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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y 31. 2023

하루에 하늘 세 번 보기

오늘 구름의 모양을 보았나요?

"구름 예술인데!"

한참 회의를 하다 문득 팀장님이 이야기하셨다. 모니터 앞에서 한숨만 쉬고 있던 나와 후배는 어리둥절해하며 그제야 창밖의 하늘을 바라본다. 둘이서 우와 하며 팀장님의 말씀에 동의를 했다. 후배가 말했다.

"오늘 하늘 처음 봐요"

내가 덧붙였다.

"OO야, 이게 무슨 일이냐? 일은 잘 안 돼도 하늘은 보고 살자!"

물론 나도 오늘 중에 하늘을 처음 바라봤다. 내가 하는 일을 대단하다고 이야기해야 할지, 대단치 않다고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뭐 하느라 하늘도 한 번 못 쳐다보고 하루가 가나 싶은 걸 보면 대단하다고 설명하기엔 부족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늘 바라보기. 그걸 오늘 하루 할 일로 안 삼으면 안 될 지경이다. 하늘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때도 있다. 아침, 저녁에는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러 가느라 하늘을 못 보고, 일을 할 때에는 또 일을 한답시고 모니터만 보고 있느라 바깥으로 눈을 돌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더 반갑기도 하다. 물론 그 마저도 먹을 생각만 하면서 재빠르게 걸어가느라, 또는 같이 가는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느라 하늘을 못 볼 때도 있지만.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것, 바깥공기 쐬는 것을 참 좋아하는 나인데, 돈도 안 들고 힘도 안 드는 이 일을 왜 이렇게 게을리하게 되는지 알 수 없다. 공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건물은 답답하다. 미세먼지 섞인 바깥이 외려 공기가 안 좋으려나 싶지만, 순환되지 않고 정체된 듯한 산뜻하지 못한 실내 공기도 그에 못지않을 듯한 느낌이 든다. 놀러를 가는 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하철을 실컷 타고 가서 '몰'에 들어가면 그림 같은 하늘을 보는 것보다 실제 같은 하늘 그림을 보는 일이 더 많다. 여름엔 덥다고, 겨울엔 춥다고 나가질 않게 되는데 그마저도 여름과 겨울이 아닌 계절은 거의 만나질 못하는 추세이니.


하늘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하늘을 보는 것은 생각 없이 하늘을 보는 것과 천지 차이다. 내가 하늘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오늘은 하늘을 바라볼 여유가 있구나, 숨통이 좀 트이는구나, 살 만한 하루구나 하는 생각들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일부러라도 책상 앞에 써붙여놓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대부분의 근무 시간에는 자투리 시간이 있게 마련이니 감성적인 척하며 하늘을 못 본다는 사실을 슬퍼할 필요가 없다.


단체 카톡방에 '오늘 하늘이 예뻐서요~' 하는 멘트와 함께 공유받은 하늘 사진을 보니 다시 조금 아쉽긴 하다. 내일은 꼭 하늘을 봐야지. 음, 상무님께 보고를 드리고 한숨과 더불어 슬픈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게 될 것 같은, 다소 확정적인 예감이 드는데. 아닐 거라고 희망회로를 돌리고 싶지만 아니지가 않을 것 같은 확신이 드는데. 어쨌든 하늘을 보며 숨통을 좀 터야겠다. 내일도 하늘이 예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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