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실패를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을 싫어했다.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거지, 뭐. 대학생 때까지는 나름대로 그렇게 잘 살았다. 딱히 책의 도움이 없이도 살 수 있었다. 회사원이 되고서는 당최 길이 보이지 않았다. 답답해서 자기 계발에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투자, 사업 등 특정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의 수기를 읽었다. 책을 읽다 보니, '남의 실패를 통해서 내가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사람이 한 대로 따라 해 보면 나는 실패 없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실패할 확률을 줄여주는 정도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게 두렵기도 하고, 실패할까 봐 걱정되었으니까, 실패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책을 읽을수록, 영상을 볼수록, 내가 무언가를 해나갈수록 문득 의문이 드는 건,
'왜 그 많은 성공한 사람들은 죄다 실패를 겪은 걸까?'
하는 것이었다.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실패를 실패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다. 그렇게 성공을 향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겠다. 하지만 내가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던 것은, 이미 같은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실패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채널이 많고, 그를 통해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꼭, 굳이, 직접, 실패를 해야 하나 하는 것이었다.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 주관과 확신이 뚜렷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실패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에는 성공한 것이다.
둘째, 같은 분야라도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달랐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쳐내면서 성공했다.
셋째, 실패 그 자체가 성공의 이유이며,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그 자체가 성공을 이끄는 힘이기 때문에 남의 실패담을 열심히 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그리고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남의 실패는 나의 실패가 아니기 때문에 어찌 됐든 나는 실패를 겪어내야 한다.
물론 여전히, 내가 알지 못했던 분야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사실은 유효하다. 그러나 다른 이의 실패가 나에게 주는 것은 실패하지 말자는 교훈이 아니다. 실패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는 마음, 실패해도 된다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이다. 사실은 내가 살아온 길을 이야기로 만들어주는 것도 실패의 몫이라는 것을 흥미롭게, 초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남의 실패는 내 실패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실패해보는 걸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