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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Nov 16. 2022

부장님들이랑 어떻게 그렇게 잘 지내냐고 물어본다면

부장님이 좋은 분이셔서 그렇다고 전해주시오~

*주의: 회사마다 직급과 직급에 따른 거리감(?)이 다를 수 있으므로 본 글에서의 부장님은 회사에서 15년 이상 차이나는 선배를 지칭한다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부장님들이나 회사 선배들이랑 친하게 지내야 하냐고 물어본다면, '아니요, 안 그래도 됩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경험상 어느 조직에 있든 사람들이랑 사이가 좋은 게 내가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회사에 있는 사람들과 최대한 잘 지내고 싶을 뿐이다. 회사에 다니기로 한 이상 나는 회사라는 사회의 구성원이고, 잘 지내서 나쁠 게 뭐가 있을까. 내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어쨌든 누가 되었든 친하게 지내 두면 일할 때 뭐라도 도움이 되는데.


몇몇 사람들이 나에게 부장님들이랑 어떻게 그렇게 잘 지내냐고 물어본다. 그냥 단순히 신기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 거 같고, 본인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물어보는 사람도 있는 거 같다. 이 글은 후자의 사람을 위한 것이다. 내 답은 단순하다.

“부장님이 좋은 분이시면 가능해요!“


이 대전제가 성립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내 마음에 달린 것인데, 나는 부장님이 ‘부장님’이라고 해서 ‘부장님=꼰대=말 섞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공식을 들이대지는 않는다. 내가 준비하는 것은 그 마음뿐이다. 사실 아무 마음도 준비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다. 부장님들은 젊은 사람을 아니꼽게 보려고 단단히 준비한 분들이 아니다. 그냥 한 명의 사람(?)이랄까? 사람을 대할 때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부장님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랑 코드가 맞는 분들도 있는 거고 안 맞는 분들도 있는 거다. 부장님이 좋은 분이시면 부장님이랑 친해질 수 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래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좋은 사람이 아닌 사람, 코드가 안 맞는 사람과 친해질 수 없는 것처럼 어른들도 똑같다. 그저 ‘부장님이기 때문에‘ 안 맞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대한다면 부장님과 친해질 수 없다.


어른들이 젊은 사람들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요즘 애들은 이렇다며?' 하면서 제대로 겪어보기도 전에 날을 세운다든지, 어쩌다가 마주한 하나의 특성만 보고 '역시 MZ세대라서~'라는 식으로 평가를 해버리면 후배를 보는 눈에 한 꺼풀 막이 쓰여버린다. 좋은 점, 배울 점이 많은 서로를 일단 별로인 사람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다. 물론, 거듭 말하지만, 선배건 후배건 친해지고 싶지 않으면 굳이 이 글을 볼 필요가 없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번 배려받았으면 나도 돌려드려야 한다. 부장님이 밥 한 끼 사주셨으면 커피는 후배가 낼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어떤 부장님은 내가 젊기 때문에 무조건 양식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고 피자랑 파스타를 먹으러 가자고 하시기도 한다. 그럴 때 부장님이 좋아하시는 국밥 한 그릇 싹 같이 먹으러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사실 그렇게 부산에서 돼지국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이제 돼지국밥은 좀 물린다).


파트너사의 상무님이 이야기하시기를, 선배들은 살짝 개기는 후배들을 좋아하는데, 나는 그걸 잘한다고 했다. 이게 칭찬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개긴다기보다는 솔직한 내 마음을 잘 전달하는 쪽에 가깝다. 누구든지 솔직하게 대해야 한다. 특히 자주 만나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솔직하게 대했을 때 뭐라고 하시는 분한테는 솔직하지 않게 대하면 된다. 그때는 그분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게 낫다. 선을 그으면 된다.


부장님과 어떻게 사이가 좋냐는 질문 뒤에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냐는 질문도 따라온다. 별 얘기 안 한다. 그냥 사는 얘기? 부장님 젊을 때 이야기, 나 어릴 때 이야기, 부장님 자녀들 이야기, 주식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회사 흉도 좀 보고, 그렇게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거다. 라떼 이야기 좀 하실 수도 있겠거니 한다. 어차피 나도 나이 들면 추억으로 살 것이 뻔한데.


좋은 부장님들이랑 이야기할 때조차 모든 게 다 쿵짝이 맞을 수는 없다. 이따금씩 부장님들이 빨리 결혼하라고, 아기도 낳으라고 잔소리하실 때도 있고, ‘부장님은 역시 옛날 분이시긴 하군’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냥 딱 그 정도의 감상이다. 전반적으로 좋은 분이면 된다. 좋은 말만 듣고, 애매한 말은 그러려니 하고 흘려버리면 된다.


나는 부장님들이 이따금씩 안쓰럽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부장님들은 젊은 사람들이 본인들과 말을 섞는 걸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신다. 그래서 말씀을 하실 때 가끔 ‘이런 말 하면 꼰대일 수도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나하고 대화하면 재미없지~' 하고 운을 띄우시곤 한다. 막상 내용을 들어 보면 별것도 아닌데. 실제로 꼰대이신 분도 계시지만, 후배들을 신경 쓰고, 배려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어떤 관계나 마찬가지이지만 서로 신경 써주고 배려한다면 그 관계는 좋게 개진될 수밖에 없다.


좋은 부장님들은 후배들에게 ‘너는 이러이러한 생각을 가져야 해’ 하는 마음을 강요하지 않으시고, 나 역시 부장님이 요즘 사람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시길 요구하지 않는다. 세대 차이로 인한 사고방식의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태도가 준비되어 있다면, 대화가 어렵지 않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좋은 선배보다 나쁜 선배를 묘사하는 경우가 더 많은 거 같고, 또 나쁜 게 더 잘 보이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근데 내가 느끼기에는 진심으로, 좋은 어른들이 많이 계셔서, 아까워서 한 번 적어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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