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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Sep 23. 2021

인생 최대의 노잼 시기 극복을 위한 발버둥

내 인생의 미션은 뭘까?

 어째저째 취업을 했다. 새로운 온실을 찾아 입주한 것이었다. 취업을  것이 기뻤지만 기쁘지 않았다. 통제된 삶이 두려웠다. 대학생  맛본 자유의 맛이 짜릿했기 때문일까? 꿈꿨던  모습과는 다르게 살고 있기 때문일까?  많은 시간이 번뇌로 가득 찼다. 책상에 앉아서 기계적인 일을 했다. 그런 일들은 별로 머리를  일이 아니었다. 손은 일을 하고 뇌는 다른 생각을 했다. '계속 이렇게 ctrl+s 누르며  것인가', '그간 단순하게  살았으면서  이제야 이런 생각이 드는 건가'.

 회사가 문제는 아니었다. 회사는 회사일뿐이다. 회사 일은 다 똑같다. 회사 일에서도 가치가 느껴지고 재미가 있을 때도 있었다. 사람들도 좋았다. 지나고 보니 똥이었던 사람도 있긴 하지만 미친 또라이까지는 아직 못 봤다. 결국 회사에 다니는 직원 7487261에 불과한 내 마음이 문제였다. 1-2년 차, 그러니까 코로나 이전까지는 회식이 잦았다. 매일 반복되는 엑셀 작업을 하고 저녁에는 술을 마시러 갔다. 일주일에 3-4번을 하루에 소주 2병 정도를 마셨다. 밤 12시도 넘은 시간에 술에 취해 어두컴컴한 집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면서, 나는 종종 울었다. 불을 켜지 않은 채로, 비틀거리면서 다음 날 멀쩡한 듯 출근하기 위해 잘 준비를 하면서, 렌즈도 빼고 화장도 지우고 치실도 하고, 누군가가 보기에는 미친 게 분명하다고 생각할 모습으로 울다가 그런 내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웃다가 잠들었다.


 처음으로 인생이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시의 근무행태가 큰 영향을 미쳤지만,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되면서도 이렇게 사는 것이 재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하다가도 와,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재미없게 수년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욕을 종종 했지만 회사 탓은 아니다. 회사는 원래 그런 모습이다. 내 사고방식이 문제였다.


 이런 고민을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토로했다.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조언을 해줬다. '다 잘될 거야. 너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말은 잠깐의 위로를 주었지만, 그 말은 몸에 안 맞는 약을 먹은 것처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받아들이기 싫었다. 내가 싫은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가끔은 지금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냐며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는 듯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딱히 회사를 관두고 싶다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모습이라도 좋으니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거였다. 그러면 어쩌라는 거냐 물어본다면 또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물론 그들의 말처럼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도 종종 들었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의 맛도 나름 괜찮았다. 그러다가도 가끔 내가 미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왔다 갔다 했다. 재미없는 날이 반복됐다. 까딱하면 이렇게 '노잼 노잼!' 하며 1만 일을 살다가 은퇴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지금의 이 무거운 태만을 밀어내지 않으면 앞으로도 나는 늘 똑같이 꺾이겠구나. 스스로를 밉게 대하겠구나. 그동안 내가 성취라고 믿었던 것은, 자칫 잘못하면 내가 원했던 대로 쓰이지 못하고 연기처럼 흩어지겠구나. 재미를 찾자. 나만의 미션을 만들자!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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