니었다. 손은 일을 하고 뇌는 다른 생각을 했다. '계속 이렇게 ctrl+s를 누르며 살 것인가', '그간 단순하게 잘 살았으면서 왜 이제야 이런 생각이 드는 건가'.
회사가 문제는 아니었다. 회사는 회사일뿐이다. 회사 일은 다 똑같다. 회사 일에서도 가치가 느껴지고 재미가 있을 때도 있었다. 사람들도 좋았다. 지나고 보니 똥이었던 사람도 있긴 하지만 미친 또라이까지는 아직 못 봤다. 결국 회사에 다니는 직원 7487261에 불과한 내 마음이 문제였다. 1-2년 차, 그러니까 코로나 이전까지는 회식이 잦았다. 매일 반복되는 엑셀 작업을 하고 저녁에는 술을 마시러 갔다. 일주일에 3-4번을 하루에 소주 2병 정도를 마셨다. 밤 12시도 넘은 시간에 술에 취해 어두컴컴한 집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면서, 나는 종종 울었다. 불을 켜지 않은 채로, 비틀거리면서 다음 날 멀쩡한 듯 출근하기 위해 잘 준비를 하면서, 렌즈도 빼고 화장도 지우고 치실도 하고, 누군가가 보기에는 미친 게 분명하다고 생각할 모습으로 울다가 그런 내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웃다가 잠들었다.
처음으로 인생이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시의 근무행태가 큰 영향을 미쳤지만,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되면서도 이렇게 사는 것이 재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하다가도 와,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재미없게 수년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욕을 종종 했지만 회사 탓은 아니다. 회사는 원래 그런 모습이다. 내 사고방식이 문제였다.
이런 고민을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토로했다.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조언을 해줬다. '다 잘될 거야. 너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말은 잠깐의 위로를 주었지만, 그 말은 몸에 안 맞는 약을 먹은 것처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받아들이기 싫었다. 내가 싫은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가끔은 지금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냐며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는 듯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딱히 회사를 관두고 싶다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모습이라도 좋으니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거였다. 그러면 어쩌라는 거냐 물어본다면 또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물론 그들의 말처럼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도 종종 들었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의 맛도 나름 괜찮았다. 그러다가도 가끔 내가 미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왔다 갔다 했다. 재미없는 날이 반복됐다. 까딱하면 이렇게 '노잼 노잼!' 하며 1만 일을 살다가 은퇴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지금의 이 무거운 태만을 밀어내지 않으면 앞으로도 나는 늘 똑같이 꺾이겠구나. 스스로를 밉게 대하겠구나. 그동안 내가 성취라고 믿었던 것은, 자칫 잘못하면 내가 원했던 대로 쓰이지 못하고 연기처럼 흩어지겠구나. 재미를 찾자. 나만의 미션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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