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너는 공부가 잘 안 될 때 어떻게 해? 하긴 해야 하는데 도무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 말이야”
“그냥 해. 머리 안 쓰고. 다음날 고치면 되거든. 그리고 그 다음날 다시 봐”
“왜 그렇게 해, 안 하면 되잖아”
“할 건 해야지. 해야 되는데 머리가 말을 안 들으니까”
“딸, 뭘 그릴지, 뭘 만들어야 할지 생각 안 날 때 어떻게 해?”
“나는 좋아하는 펜이나 연필을 골라. 그래도 생각 안 나면 조금 쉬어. 쉬고 나서도 잘 안 되면 조금 더 쉬어. 안 되면 다음날 만들어”
“왜 그렇게 해? 안 하면 되잖아”
“내가 하고 싶은 건데 왜 안 해?”
좋아하는 펜을 집어 잉크를 채웠어요. 그래도 진도가 더디다 못해 잉크가 마를 지경이어서 운동을 했어요. 친구네 가서 저녁을 먹고 수다도 떨었어요. 책상에 앉아 처음 떠오른 문장을 썼어요. 그다음부터는 펜이 종이 위를 지치는대로 놔뒀죠. 내일 아침에도 어김없이 다섯 시에 일어나 고칠 거예요.
아이들에게 묻기 바로 전, 졸다가 깼음에도 몸이 바닥으로 꺼지듯 무거웠어요. 사실 노트를 덮고 컴퓨터를 끌 구실을 만들기 위해 물은 터였죠. 다시 이런 날이 와도 웬만한 핑계로는 게으름 피우기 어렵지 싶어요. 여러 말 말고 그냥 해요. 안 되면 작은 변화를 줘 봐요. 그래도 안 되면 잠깐은 퍼져도 괜찮지만 완전히 드러누워버리진 말아요.
제 아이들이 조언한 삶을 대하는 자세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