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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벼리 Jul 11. 2023

대체 불가능한 존재

바로 나, 우리입니다!

  모처럼 집에 있는 시간이지만,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그건 아마도 내가 시계를 계속 주시하지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머리 속으로 짐작한 시간과 실제 드는 시간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걸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아침 설거지를 하는 데 문득 시간을 재고 싶었다. 한 20분은 족히 걸리겠지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막상 설거지가 끝나고 시계를 보니 10분밖에 지나지 않아 당황했었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시간은 5시가 채 안될 무렵이고, 난 글쓰기 하는데 약 1시간은 걸릴 것이라 예상해본다. 하지만 글쓰기와 같은 창작행위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천차만별이긴 하다. 만약 오늘 나의 글이 잘 풀려간다면 예상한 시간 내에 글쓰기를 마칠 수도 있겠지만, 글쓰기가 점점 산으로 가면서 도통 무슨 얘기를 하려는 지 모르는 글이 되어버린다면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내일을 기약해야 될 지도.

 

  오늘은 예상 외의 많은 일들이 생겨 계획한 대로 시간을 보내거나, 시간을 주시하지 못했다. 예상 외의 일이란 게 별 건 아니다. 지난 주말 즈음에 필요한 물품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했었는데, 오늘 속속 도착하게 된 것!(집에 있는 나에게는 별거 아닌 일도 이벤트가 된다.) 쇼핑한 물건이 도착하는 것만큼 신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결혼하고나서 나의 세번째 밥솥이 될 물건이 도착하는 날이라 더 기대에 부풀었다. 나의 첫번째 전기밥솥은 10인용에 그닥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밥만 잘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큰 기대없이 주문한 제품이었다. 두번째 밥솥을 구입할 때는 6인용을 주문했고, 뚜껑이 분리되어 세척을 할 수 있는 제품을 구입했다. 매번 밥솥을 사용할 때마다 뚜껑 부분을 행주로 닦아 사용하는 게 영 찝찝했기 때문이다. 이 6인용 밥솥은 코팅이 벗겨져 내솥을 한번 교체하면서까지 열심히 사용했는데 언제부턴가 김 빠지는 게 시원치 않더니 밥이 설익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에 큰 맘 먹고 구입하게 된 나의 셋번째 밥솥. 이 밥솥은 코팅이 벗겨질 염려없는 올스테인레스 제품이다. 내솥 교체를 하지 않아도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고, 솥 밑바닥이 아닌 전체를 가열하는 방식이라 밥맛이 좋다는 상품평도 고려했다. 내가 결혼하고 17년이 흐르는 동안 밥솥도 정말 많은 진화를 하고 있었구나. 


  제품이 도착하고, 포장박스를 보는 데 생각지도 않았던 폐가전 제품을 무상회수처리해준다는 안내문구를 보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고객센터에 전화해보니 대리점에서 구입한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구입한 제품이라 무상회수는 불가하고, 직접 가까운 서비스센터로 내방해야 한댄다.


  그냥 "알겠습니다"하고 끊어도 되었겠지만, 나는 점잖게 한 마디 덧붙였다. "경쟁사 제품은 인터넷을 통해 구매한 경우에도 택배사를 통해 제품 회수를 진행해주던데 조금 아쉽긴 하네요." 제품을 구입할 때부터 폐가전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 되어도 그만이긴 했지만 그냥 말이라도 해본 것이다. 근데 내 말을 들은 직원이 서비스센터와 다시 통화해보겠다고 하더니, 서비스센터에서 제품 회수를 진행해주겠다고 했다며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순간 해당 제품에 대한 나의 만족도는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야호~~


 우리는 물건을 사면서 다른 제품들과 자연스레 비교를 한다. 가전제품의 경우 제품의 성능은 엇비슷하기에, 그 기업의 이미지를 투영해 물건을 사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기업의 이미지는 제품 자제 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며 내가 경험한 폐가전 무상회수 서비스 등을 통한 만족을 통해서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해당 직원은 나의 불만사항을 가볍게 취급하지 않고 바로 조치를 취해 준 게 아닐까. 난 그 직원의 서비스 정신에 감탄했고, 이런 직원을 둔 회사라면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은 천억대 부자가 쓴 책이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 재테크를 잘해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일을 제대로 해야 하고,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해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는 메세지를 전한다. 그것도 단기간이 아닌 꾸준한 노력은 필수다. 그래야만 나를 알아주는 존재가 생긴다는 것!


  무한경쟁시대에 우리는 주변의 수많은 경쟁자에 의해 대체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AI에 대체될 위험에까지 놓여있다. 또 최근엔 한국으로 유학오는 대학생이 는다고 하니, 만약 그들이 한류문화에 젖어 한국에 살고자 할 경우 어쩌면 외국인과도 무한 경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과연 내가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한 발자국만 앞서나간다는 마음으로 행동하면 어떨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작은 차이가 쌓이면 무시하지 못할 힘이 생길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난 병가기간동안 30분 책읽기, 30분 글쓰기, 30분 운동하기를 실천하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하고, 매일의 습관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까페에도 가입해 매일의 실천여부를 댓글로 남기고 있다. 이 30분의 힘을 난 믿고 싶다.


  물론 우리 모두는 이미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항변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대체불가능한 게 아니냐고 말이다. 우리의 부모에게, 아이에게, 혹은 남편에게 나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자 엄마이자 아내로 소중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대상을 넓혀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나의 가치에 국한해서 말이다. 


  밭솥 얘기를 꺼낸 건, 우리는 사소한 물건을 사면서도 수시로 비교하며 가치를 매기지만,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문득 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는 과연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늘 자문해봐야겠다. 30분의 힘을 믿고, 조금씩 조금씩 나를 발전시켜 가보자. 우리는 애초에 대체불가능한 존재로 이 세상에 왔으므로, 분명 어떤 영역에 있어서는 대체 불가능한 능력자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어쩌면 그 사실을 태어날 때는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노력하는 자에게만 서서히 그 비밀의 문이 열리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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