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행운마냥 기다리는 내 모습이 싫었다
갓생이라는 단어가 있다고 한다. 부지런한 삶을 뜻한다. 유행어에 둔감한 나는 이 단어도 얼마 전에 알았다. 그와 동시에 내가 올해부터 계획한 게 갓생을 사는 것이라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갓생을 살아보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내 하루하루도 나쁘지 않지'라고 생각하면서 반은 즐겁고 반은 불안한 생활을 수 년 동안(어쩌면 영원히) 할지, 그냥 후회 없이 한 번 제대로 살아보자 생각하면서 번아웃이 오든가 말든가 난 모르겠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해볼지, 이 갈림길에서 후자를 한 번 선택해봤다. 적당히 재밌고 적당히 노잼이거나, 와악! 재밌다가 와악! 번아웃이거나. 이러나저러나 불안한 감정의 총량은 똑같다고 생각했다. 둘 중에 따지자면 새로운 길이라 끌렸을지도 모른다. 뭔가 달라지겠거니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기도 했다. 어차피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은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힘을 놓아버린다면 언제든지 흘러가는 대로 살 수 있다.
한동안은 부지런하게, 열심히 사는 게, 뭐랄까, 미련하다! 그래, 미련하다는 느낌을 줬다.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흘러가지 않는데 뭘 그렇게 힘들여서 사냐고, 평범하기가 더 어려운 우리네 인생, 흘러가는 대로 살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가 내가 내 인생 자체에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는 느낌, 무엇보다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느낌이 든 나로서는 그런 조언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성향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흘러가는 대로 살아서 잘 된 적이 없었다. 내가 가진 결핍에 분노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불도저같이 행동했을 때 비로소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었다. 한 2년 간 '살다보면 어떻게 되겠지, 돈도 모으고 집도 사겠지'라는 생각으로 살아봤는데, 체질에 맞지도 않았고, 내가 원하는 만큼 되지도 않았다. 사람은 생각한 대로 살아간다는 어느 작가의 말을 들은 순간 머리가 띵했다. 나 역시 어렴풋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면서도 무책임하게 내 일상을 방만하게 꾸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짜증이 났다.
지난 3년 간 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예 없었냐고, 진짜 없었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그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했고,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글을 쓰면서 행복했다. 무언가를 성취해서 행복을 느낄 때도 있었다. 인생이 원래 그런 거라고 했다. 불행 중 이따금씩 행복이 있는 거라고. 다른 불행 덕분에 행복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거라고. 그 말도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행복을 행운마냥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을 인지했을 때 그 태도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열심히 하고 싶은 것들을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책도 열심히 읽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내가 배운 것, 가진 것들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도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회사일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 역시 나에게 주어진 의무이며 약속이기 때문이다.
딱 1년만 즐겁게, 역동적으로 살아봐야지. 갓생을 살아보지 않은 것을 후회할 수는 있지만 갓생을 살아본 것을 후회할 일은 없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