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잘 사는 진리 Feb 28. 2022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나요

블로그로 이웃들과 소통을 하면서 느낀 점

나는 한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왜 나는 열심히 살지 않고 있지? 그냥 내 기분이 그런 상태였다. 별것 하지 않는데 일상에 허덕이면서 열심히 사는 남을 보면서 자책하는 상태.


블로그에 열심히 산 기록을 적고 이웃들과 소통을 하다 보면 댓글에 반응이 몇 가지로 나뉜다. 네 가지 정도인데, 좋은 자극을 줘서 고맙다는 내용, 내 일상을 보고 느낀 점(웃긴다, 나도 해봤다 등), 광고성이나 나도 너에게 왔으니 너도 나에게 답방해달라는 내용, 그리고 반성하고 간다는 내용이 있다. 나의 의도는 내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더러는 대단하다고 하면서 스스로의 게으름을 반성한다는 댓글을 보면 아주 조금 고민이 된다. 실제로 어떨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그렇다고 하면 그 이웃이 스스로가 열심히 사는 것을 바라지 않거나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내 글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를 바랐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고 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열심히 산다. 특히 요즘은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주어진 것만으로도 벅찬 이들도 있고, 해야 할 것들을 해내다 보면 하루가 모자라고 체력도 모자라서 결국 번아웃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다. 나와 매일같이 소통을 하는 이웃들도 참으로 부지런한 이들이다.


둘째, 사람들은 나를 제대로 모르며(알 필요도 없고), 때때로 남의 성실함에 대해 과대평가를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매우 게으르다. 나도 유튜브를 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늦잠도 잔다. 근데 기록을 남길 때는 그런 건 사진을 찍을 생각을 안 해서 열심로그에 곁들이지 않을 뿐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게으르다고 했다. 나도 언제 번아웃이 와서 안 열심히 사는 진리가 될지 모른다. 내가 원하는 게 탱자탱자 노는 것이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탱자탱자 놀 것이다. 3개월 정도는 열심히 살고 한 2주 정도는 쉴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쉴까 생각하고 있다.


셋째,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지 않는 스스로를 자각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지를 알기 때문이다. 남이 원해서 나에게 주어진 일에 치여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싫은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은 끼워 넣는 게 별 일 아닌 30분짜리 운동 하나 해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 내 생각을 정리하는 일기 한 자 적기가 귀찮은 상태를 겪어봤기 때문이다. 또한 열심히 사는 종목에도 유행이 있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면 굳이 따를 필요가 없다. 원하지 않는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해야겠다는 의무감에 시달리면서 하게 되면 우연히 기회를 발견하고 기쁨을 얻기 보다는 시간과 체력이 소모되기만 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반성하고 간다는 말이 그저 소통을 위한 고마운 노력의 흔적일지도 모르지만, 혹여나 내 글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가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음을 자각하거나, 열심히 산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게으르다는 것을 알려주거나, 내가 원하는 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지는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하고 싶다. 결국에는 내 의도가 좋은 자극이 되었으면, 진통제가 아니라 꾸준히 복용하는 비타민 같은 것이 되었으면 한다. 종합비타민은 아니고 레모나 같은 비타민? 안 먹어도 그만이고 먹을 땐 맛으로 먹지만 뭐, 나쁠 건 없는 비타민!

매거진의 이전글 더운 마음으로 오랜 시간 힘을 쓰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