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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수 Sep 23. 2020

니키 드 생팔의 편지 - 2

친애하는 퐁투스에게, 


Lettres de Niki de Saint Phalle oct 1991

*직접 번역으로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니키 드 생팔의 편지-1 과 연결됩니다.



Lettres de Niki de Saint Phalle oct 1991

나는 나를 동일시할 히로인이 필요해요. 학교 역사수업에서는 언제나 남자들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기나긴 역사밖에 배우지 못했고, 지루해 죽을 뻔했어요. 물론 우리는 몇몇 유명한 여성들을 이야기하죠. 라 그랑 카트린느, 잔다르크, 엘리자베스 덩글르테르. 하지만 나에겐 충분하지 않았어요. 나는 스스로 히로인이 되기로 결심했어요.


나의 할머니가 나에게 읽어주었던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나는 나 스스로를 히어로와 동일시했어요. 그들은 언제나 바보 같은 짓을 해대던 소년들이었죠.


히어로, 그들은 자신들의 내면의 목소리만을 듣고, 결코 자신의 마지막 목적을 잊지 않으며,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은 그들이 찾아 해 매던 보물을 찾아내죠.


나는 나의 어머니를 전부 부정할 마음은 없어요. 그녀 덕분에 많은 즐거움들을 배웠으니까요. 의복에 대한 사랑, 패션, 모자, 파티복, 거울. 나의 어머니는 집에 많은 거울을 두었어요. 몇 년 후, 거울은 이태리에 있는 타로 공원과 파리에서 멀 지 않은 퐁탠블로 숲의 사이클롭스에 내가 썼던 가장 주된 재료가 되었어요. 나의 어머니는 음악을 너무도 사랑했고, 예술과 요리에 소견이 깊었어요. 이 모든 것들을 그녀는 나에게 남겨주었고, 나의 여성성을 지키는데에 도움을 주었죠.


니키 드 생팔, 라이프지, 1949


나의 어머니는 어떤 종류의 매력과 스타일을 지녔어요. 그녀의 아름다움과 힘을 나는 좋아했고, 나는 그녀의 샤넬 N.5, 그녀의 크림들로 가득 찬 30년대의 화장대, 파우더와 레드 립스틱을 좋아했어요. 나는 그녀의 갈색 파마머리와 부드럽고 하얀 그녀의 살결을 사랑했어요. 그녀는 배우인 메를 오베론과 닮았었죠.


나의 어머니는, 내가 사랑에 조금 빠졌던 이 경이로운 생명체는(내가 그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 무렵), 그녀는 마치 죄인의 역할을 강조당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세대와 세대를 거쳐 만들어진 기나긴 전통으로 의문조차 품지 못하게 전해진 그런 역할 말입니다.


남자들은 훨씬 더 자유로운 역할을 스스로 맡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자유를 나의 것으로 만들기로 했어요. 


나의 형제, 존은 그의 학문의 길을 응원받아왔어요. 나는 아니었지만요. 나는 언제나 질투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나의 유일한 힘은 남자들을 매혹시키는 것 밖에 없었죠. 아무도 내가 공부를 하거나 내가 시험에 통과한 순간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어요. 나의 어머니가 나에게 원한 것은, 단지, 돈 많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었어요.


청소년기에는, 나는 나의 아버지와 나의 어머니 자체를 모델화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나는 그들의 사회적인 지위 역시 거부했어요. 집안에서 유일하게 내가 편안함과 온기를 느꼈던 곳은 흑인 가정부가 있었던 부엌이었어요.


8살에, 나는 내가 받은 모든 용돈을 원더우먼과 배트맨이 나오는 만화잡지를 사는 데에 썼습니다. (나는 그것을 읽을 권리가 없었기에 침대 밑에 숨겨둘 수밖에 없었죠). 또한 나의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훔쳤던 얼마간의 돈을 거지에게 주었습니다. 나는 걸인들을 좋아했어요. 그들은 뉴욕의 길을 떠도는 여느 사람들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1940년이었고, 나는 10살이었습니다.


[...]



퐁피두 센터 전 관장이자 학예사, 철학자 폰터스 홀텐에게 쓴 니키 드 생팔의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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