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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r 02. 2022

더운 마음으로 오랜 시간 힘을 쓰는 것

그간 많은 stress 견뎌내며 비로소 대리암이 되었다네

마음에 드는 노래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2년 동안 주구장창 듣는다. 노래에 꽂히는 이유는 가지각색인데, 들을 때마다 그 창의성과 색다름에 전율이 일어났던 노래가 있었다. 슈퍼밴드 시즌 1에 등장한 어느 과학선생님이 작곡 작사했다는 '대리암'이라는 노래다.


그간 많은 stress 견뎌내며 비로소 대리암이 되었다네

모든 게 완벽했던 그 어느 날 난 너를 만나게 된 거야

나는 대리암 염산과 반응하면 이산화탄소를 내며 녹는 대리암


사실 이 노래의 초점은 염산과 반응했을 때 이산화탄소를 내며 녹는다는 것에 있겠지만, 내가 맞추고자 하는 핀트는 맨 첫 소절에 있다. 그간 많은 stress를 견뎌내며 비로소 대리암이 되었다는 것. 내 과학 성적은 전과목 중 가장 형편없는 수준이었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대리암은 열과 압력이 함께 작용하여 만들어진 변성암의 일종이고 그래서 화산작용을 거쳐 열로 만들어진 암석(화성암), 퇴적을 거쳐 압력으로 만들어진 암석(퇴적암)에 비해 단단하다고 했다. (검색을 해보니 얼추 맞는 것 같다)


열심은 熱心 더울 열, 마음 심. 즉, 더운 마음이다.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더운 마음을 갖고 힘을 쓰는 것이다. 그 열과 힘으로 만들어진 인생은 의도치 않게 만들어진 것보다, 흘러든 것들이 그저 쌓이기만 해서 만들어진 것보다 훨씬 단단하다. 한 사람이, 그 사람의 인생이 단단해질 필요가 있을까 물어본다면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성질이 변할 필요가 있을까 물어본다면 그것도 글쎄. 다만 나는 단단해지길 원하고 있고, 인생은 언제나 물리적 변화 뿐만 아니라 화학적 변화도 수반되어야 무언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운 마음으로 힘을 써야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내 생각을 쓰고, 새로운 것들에 시간을 쓰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굳이 하려 하는 것도 결국에는 열과 힘이 있어야 내가 단단해짐을 알기 때문이다.


거기에 하나 더 필요한 게 있다면, 오랜 시간이다. 그간 많은 stress를 '견뎌내며' 비로소 대리암이 되었다는 것은 대리암이 되기까지 시간이 들었다는 뜻이다. 시간이 들지 않고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시간이 드는 걸 참 싫어했는데, 시간이 들이지 않고서는 해낼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차피 시간은 가고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시간을 다 보내고서야 깨달았다. 아직 무언가를 제대로 해본 것이나 성공해낸 것이 없긴 해도, 지금 하는 것이 조금 지루하더라도 초연하게 그 시간을 견뎌내면 견고한 내가 되어 있으리라고 믿고 해봐야지.


그나저나 그렇게 단단하다는 대리암이 이산화탄소를 내며 녹을 정도면 염산은 얼마나 센 거야? 역시 사랑이 다 이기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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