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아는 사람만 두로와
의연하리라, 감정 따위 흔들리지 않으리라 맘먹었습니다. 새벽부터 쏘아대는 쌍욕에 번쩍, 어물거리던 잠이 깨고 정신이 번뜩 들었던 이번 주 어느 날.
상사에게, 고객에게 빰 맞아도 내 가족만 모르면,
그거면 괜찮다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대사처럼 가족이 모르기에 잘 넘어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았네요.
아무도 모르는 나와 상사의 일일 뿐인데 내내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내내 빠르게 뛰는 심장을 제 속도로 멈추게 하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결국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비상계단으로 들어가 한참을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어떻게든 가족들에게는 들키지 않길 바랐죠. 다들 속상할테니까..
그런 모습이 또 상사에게 말려드는 것 같아 또 화가 나고 속상했습니다.
친정에 전화를 하며, 주말에 다녀오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은명이 아빠처럼 아직 지켜준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겁니다.
나는 아직 다 자라지 않았는데,
자꾸만 늙는 부모의 모습에 그래서 불퉁불퉁 화만 내다 온 걸 이제야 알겠습니다.
"엄마, 너무 빨리 늙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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