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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북오름 Mar 23. 2023

싱가포르 국립도서관

우리 생애 첫 한달살기 #12


싱가포르에서의 맞이하는 넷째 날, 

온전히 하루를 다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저녁 비행기로 말레이시아로 넘어간다. 어제 민폐녀와의 일이 은근 스트레스였는지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무리했다 아프면 안 되니 오전에 나는 호텔에서 쉬고 남편과 아들은 대관람차를 타러 먼저 나갔다. 쉬고 난 후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을 가보려고 한다. 도서관 구경 후 남편과 아들을 머라이언 파크에서 만나기로 했다. 잠을 자는 건지 마는 건지 그런 채로 두 시간을 누워 있다 일어났는데 더 무거워진 몸에 나갈까 말까 망설여졌다. 게다가 비까지 오니 더더욱 나가기 싫은 그런 날이었다. 느긋하게 있는 건 말레이시아에 가서 하자! 마음을 고쳐먹고 오후 3시쯤 길을 나섰다.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은 내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500미터 정도 걸어가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건너편에서 본 도서관 건물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이미지였다. 왠지 내셔널이 붙으면 요즘 건물이 아닌 고풍스러운 건물일 것만 같은데 무척 현대식이었단 이야기. 어쨌든 이곳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이었다. 외국인이나 관광객이라고 따로 신분증 검사를 하지는 않았다. 동남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라는 이곳에서 제일 가보고 싶었던 곳은 어린이 열람실이었다. 그림책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어느 도서관을 가든 어린이 열람실을 먼저 찾는다. 높고 넓은 이 도서관은 공공도서관, Lee Kong Chian 도서관, 공연장까지 지하 1층부터 13층까지 차지하고 있는데 따로 어린이 열람실 사인은 보이지 않았다. 지하에 있다는 공공도서관은 입구가 어딘지 모르겠고 일단 먼저 중국어책이 보고 싶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9층에서 내려 열람실로 들어가려는데 가방검사를 한다. 

나는 작은 크로스백 하나를 들고 가서 따로 검사하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음식물 같은 게 있는지 검사하는 것 같았다. 어린이 열람실은 몇 층에 있냐고 물으니 6월까지 공사를 하느라 열지 않는다고 했다. 누군가가 올린 블로그를 보면서 어린이 열람실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어린이 열람실에서 그림책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 건데 너무 아쉬웠다. 9층 열람실에 들어서자마자 넓고 깔끔한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책이 정말 너무나도 많았다. 특히 벽을 둘러싸고 있는 서가에 빽빽이 꽂혀 있는 책들이 인상적이었다.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소파도 있었고 넓은 테이블에 작은 테이블까지 도서관이라기보다 음악 없이 매우 조용한 카페 같은 느낌이었다. 썰렁한 복도와 문 하나 차이로 분위기가 정말 달랐다. 



들어간 열람실에서는 마침
'아시아 어린이 문학'이라는 타이틀의 컬렉션을 하고 있었다.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및 타밀어로 된 문학, 민화, 문화, 역사 및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책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발표된 책들도 만날 수 있었다. 어린이 문학이라 대부분 그림책이 많았다. 특히나 각각의 문화의 특색이 드러나는 옛이야기들이 많아 다양한 그림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어린이 열람실은 못 갔지만 어린이책은 만날 수 있었다. 그것도 이곳만이 소장하고 있는 특별한 책들로 말이다. 여행의 일희일비. 이런 뜻하지 않은 만남이 주는 기쁨과 슬픔이 여행이겠지. 그리고 계획형 인간에게 세상은 그렇게 계획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것 또한 여행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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