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확실한 날은 오늘이다
오늘 하기 싫어서 고민하다가 결국 내일 해야지 했던 것들은 내일 한 적이 별로 없다. 특히 시작을 내일로 미루면 그 내일의 내일이 다시 생기곤 한다. 쉬운 예로 운동 같은 게 그렇다. 이제 운동해야지, 하고 생각하고서 오늘도 침대에 누워있다가 시작을 내일로 미룬다. 그러면 내일이 되어도 침대에 누워있기 십상이다. 그러면 이제 달력을 보며 장난질을 시작한다. 요일이나 날짜의 애매함을 지적하면서 말이다.
'오늘 수요일이니까..! 딱 이번 주말까지만 먹고! 담주부터 한다!'
'오늘 28일이니까, 딱 이번 달까지만 먹고! 1일부터 한다!'
말미가 생길 때마다 문제도 세 가지가 생긴다. 첫째, 안 해도 되는 이유를 자꾸 상기하게 된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만도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렇다. 실제로 지금도 충분할 수 있고, 내가 아니라면 누구도 나의 고민에 관심도 없고 그것을 해결해주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목표를 왜 세웠는지, 마음을 왜 먹었는지를 떠올려보면 분명히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의 질량이 더 커진다.
둘째, 몸의 관성이 원래 상태로 하루 더 굳어진다. 하루 차이가 뭐 얼마나 의미 있겠느냐마는,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는 걸 생각하면 '하루'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세워 움직이는 것보다 움직이던 몸을 계속 움직이는 게 쉽듯, 누워 있는 시간은 무한정 늘릴 수 있듯,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은 하기가 더 어렵다.
셋째, 오늘이 가장 확실한 날이다. 내 머리는 생각보다 비상하고 잔머리가 발달해 있어서 달력 갖고 장난질을 하다 보면 기가 막히게 그럴듯해 보이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달력의 칸은 참으로 넉넉해서, 내 계획을 어떤 날짜의 칸에 집어넣어도 문제 될 것도 없고, 말려줄 이도 없다. 가장 확실한 날은 오늘이다. 오늘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마음먹은 것은 웬만하면 오늘 하고, 아니면 내일은 꼭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2주째 미뤘던 책 읽기를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