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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Dec 05. 2022

책 리뷰 | 죽음이 물었다

좋은 삶이 있어야 좋은 죽음이 있다

죽음은 삶의 의미다

어린 나를 사랑해주시던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종종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고작 7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뭘 알겠느냐마는, 확실한 건 '죽음'이라는 단어 뒤에는 두려움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애써 이성을 붙잡고서는 고민했다. 그 끝에 죽음이 있다면 삶은 무엇일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늘 똑같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잘 살 수밖에 없다고. 멋지게, 즐겁게, 사랑하며 살 수밖에 없다고. 죽음을 생각한다고 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걱정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은 나를 살게 하는 것이 죽음이라는 '삶의 부재'의 ‘존재’였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저자는 브라질의 '완화의료' 의사다. 눈앞에서 사선이 그이는 것을, 그야말로 죽을 만큼의 고통과 함께 바라볼 수밖에 없는 환자들을 돌보는 사람이다. 클라우디아는 지금 이 순간 죽음에 이끌려 가고 있는 사람을 지켜보며 죽어가는 이의 괴로움과 그로 인한 스스로의 괴로움을 모두 써 내려갔다.

완화의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관련된 문제에 직면한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접근으로, 조기 진단과 정확한 평가, 그리고 통증과 기타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문제의 치료를 통해 고통을 미연에 방지하고 경감시킨다.
<죽음이 물었다> 중에서

책의 초반을 읽어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간 내가 읽었던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은 제법 냉정함을 유지하거나 죽음을 초연하게 서술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글로라도 죽음을 지켜보는 감정을 적나라하게 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후에 저자가 서술한 죽음, 그리고 죽음의 시작이자 끝에 있을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따라가 볼 수밖에 없기도 했다.


죽음의 목격자로서의 도리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죽음의 당사자로서 생각해봐야 할 것뿐만 아니라 목격자로서 생각해봐야 할 것까지도 서술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공감보다 연민이 낫다고 했다.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하며, 타인의 죽음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죽어가는 사람의 옆에서 나를 지키며 여행을 마친 사람을 정성껏 돌보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했다. 나는 ‘죽어가는 사람’이 비단 큰 병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으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체를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죽어가는 사람, 즉 살아가는 사람이며, 그들을 모두 연민으로 돌봐야 한다.


죽음이 두려운 만큼 삶에 책임을 다할 것

죽음이 두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보다 책임감 있게 죽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죽음의 과정에서 우리는 살아 있었던 기간, 즉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 스스로 의식하고 결정할 수 있었던 때와 멀어지게 된다.
시간에 관한 한, 우리가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을 통해 끊임없이 쌓아갈 수 있는 체험뿐이다.
당신은 지나가는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할 생각인가? 지금 지나가는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죽음이 말했다> 중에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게 문제라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년 만화의 주인공이 아니라면 차라리 죽음을 외면해버리길 택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저자인 아나 클라우디아는 죽음을 외면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죽음이 두려운 만큼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지금 이 시간들을 책임감 있게 보내야 한다고 했다. 무엇을 위해 그 시간을 보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죽음은 묻는다

이 책은 죽음이 우리의 삶에 던지는 질문을 대신 전한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어떤 시간을 보낼 것인지,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그것이 삶의 묘사이든 죽는 순간의 묘사이든), 그래서 어떤 좋은 삶을 살고 싶은지를 묻는다.


책을 읽고 나서 죽음이 두렵지 않아졌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다만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던 것은 죽음이라는 말이 상징하는 지금 이 순간의 생에 대한 감사였으며,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시간에 대한 성찰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또 새해를 시작하며 책임, 감사, 사랑,... 흔한 그 단어가 갖는 진짜 무게감, 죽음에서 비롯되는 삶,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묵직함을 느껴보길 권한다.


* 세계사콘텐츠그룹으로부터 책과 소정의 고료를 지급받았으며, 느낀 바를 진솔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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