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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Nov 18. 2022

기회를 주고 나서 미워해도 돼요

한 번만 줘보세요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중간지대, 중립 구역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나에게 좋은 사람, 또는 해를 끼치거나 악한 사람을 제외하고 아직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사람 말이다.


회사에 들어오면서 사람들의 회사 속 인간관계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던 말이 꼰대, MZ세대, 이 두 가지다. 부장님이라고 해서 다 꼰대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젊은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회사 내 MZ세대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그 부정적이고 제멋대로인 성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 두 가지 단어는 '편견'을 만든다. 편견이 나쁘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잘 모르겠다. 편견은 인간이 불확실한 상황,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보호장치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그냥 나쁜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이 과연 나 자신에게 좋은 일일까?


'기회'라는 단어를 썼다. 타인에게 기회를 준다는 건 어쩌면 거만해 보이는 발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에 지나치게 인색하다. 그리고 그것은 곧 우리에게도 기회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사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거래처 사장님으로부터 내가 따땃한 온실 속에 있을 동안에는 듣지 못했던 말들을 연거푸 들었던 적이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지?’ 하는 생각에 힘들었다. 당시 팀장님께서 “담당 영업사원한테 이야기해서 사과하시라 할게”라고 말씀하셨다. 괜찮다고, 싫다고 했다. 그분에게 내 감정을 납득시킬 수 있을 거라는 그 어떤 믿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분이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나쁜 꼰대들처럼 말이 안 통할 분이라고 결론을 내려버리고, 더 이상 열린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후 사장님이 사과를 해오셨다.

“내 니한테 진짜 미안하다”

정확히 이 대사였다. 우리 회사의 다른 사람들도 많은 자리였다. 그날 저녁 자리에서도 그저 스스로의 마음만 다독이고 있던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사장님은 우리 회사분들과 맛있는 걸 드시러 갈 때마다 나를 불러다가 같이 사주시고, 누가 봐도 더 신경 써서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때 ‘번쩍!’ 하고 느낀 것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이분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했구나. 사과할 줄 아는 어른을 몰라 뵙고 그저 미워할 뻔했구나.‘

사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나는 사장님이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어른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모르겠다. 시대가 바뀌면서 함께 바뀐 가치관과 생각들이 있다 보니 과거에는 상식이었던 것들이 더 이상은 상식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실수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 아득바득 내가 옳기만 하다고 우기는 어른들도 많겠지. 편견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나름 빅데이터? 운이 좋았다.


다만 이 아름다운 결말이 나오기 위해서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대전제가 성립해야 함을 부정할 수 없다. 팀장님께서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셨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편견이 가득한 채로 좋은 어른을 알아볼 기회를 놓치고, 한 어른을 나쁜 사람으로만 치부할 뻔했다.


기회를 줘야 한다. 아랫 세대가 윗 세대에게, 윗 세대가 아랫 세대에게, 세상이 서로 미워하라고 작정하고 프레임을 씌워놓은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고, 나의 가까이에 존재하는 사람을 좋게 볼 기회를 스스로에게도 선물해야 한다.


미워해봐야 무엇이 좋을까. 만약 미워하고 싶다면 기회를 한 번이라도 주고, 그 기회를 뻥 차 버린 사람을 확실하게 미워하자. 아직 몰라서, 미숙해서 미움받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어디에선가는 그렇게 미움받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내가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는 몰라도, 세상엔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좋은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 기회를 놓치지 말자. 그렇게 나 역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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