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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Dec 02. 2022

책 리뷰 |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허무와 더불어 살기를

어렸을 때 좋아하던 책이나 만화영화를 떠올려보면, 뭐가 그리 재밌고 신기하고 좋았던 것인지, 같은 것을 100번도 더 봤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는 봤던 것을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은 다시 읽고 싶은 책이고, 다시 읽고 있고, 앞으로도 몇 번은 다시 읽지 않을까 싶은 글이다. 인생을 관통하는 허무라는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묵직한 유쾌함과 더불어 상당한 지식으로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허무란 무엇인가, 누구나 생각하지만 누구나가 답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권태로운 일상 속에서 수시로 고개를 드는 허무를 부정하고 싶었다. 내 삶이 허무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거나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책에서 에피쿠로스의 말을 전해주기를, ‘우리가 분명한 사실에 반대할 경우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허무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내 깨닫게 된다. ‘인생이 허무하다’는 것은 ‘인생에 가치가 없다’ 또는 ‘의미가 없다’와 같은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회평론 출판사에서 ‘내 편한 책’이라는 활동을 기획해주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모아 편집의 과정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 활동 중에 이 책의 저자인 김영민 작가님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글에 묻어있던 위트가 말로도 여과 없이 드러나서, 책을 읽을 때만큼이나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많은 저자들을 만나봤지만 중년에 이른 이로부터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여쭤봤더니 전혀 생각하지 못한 모양인지 그렇게 보이냐고, 황당해하며 되물어보셨다. 그리고 덧붙이셨다.

“저는 제 삶을 최대한 음미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는 즐겨 가는 연희동 디저트 집도 추천해주시고, 누군가가 책을 추천해달랬더니 웹툰을 추천해주시는 걸 보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허무를 이야기하러 온 게 맞나 싶었고,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나 또한 내 인생을 음미하기 위해 설치할 수 있는 작은 장치들이 있고, 그것들을 수시로 누리고 있으니까. 허무를 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게 아니라 허무와 더불어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에 되려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허무한 마음이 사라졌냐고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전혀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허무를 멀리하기보다는 되려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살아간다는 것은 일상의 리듬을 구사하고, 삶에 대한 나의 철학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영민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삶을 행복, 성공과 같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고, 살아감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살다 보면 또 그게 마음처럼 안 되는 때가 있겠지만, 그래도 그때쯤 다시금 펼쳐볼 책 한 권을 찾아두었으니 그걸로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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