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함께 하는 다정한 시간의 기록
올해 11살 그리고 곧 4학년. 아들 시윤이는 아직도 엄마와 함께 그림책을 본다. '아직도'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맞는 건지 틀린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림책을 보면 권장 연령이란 게 있는데 대부분이 7세 이하로 되어 있다. 물론 책을 권장 연령대로 꼭 볼 필요는 없으나 글밥이나 내용 등을 고려해봤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림책을 좋아하는 엄마 덕분에 아들은 글밥 있는 문고판 책들보다 그림책을 더 많이 본다.
아들이 아가였을 때부터 책 육아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아이가 책과 함께 놀고,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나의 노력과 바람 치고 아들은 그렇게 책과 친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독서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책 읽기 뿐만 아니라 공부도 취미생활도 대부분 해야 하는 시간과 분량만 정할 뿐이다. 약속을 잘 지키는 아들이기에 굳이 강요를 할 필요가 없다. 독서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도 있으나 뭐든 내켜야 하는 아들이 언젠가 책 보는 일에도 푹 빠졌으면 하고 속으로 바랄 뿐이다. 또래 친구들이 그렇듯 아들도 학습만화를 좋아한다. 만화책도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만 읽는다. 요즘 푹 빠져 있는 책은《오무라이스 잼잼》.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아 아들은 책을 보고 또 보고 12권까지 있는 책을 지금 몇 번씩 읽고 있다. 그리고 쌓여가는 음식 지식을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어 책 속 등장 음식들에 관한 이야기를 옆에서 재잘재잘 늘어놓는다.
독서에 있어 편식을 하고 있는 아들이지만 엄마와 함께 읽는 그림책은 다양한 장르로 꼭꼭 씹어 먹고 있다.
아들은 엄마 덕분에 그림책을 본다지만 내가 그림책을 보는 이유는... 그림 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글 읽는 것도 좋아한다. 꽤나 명쾌하고도 단순한 이유 아닌가? 좋아하는 그림과 글을 함께 볼 수 있는 책이라니!!! 그리고 페이지 수가 많지 않아 책을 끝까지 다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긴 책들은 보다 말다 하는 책도 많지만 그림책은 단 한 권도 그렇게 중간에 놓아버린 책이 없다. 그리고 몇 해 전, 마음과 몸이 무척 아팠을 때 한 권의 그림책과 만났다.《나는 생명이에요》깊은 고민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나에게 얼른 빠져나오라고 응원을 해주는 책이었다. 그림책과의 만남은 우연이면서 필연이었다. 그때부터 나름 본격적이고 전투적으로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에 그림책 일기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전에는 단순히 아들 연령대에 맞는 보여줄 책이 필요했었고 다독을 시키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으로 책을 보았다면 이제는 나와 아들을 위한 그림책을 함께 본다.
오랜만이었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더 파고들고 싶은 것. 순수하고 담백하게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지난 10여 년, 30대 시절을 아이와 남편, 가정을 위해 온 시간과 마음을 썼다면 이젠 나를 위해 조금씩 그 시간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 그리고 점점 자립해나가야 하는 아들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너와 나의 그림책으로 꾸준히 그 시간을 채워나갈 것이다. 아마도 그 시간은 계속될 것이다. 내가 아들과 함께 그림책으로 나눈 다정한 시간을 이후 아들도 누군가와 함께 나누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