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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벼리 Jul 10. 2023

월요병 없는 하루의 시작! 그러나...

지금은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일 시간...

  갑상선암 수술 후 두 달간의 병가를 갖게 되었다. 두 아이를 낳고 가져봤던 꿀맛같던 육아 휴직을 제하곤 오랫만에 갖게된 장기 휴가다. 퇴원하고 처음으로 출근을 안해도 되는 월요일을 맞이하니 일요일 오후부터 기분이 점점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평소라면 일요일 오후부터 내 마음은 다운모드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을텐데 말이다. 수술 이후 침 삼킬 때의 이물감은 여전하고, 체력도 아직은 회복이 덜 되었지만 월요병 없이 월요일을 맞이할 수 있다는 기쁨에 아픔이 저만치 달아나는 기분이다.


  바나나와 블루베리 쥬스 한 잔으로 아침식사를 마친 후, 설거지와 빨래 개기, 그외 눈에 보이는 지저분한 것들을 대충 정리하고 시계를 보니 에게, 아직도 아침 10시밖에 안됐다.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적 자유 달성! 경제신문부터 읽기 위해 매*에서 오늘의 헤드라인을 읽고 기사 내용 중 핵심을 추려 블로그에 정리를 마쳤다. 그리고난 후 기사 내용 중 좀더 공부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관련 키워드검색으로 보충학습도 한다. 오늘의 키워드는 '퇴직연금'. 공부할 게 많구나.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 투성이다. 정말 공부는 끝이 없다.


  아침을 알차게 보낸 후 점심에는 나만의 레시피로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국수와 단짝인 군만두를 빠뜨릴 수 없지. 에어프라이어로 간단히 조리해 함께 곁들이니 역시나 비빔국수와 찰떡궁합이다. 회사 구내식당에서 더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해도 하나도 부럽지 않을 것 같다. 내 입맛대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해먹을 수 있는 이 자유. 물론 내 손이 가야 하기에 조금은 번거롭지만 부드러운 국수 면발에 아삭한 각종 야채들, 든든하게 속을 받쳐 줄 삶은 계란까지 곁들인 후, 눈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참깨를 솔솔 뿌려내는 이 모든 과정들이 그저 재미있는 놀이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오늘이 휴가 첫날이라 그럴지도. 


  점심식사를 끝낸 후, 오후면 급 더워질 날씨에 어디라도 피서를 떠나야겠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난 근처 도서관을 피서지로 택했다. 책 한 권과 필기도구, 도서관에서 먹을 쿠키 몇 개와 드립커피, 종이컵을 챙겨 집을 나서니 신바람이 절로 난다. 


  도서관에 도착해보니 예상했던 것과 달리 평일임에도 사람이 정말 많다. 학교를 일찍 마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과 학부모, 대학생, 그리고 나이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도 보인다. 더운 여름날의 날씨보다 더 뜨거운 배움의 열기를 느끼면서 나 또한 가슴이 뜨거워지는 기분이다. 역시 도서관에 오길 잘한 것 같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책읽기에 집중하며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은 지 두어 시간쯤 지났을 무렵.. 아뿔싸~ 역시 아직은 환자인가 보다. 갑자기 온 몸에서 당 떨어짐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어서서 도서관을 빠져나오는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어질어질하다. 집에 겨우 도착해 닥치는대로 이것저것 우걱우걱 입에 넣었다. 음식을 즐기는 차원이 아니라, 그저 생존을 위해, 쓰러지지 않기 위해 당장 먹을 수 있는 것들을 꺼내어 부지런히 입에 털어넣고나니 그제야 조금씩 체력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아~ 살았다.


  '아직 내 몸이 온전치 않구나.' 앞으로 집을 나설 때는 급하게 체력이 저하될 것을 대비해 간식을 챙겨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이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머니에 사탕을 몇 개씩 넣어다닌다는 얘길 듣긴 했는데, 아프니 나도 어쩔 수가 없나보다. 그래도 어쩌랴. 내 몸에 적응할 수밖에.


  저녁은 어제 먹고 남은 닭백숙 국물에 찹쌀을 넣어 닭죽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감자, 당근, 브로콜리 등 야채도 듬뿍 넣고, 참기름과 소금으로 밑간도 하고 말이다. 더이상 내 몸, 내 의지를 맹신하지 말자. 아직은 보살펴달라고 아우성 중인 나의 몸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그래도 살아있음에, 심장이 뜀에 감사함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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