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필요할 때
매일 습관적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새삼 대단해보인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땀 흘리는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일을 하고 이 모든 것을 알차게 녹여내는데, 그걸 거의 1년 365일 반복하다니? 내가 아는 한 주변에 그 정도로 열심히 사는 사람이 없어서 딱히 물어볼 곳은 없고, 책이나 유튜브에 나오는 사람들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거의 매일 그렇게 사는 것 같다. 두 달 정도 열심히 살아보니 이거이거 내가 효율적으로 열심히 사는 법을 몰라서 그런 건지 꽤 피곤해졌다. 몇 주 동안 5시간 이상 잔 적이 거의 없었다. 열심히 살려다 보니 이것저것 계획을 많이 잡아두고, 그래도 최대한 하는 데까지 하고 자려다 보니 자는 시간이 늦어져서 어떤 때는 3시간만 자고 회사에 갈 때도 있었다. 회사에 가서는 정신을 곤두세우고 일하니까 집에 오면 완전 녹초가 되는데? 그렇다고 할 일을 안 할 수는 없으니 또 4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 이리 살면 번아웃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3개월만 딱 열심히 살고 2주는 쉬려고 했는데, 이것 참 벌써부터 힘들다니.
열심히 사는 가운데 하루 정도는 열심히 안 사는 것은 열심히 사는 데에 도움이 된다. 늦잠 자기랄지, 멍 때리기, 맥주 한 캔 하기 그런 것들이다. 내가 '열심히' 살았다고 평가하거나 '열심히 사는 사람의 행동'이라고 평가할 때에는 그 자체로 생산성이 있느냐, 사회통념상 열심히 산다고 할 만한 행동인가이다. 전자의 경우 실제로 글이나 그림, 사진을 생산하는 게 될 수 있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하게 할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 후자의 경우 일찍 일어나서 몸을 움직인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하는 것이다. 안 열심히 사는 것은 그 자체로 열심히 산다, 열심히 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안 열심히 사는 것은 열심히 사는 것을 진작시켜주고 스스로에게 휴식을 줌으로써 다시 열심히 살 동력을 주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일상을 벗어난 여행도 좋고,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좋다.
그 이야기를 하자면, 예전에는 여행이 좋았지만 요즘은 그냥 집에서 할 수 있는 휴식이 좋다. 여행은 에너지를 대방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고 피곤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여독이라는 말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집에서 밍기적거리는 게 좋다. 늦잠 자기, 멍 때리기 같은 것 말이다. 책을 읽는 것도 요즘은 쉬는 것 중에 하나다. 내가 알아야 해서, 생존하기 위해서 읽는 책 말고 그냥 읽고 싶어서 집어 든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것을 읽다 보면 잠시 잊은 줄 알았던 여유가 느껴진다.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3개월 열심히 살고 2주는 쉬어, 그래도 한 달에 하루는 쉬어, 1년 후에는 확실히 뭔가가 보일 걸? 그래도 3년은 해야지 하는 것들 말이다. 거기에는 정해진 답이 없고, 사람마다 경우가 달라서 열심히 사는 게 도전이 되기도 하고 흥미로운 것이기도 하지만. 주말에는 등산이나 갔다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