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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친니 Mar 31. 2021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다

엄마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간, 5살 겨울방학

 유치원에서 6살 반이 되기 전, 7주간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 돌봄을 신청해도 됐지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언어 치료를 중단한 만큼 엄마인 내가 더욱 노력해서 아이의 성장을 도모하고 싶었다.


 방학 첫날, 어느 한 심리상담센터에 아이와 방문했다. 앞으로 7주 동안 아이의 언어 자극과 발달을 위해 어떻게 계획을 세우면 좋을지에 대해 상담을 받고 싶었다. 먼저 선생님과 임신과 출산한 과정부터 시작하여 그동안 아이를 양육해온 모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이의 상담이 이루어졌는데, 아이의 상담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선생님의 피드백은 아이와 전혀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가 질문을 듣고 “못해요.”라는 말만 한다면서 나에게 당장 놀이 치료가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려주셨다.

 

 그래도 나는 엄마인 내가 옆에서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듣고 싶었는데 그 해답을 들을 수 없었다. 무조건 다음 상담을 잡자는 답변뿐.


 1년 넘게 받아 온 언어 치료를 중단하기까지 수도 없이 많은 고민 끝에 결심한 건데, 우리 아이에게 다시 치료를 받으라고?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치료를 받고 싶지 않아서 다음 상담은 잡고 싶지 않다고 하고 나왔다. 우리 아이가 어휘력은 부족해도 유치원 생활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었기에 우리 아이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걸 증명받고 싶은 마음에 센터를 방문했다. 하지만 처참히 무너졌다. 사실 이번 상담 결과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줄 알고 간 건데, 아직도 언어 치료가 더 필요하다니... 절망적이었다.


 우리 아이가 많이 좋아진 것 같았는데, 심리상담센터에서는 당장이라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고... 잊자, 잊어!



 하지만 계속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나 보다.




 1월 중순까지는 하루하루 알차게 보냈다. 유치원에서 제공받은 놀이 꾸러미로 동생과 즐겁게 활동했고, 나는 사진 찍고 블로그에 포스팅하며 아이와의 일상을 기록해나갔다.



 방학이 반 정도 지났을까? 나도 점점 지쳐가면서 아이와의 놀이 활동이 점점 줄어갔다. 오히려 상황이 역전되어 아이의 언어 자극을 위해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닌,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사진 찍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블로그를 더욱 성장시키고 싶어 블로그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기도 하고, 블로그 이웃들과도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부족함이 많은 블로그 운영자이고, 아직도 더 많은 정성을 쏟아부어도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SNS에서 비슷한 또래 아이들의 언어 실력이나 학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가 죽고, 우리 아이와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느끼고 한 달 가까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도대체 내가 간절히 바라는 목표가 무엇일까?


영향력 있는 SNS 운영하기?

인플루언서? 돈?

아이의 언어 발달?


 5년 넘게 SNS를 운영해오면서 그동안의 시간을 떠올려 보았다. 블로그는 나에게 즐거운 취미 생활이자 내가 쌓아 올린 업적의 일부이자, 아이의 발달 성장과는 점점 멀어지게 만든 적과도 같았다. 문득, 과거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잘한 것도 없는 내가, 오히려 아이를 답답해하며 화를 내는 날이 많아졌다. 방학 동안 유치원 돌봄을 괜히 안 보냈나 후회했고, 허무하게 지나가는 시간이 참 야속했다. 우리 아이만 아무런 성장 없이 그대로인 것 같았다. 우리만 멈춘 것 같았다.


 “이것도 몰라?!” 소리치기 일쑤였고, 다혈질적으로 변해가는 나였다. 내가 하는 말을 이해 못하거나 알아듣지 못하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럴 때마다 “이러지 말자. 기다려주자.” 다짐을 속으로 되뇌어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나부터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이젠 좀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SNS에서 보이는 타인들과 우리 아이를 비교하며 왜 우리 아이는 늦을까? 수도 없이 속앓이를 했다. 우리는 잘 극복해나갈 수 있을 거라던 자신감과 아이에 대한 기대, 의지와 긍정적 마인드는 이제 없다. 우리 아이의 속도에 맞게 옆에서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엄마가 되기로 했던 다짐은 어디로 갔을까...



그래서 나는 SNS를 끊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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