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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r 02. 2021

계약 파기를 통해 배운 월세 계약의 6가지 주의점

남의 집에 살면서 느꼈던 것들

 월세 파국을 겪었지만 이상한 집주인과 일 처리가 시원찮은 중개업자를 만나 월세 계약을 진행하고 파기까지 해본 경험 덕분에 월세 계약에 관한 여섯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 위치 상 같은 오피스텔, 원룸으로
추정되는 건물의
다른 방을 찾아 가격을 확인하자

 


  B 실장은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서 친절함이 느껴지는 분이었습니다. B 실장이 월세를 2만 원 깎아 62만 원짜리 방을 60만 원에 맞췄다고 이야기를 해서 '오, 말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깎아주시다니 친절한 분인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원래 친절한 분이신 것 같기도 하고, 어머니께서 코로나 시국인 만큼 제가 이곳저곳으로 많이 돌아다니지 않도록 알아서 잘 알아봐 달라는 뜻으로 집을 보러 가기도 전에 B 실장에게 10만 원을 부치셨는데, 그런 연유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계약이 파기되고 일대의 방을 다시 알아봤을 때, 같은 건물, 비슷한 구조와 면적의 방이 더 낮은 가격인 월세 58만 원에 나와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직방이나 다방 어플을 활용해서 원룸, 오피스텔을 찾아보면 건물의 이름이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고, 위치로만 동일 건물 여부를 파악이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같은 건물의 방이 나와있다면 비교해보는 게 좋습니다. B 실장이 집주인과 합의하여 초기 월세를 높여놓고 월세를 낮췄다며 생색을 낸 건지 아닌지 파악은 불가능하지만 매물을 보러 갈 때 같은 건물에 다른 매물이 있다면 내용과 조건을 교차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계약서의 모든 기입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자



 전월세 임대차 계약서에서 확인해야 할 내용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임대인 및 임차인의 인적사항, 계약기간과 금액, 목적물 정보 등을 확인하면 됩니다. 추가 항목이 필요하다면 특약사항에 집어넣고, 나머지 주택이나 건물의 용도와 융자 등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은 등기로 확인하면 됩니다. B 실장은 계약서 작성에서 세 번의 실수를 했습니다.

 첫 번째 실수는 제가 당시 살고 있던 당시 주민등록상의 부산 전셋집 주소를 잘못 적은 것이었습니다. 집주인은 계약서를 작성하는 날 직접 오지 않았습니다. 보통 인적사항은 계약 당사자들이 직접 자필로 작성하는데, 임대인의 인적사항은 이미 기재되어 있었고 제 인적사항은 A 팀장이 제 신분증을 본인의 자리로 갖고 가서 계약서에 타이핑을 했습니다. 부산 전셋집은 6층이었는데, 6을 8로 잘못 썼더라고요. 그럴 수 있죠. A 공인중개사의 프린터가 고장이 나서 처음 출력에 30분을 기다리고, 새로 출력을 해오는 데에 30분을 또 기다렸다는 것이 지루했지만 그럴 수 있습니다. 솔직히 헷갈리게 생기지도 않았다고 생각하고 6인지 8인지 헷갈리면 한 번 물어볼 것이지 싶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B 실장은 계약서에 목적물, 그러니까, 제가 들어갈 방의 호수도 잘못 적었습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실수였습니다. 503호를 403호라고 잘못 적어서 계약서를 내준 것이었지요. 부산으로 가는 길에 죄송하다며 전화가 와서 어쩔 수 없이 며칠 뒤에 다시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기껏 새롭게 계약서를 받아왔는데 알고 보니 집주인의 전화번호도 틀리게 적혀 있었습니다. 이사 가기 전날에 시간 약속을 잡으려는데 B 실장은 연락이 안 되고, 급한 마음에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는데, 생뚱맞게 젊은 남성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공동명의자인 집주인의 며느리 전화번호가 나와 있어 그리로 전화를 해서 정확한 전화번호를 받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관리를 맡고 있는 집주인의 번호를 틀리게 적었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계약서의 모든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서를 잘못 씀으로 인해서 귀찮아지고 찝찝해지는 것은 내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설마 하니 그런 실수를 할까 싶은 것도 재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셋째, 중개수수료율을 사전에 확인,
협의하고 계약하자



 B 실장은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서 중개수수료를 안내해줬습니다. 실수도, 범법도 아니지만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고지해준 중개수수료율은 0.9%였습니다. 그것도 사전에 이야기를 하고 확정 지은 것이 아니라, 계약서와 함께 프린트를 해온 것이 0.9%였습니다. 화장실, 현관까지 다 합쳐서 6평 정도 되는 집에 55만 8천 원이 중개수수료로 청구되었습니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짜리 집을 구하면서 무슨 중개수수료를 이만큼이나 주나 싶어 물어보니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도시형생활주택)였다면 0.4%인데, 근린생활시설이기 때문에 0.9%를 적용했다고 했습니다. 해당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신고가 되어있는 건물이었으나, 건축물대장상의 건물 용도는 근린생활시설이었습니다.
 후에 관악구청과 다른 공인중개사에 문의해본 내용을 정리하면, 중개수수료가 청구되는 기준은 신고된 실제 용도가 아닌 건축물대장 상의 용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상한 요율이 0.9%이긴 하지만, 면적이 작은 원룸을 중개할 때에는 도의상 0.6~0.7%의 요율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협의'의 영역이기 때문에 협의를 잘하면 중개보수를 적절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계약 당시에는 그래도 A 팀장이 친절하게 알아봐 주고 알려준 데다가, 월세도 2만 원 깎아줬으니 거기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55만 8천 원을 지불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저는 그냥 호구였던 것 같습니다.



넷째, 계약 및 계약 이행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것은 다시 확인하고,
집주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공인중개사를 통해 협의하자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을 거래할 때에는 중개인을 껴서 거래를 합니다. 그것은 이 거래를 객관적으로 중개해주고, 계약 기간에 약속한 내용이 법적으로도, 실절적으로도 확실하게, 하자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 달라는 뜻입니다. 또한 중개인은 중개를 의뢰한 임대인과 임차인 양쪽에서 적지 않은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리고 중개인은 양쪽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입장이기 때문에 집주인과 직접 이야기하는 일을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따라서 계약 및 계약 이행 과정에서 집주인과 협의할 내용이 있으면 공인중개사와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확인해야 합니다.

 


다섯째, 집주인과 대면하는 기회를
이사를 하기 전에 한 번은 만들자



 이 계약을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제가 부산에서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집주인과 대화를 나눠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집주인과 만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마음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한 번은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약일이 보통 그런 날이 되는데, 저는 계약일에 집주인을 보지 못했습니다. 집주인과 중개업자가 평소 잘 아는 사이였다고 하니, 집주인이 중개업자를 믿고 계약 과정 일체를 맡긴 듯합니다. 그래서 계약서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이 되지 않았던 것도 있었고, 집주인의 성향을 미리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이 진행, 파기된 것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집주인과 대화를 해본들, 집주인의 성향을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면을 해보는 것과 해보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저는 집주인이 꼭대기층에 사는 상황이었는데, 그러면 더더욱 대면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집주인이 같은 건물에 사는 경우 집주인의 성향에 따라 감시를 한다거나, 참견을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몇몇 중개업자의 말로는 임대인의 연령대가 높고 임차인의 나이가 적을수록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편이고, 그 대신 집주인이 같은 건물에 사는 경우 집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는 잘 되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여섯째, 중요한 대화는
문자로 하거나 통화로 할 경우 녹음을 하고,
그게 안 된다면 문자로 내용을 정리해서
다시 확인하자



 통화를 녹음하고, 문자로 내용을 남겨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집주인과의 대화를 녹음하지 않았던 것은 정말 큰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원칙적으로는 누구의 편도 아니지만 임대인은 지속적으로 볼 사이인 경우가 많고, 임차인은 한 번만 보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면 명확한 증거가 없을 경우 아무래도 임대인을 편을 드는 것이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사실 B 실장이 일 처리가 미숙한 점이 있었으나,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이 지점이었습니다. 만약 B 실장이 임대인의 입장에 서려고 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원칙대로 녹음을 확인하고 계약의 내용을 훼손한 임대인이 계약금과 남은 보증금, 한 달치 월세를 고스란히 돌려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중개업자를 믿기보다는 임차인으로서 가능한 모든 증거를 남겨 스스로의 권리는 스스로 보호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비록 욕설이 나온 집주인과의 통화는 녹음하지 못했으나 나머지 통화는 녹음을 했고, 전화로 주고받은 내용과 계약 사항을 다시 정리해서 문자로 확인했습니다. 이후의 거래를 진행할 때에도 무조건 자료를 남겨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 이틀 뒤에 B 실장에게 전화해서 중개수수료를 반이라도 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제 책임은 아니잖아요. 저도 휴일인데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몇 시간씩 차 막히는 거 감수하면서 올라가서 다 도와드리고 했고요. 제 선에서는 최선을 다했어요, 고객님."
 법적인 잘못은 없겠지요. 그러나 집주인과 수년 간 알아오고 임대차 계약을 중개해오면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 이 상황에 대해 잘못이 없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입주 청소가 깨끗이 잘 되어 있다고 했잖아요', '보통은 대학가에 있는 월세방은 중개수수료를 0.6~0.7%로 받는다던데 어떻게 협의도 없이 0.9%나 받을 수가 있지요?'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입주 청소는 원래 중개업자가 확인해줘야 하는 사항이 아니고, 중개수수료율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청구였으니 거기에 대해 따지는 것은 입만 아팠습니다.
 "계약을 파기하게 되면서 이사비도 많이 들고, 기타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그건 실장님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어갈게요. 하지만 실장님께서 계약서를 잘못 쓰신 것 때문에 제가 시간 낭비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교통비와 숙박비는 또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아시죠?"
 부산에서 서울까지 몇 번이나 헛걸음을 했는지, 교통비와 숙박비는 얼마나 들었는지 조목조목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표님의 계좌로 들어간 돈이라 돌려드리기가 곤란하다고 해서 대표라는 사람의 번호를 알려달라 했더니 그건 안 되는 모양이었습니다. 두어 번 연락을 거쳐 28만 원을 돌려받았습니다. 어머니께서 따로 챙겨주신 10만 원과 제가 지불한 중개수수료 55만 8천 원에서 28만 원을 돌려받은 것이니 38만 원의 매몰비용이 생긴 셈이었습니다. 그래도 기분 나쁜 주인에게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로 살 뻔했다고 생각하니 충분히 감수할 만한 금액이었습니다.

 그래도 B 실장님이 착한 분인 것은 맞습니다. 후일에 집을 구했다고 하니 '좋은 집을 구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이쪽은 제가 잘 정리하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저도 덕분에 많이 배웠다고,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한바탕 쓰나미가 지나갔고, 이제 또다시 큰 산을 넘어야 합니다. 이렇게 생난리를 쳤는데 아직도 살 집을 못 구했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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