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멀리 돌아간다
탑건 OST에 꽂혔다. 나의 최애 노래 중 하나인 Counting Stars를 노래한 밴드 One Republic의 I Ain't Worried다. 이런 가사가 나온다.
Time is running out, so spend it like it's gold.
시간에 관한 명언이 많다. 막상 떠올리려니 I Ain't Worried의 가사처럼 시간이 금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긴 하는데, 어쨌든. 금은 희소하고 그래서 더 소중하니까, 시간을 소중하게 아껴 쓰라는 뜻이다.
지난 시간을 진단해보건대, 그동안의 나는 시간을 너무 아껴서 문제였다.
시간을 아껴 쓰면서 살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튜브나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어서 쓸모 있었던 것임) 대부분의 시간을 꽉꽉 채워 열심히 살았다. 그러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눈앞에 주어진 걸 열심히 하느라 내가 원하는 것에 시간을 쓰지 못했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도전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시간을 할당하지 못하고 애먼 곳에 시간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때로 시간을 쓰지 않으려 했다. 쏟은 시간이 헛되게 될까 봐 걱정하면서, 실패의 가능성을 촘촘히 메웠다. 불안감을 조각하느라 시간을 쓰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불균형은 더 심해졌다. 내가 원하고 있던 것에 들인 시간은 0에 수렴했다. 내가 원치 않은 곳에서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더 들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원래 시간을 쓰는 곳에 사건과 기회가 생기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없다는 소리만 해댔다. 출근했다가 일하고 오면 저녁 먹고 땡인데 다른 거 해볼 시간이 어딨어? 주중에 회사 가려면 주말에 쉬어야지 다른 거 해볼 시간이 어딨어? 나 이거 저거 다 해야 하는데 시간이 어딨어? 그리고 속절없이 가는 시간을 원망했다.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
아껴 쓴다는 게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건 최근에 깨달은 진리다. 시간을 아끼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내가 원하는 곳에 시간을 아낌없이 쓰는 것에서 비롯된다. 1만 시간의 법칙처럼, 시간을 들이고 또 들여서 내가 원하는 것을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시간을 진짜 아껴 쓰는 것이다.
존재만으로 의미가 있는 건 나 자신밖에 없다. 돈과 시간은 쓰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끼다간 똥 된다. 내가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 것도 결국엔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해놓고, 그 이후에는 맘 편히, 즉 돈 걱정 없이 여행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놀고 싶은 곳에 가서 놀고, 먹고 싶은 것 걱정 없이 먹고 그렇게 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돈을 쓰려고 버는 셈이다. 시간도 그렇다. 시간을 써야지 자유를 얻고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시간과 돈의 차이점은 돈은 벌면 되지만 시간은 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돈은 분모를 키울 수 있지만 시간은 분모를 키울 수가 없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어차피 흘러가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써야 할 곳에 써야 하는 게 시간이라는 자원이다.
내가 늘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던 것에 시간을 꾸준히 써보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 나의 시간들을 기록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런 것들에 시간을 써야 한다. 거기에 대해서 만큼은 시간을 아끼지 않을 것, 내 시간에 대한 통제권은 오롯이 나에게 있어야 하며, 실제로 나에게 있음을 알 것, 안주하려는 관성을 이겨내고 시간을 가치롭게 쓸 것.
아끼지 말자. 쏟아붓자. 때려 붓자. 그게 내가 요즘 시간을 대하려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