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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Jul 02. 2020

첫 책이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아무런 출간 행사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

책이 나왔다!!!!!!!!!!


책이 나왔습니다. 덩기덕 덩더러러러 쿵기덕 쿵덕.


제7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작들이 꼬까옷 입고 세상에 나오는 모습들을 보는 게 굉장히 즐거운 와중에, 제 책은 친구들 먼저 보내고 느긋하게 나왔네요. '아이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나를 두드리는 사유'라는 부제를 달고,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병아리 같은 내 새끼


우선은 인사부터 드려야겠습니다.

제 글을 넓은 세상으로 끄집어 내 주신 웨일북 권미경 대표님, 봄꽃 같이 늘 따뜻하고 편안하게 작업을 이끌어 주신 박주연 에디터님, 예쁜 표지 그려주시고 좋은 말씀도 전해주신 이희영 디자이너님께 십이지장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는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덕분에 책을 낸다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책을 가지고 헤드뱅잉 하시며 고민 중이실 심지훈, 강소연, 김재영 마케터 님들께도 배꼽인사드립니다.


글을 쓰는 것과 그것을 책이라는 상품으로 내놓는 것은 꽤 다른 차원의 일이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내 글 속에서는 내가 머리에 꽃을 꽂고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었다면, 책을 내놓는 것은 생각을 좀 더 정제하고 다듬어서 누구에게나 내놓을 수 있는 모습으로 만드는 일이랄까요. 제 글에 점잖음이라는 것을 부여하려고 에디터님께서 꽤 고생하셨습니다. 껄껄껄.

(머리에 꽃을 달고 뛰어가는 저자와, 기도문을 외우며 잡으러 가는 에디터)
외국에 있었던 관계로 서로의 얼굴도 목소리도 모른 채 모든 일을 메일로 진행시켰지만, 큰 무리 없이 평화롭게 작업할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인복 같습니다. 야무지게 말랑말랑한 느낌의 에디터님과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일할 수 있어서 축복이었습니다.


책을 내는 과정에는 ‘내 책이되 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책을 나고 나서는 다시 ‘전적으로 내 책이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 책 안의 모든 것은 전적으로 제 책임입니다.


어떤 책인지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제 책의 프롤로그를 조금 오려 왔어요.
장자 할아버지가 부부 상담가로 등장하고, 아렌트 할머니와 루소 아저씨가 아이 머리를 쓰담쓰담해 주시는 그런 책입니다.

엄마가 되었습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과정을 지나자니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반짝반짝 철학적 모먼트가 보입니다. 그동안 회색 활자로만 만났던 철학자들이, 엄마가 된 제게 온갖 빛깔로 생생하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열 달간 아이를 품으면서 '내 안의 타인'이라는 미묘한 관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아이가 태어난 순간에는 아렌트의 아름다운 시작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끊임없이 장자를, 루소를, 맹자를, 니체를 떠올립니다. 세상에 궁금한 게 많은 꼬마 철학자들을 키우면서 엄마도 꼬물꼬물 철학자로 성장합니다. 이 책은 그런 엄마의 성장기이자 일상 속의 철학 에세이입니다.
육아를 수행함에 있어 단단한 알맹이처럼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유연할 수 있습니다. 파도처럼 서점을 휩쓸고 지나가는 유대인식, 프랑스식, 핀란드식 육아법에서도 우리가 쥐어야 할 것은 그 방법이나 기술이 아니라, 그 육아법 안에 들어있는 철학입니다. 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파악하며, 어떻게 대할 것인가, 부모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며, 어떤 사고와 규칙을 가진 존재여야 하는가. 그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똑똑한 엄마, 유능한 엄마보다 세상에는 우선 철학하는 엄마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철학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입니다. 부모의 가장 아름다운 역할은 철학자처럼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 아닐까요. 질문을 만나면, 아이들은 스스로 철학자가 되어 생각을 해보고 또 나름의 싱싱한 질문을 다시 만들어냅니다. 산파술이란 그렇게 단지 아이를 낳은 육체적 출산의 시점에만 행해지는 게 아니라, 이후의 시간에도 일상에서 부지런히 행해져야 합니다. 아이는 좋은 생각과 질문을 낳아 엄마에게 던지고, 엄마는 또 그걸 받아 고민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함께 큽니다.


표지를 그려주신 어나더페이퍼의 이희영 디자이너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표지 안의 새는 엄마 마음속의 새라고 합니다.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지만 화분처럼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줘야 하는 존재 같다고요.
지키기 쉬운 자리가 아니니 이 책을 탐독하고 철학하는 엄마새가 되었으면 한다고, 따뜻한 말씀을 보내주셨습니다.


웨일북의 박주연 에디터님께서는 화분 안의 식물이 화려하지 않게 푸르게 펼쳐져 있는  마음에  드셨다고 했어요. 씨앗이 단단하게 자란 화분인  같다고요. 새가 바깥에 있는  아니라 실존으로 곁에 있지 않아도 되는 어떤 존재처럼, 무늬처럼 화분에 함께 있다는 것도 좋았다고 합니다. 새는 씨앗을 무는 존재일 수도, 곁에 있는 친구나 동반자 같은 존재일 수도 있을  같다고요.

(이쯤이면 에디터님과 디자이너님이 그냥 글을 직접 쓰시고 책을 내셔야 할 것 같은 퀄리티)


마구 날뛰던 제 글들이 예쁜 포장을 입고 활자화되어 얌전히 들어앉는 모습을 시시각각 보는 느낌이 묘했습니다. 책의 내용에 부끄럽지 않게,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흑.


일찌감치 비행기 티켓을 예약해 두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결국 한국행은 포기했습니다. 가서 2주간, 돌아와서 또 2주간의 자가 격리를 하자니 어린아이들을 둔 엄마로서는 시간도 상황도 여의치가 않아서요.

세상만사에 대체로 무덤덤한 인간이지만 그래도 서점에 제 책이 놓여 있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아직은 생각만 해도 부끄러워 어디 숨고 싶은, 독자님들을 만나는 시간도 사실 수줍게 기다리고 있었고요. (그리고 고국에서 내 사랑 냉면과 떡볶이를 격렬히 만날 시간도 열렬히 기대하고 있었...)


초대장을 받고도 마을 잔치에 갈 수 없는 콩쥐의 마음이 되어 섭섭했지만, 코로나로 목숨을 잃고 가족을 잃고 삶을 걱정하는 많은 분들이 계시는데 이 무슨 배부른 투정이냐 싶습니다.

마음을 내려놓아야 할 때 빨리 내려놓으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취소된 비행기 값으로 맥주나 궤짝으로 사 먹어야겠...)


만날 수 없는 건 여전히 아쉽습니다.

그래도 살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또 꾸준히 쓰겠습니다.

저는 아직 만져보지도 못한 제 책, 잘 부탁드립니다 :)

 


오늘부터 온라인 판매 시작된다고 합니다.
링크를 걸어둡니다.

(저는 친절하니까요)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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