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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Jun 09. 2023

건강하게 연애하는 의외의 방법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

8-9년째 연애를 하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연애를 하냐고 물어봐요. 비결은 간단합니다.


상대방에게 기대를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게 되나 싶을지도 모르지만, 진심입니다. 저와 제 남자친구는 서로에 대한 기대가 없는 채로, 서로에게 청춘이 되어주며 오랜 기간 연애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가끔은 한 사람과 오래 연애를 한 것이 자랑인가 싶기도 한데요. 사람들이 비결을 물어보곤 하니까 그렇다 치고, 오랜 연애의 공을 돌린다면 남자친구 덕입니다. 남자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그러니까 스물한 살의 저는 갈대와도 같은 사람이라 주변 사람들이 알려주는 연애, 글로 배운 연애를 늘 떠올렸습니다. 뻔한 거 있잖아요. 연애에서의 갑을 관계, 주도권 어쩌고 하는 내용이 달려 있는 그런 거요.


저도 연애라는 걸 처음 해봤으니, 초반에는 ‘잉... 언니들이 그렇게 이야기해 줬는데, 이런 행동은 혹시 나를 안... 좋ㅇㅏ하느...ㄴ...?’ 하면서 혼자 호박씨를 깔 때가 있었어요. 여자를 진짜 좋아하는 남자는 이렇게 행동한다, 여자는 어찌해야 한다 그런 거 너무 진부하고 재미없지만 또 신경이 안 쓰이진 않더라고요.


남자친구는 언제나 ‘우리 관계는 고유한 거야’라고 이야기해 주곤 했습니다. 저보다 몇 살 많은 보람이 있게 어른스러웠네요. 그렇다고 해서 진짜 별로인 행동을 하고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아니었고요.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한 말과 행동을 보여줬어요. 그래서 저도 시간이 지나고서는(특히 이별 후 재회를 한 이후에는) ‘에라 모르겠다’ 했어요. 행동 하나하나를 두고 ‘이 사람이 이렇게 하는 걸 보니 나를 좋아하는 거야, 별로 안 좋아하는 거야’ 생각하기보다는 감정과 행동을 분리해서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고, 바뀌고 싶지 않을 수 있지.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나 마음이 나와 같지 않을 수 있지. 이 사람은 이 사람이고 나는 나지.


조건 없는 사랑 그런 건 아닙니다. 저도 남자친구도 자기만의 기준에 부합하는,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다 갖추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것들을 무시할 만큼이 되는 거죠. 기본적인 예의가 있다든지, 생각 없이 살지 않는다든지, 성격이 모나지 않았다든지, 대화가 잘 통한다든지 하는 거요.


이러면 사랑하긴 하냐, 사랑하는데 어떻게 기대를 안 하냐 하는데요. 두 가지입니다. 먼저, 사랑합니다, 해요. 감정이 메마른 커플 취급 당할 때가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당연히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기대가 불쑥 치밀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에서 언급한 기본적인 조건을 갖춘 사람으로서, 서로에게 느끼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다른 마음에 안 드는 포인트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걸 생각하면서 만나는 거죠. 남자친구의 입장은 들어봐야 아는 거지만 제가 알기로는 불만 없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니 편해지는 건 나였어요. 연애가 쉬워졌어요. 이상한 것에 사로잡혀 큰 마음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어졌고, 나 역시 이 사람 마음에 들려고 아등바등할 필요 없이 나로 살아가면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와 상대가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전제가 있다면 나다울 수 있는 연애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도 종종 느끼고 있습니다. 기대하지 않는 연애를 하면 내 삶을 챙길 수 있어요. ‘연애하는 내가 살아간다’가 아니라 내가 연애를 하며 살아간다‘가 됩니다. 그 밖에도 많은 것들을 하며 살아가는 거죠.


어렵겠지만 기대를 내려놓으세요. 싫은 것, 아쉬운 것을 생각하는 대신에 상대방의 좋은 걸 더 많이 생각하세요. 그 싫은 것마저 좋은 것 덕분에 생긴 약간의 인간다움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삐죽 튀어나온 걱정과 의심에 사랑하는 마음이 가려지는 일이 없도록요.


그렇게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행복한 연애를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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