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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Aug 17. 2020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출간 이후 + 강연 소식

소소한 자랑이 많으므로 꼴 보기 싫을 수 있음 주의 바람

책이 나온 지 한 달 정도 지난 것 같네요.

처음에는 조금 긴장 상태였는데 이제는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고 있습니다.

2주 만에 이너 피스 획득에 성공. 책은 어디선가 읽히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말고.

저는 못 가봤지만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 달간 특별 전시도 있었고요. 삐까번쩍하게 홍보해 주신 브런치와 교보문고 측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곳에 가면 무병장수한다고 지인들이 성지순례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네 오래오래 사세요.

저의 지인들은 저자 없는 출판 기념 파티를 했다고 합니다.

공유 주방에서 함께 독일 요리를 해 먹고, 책의 구절을 기억하는 찐팬 인증 놀이도 했다고요.

(나 저렇게 못 먹고 산다고... 나 그 시간에 밥에다 김치랑 멸치 먹었다고. 저 독일 맥주도 처음 봐.)

음식 사진만 올려 봅니다. 가질 수 없는 너.

그 당시에 '책도 아직 나만 못 만져 보고, 전시도 나만 못 가보고, 모임도 나만 못 가고..'의 상태에서' 에잇 코로나 망해라' 주문만 팔만대장경 외우듯 외우고 있었습니다.

사실 너무 감동이었어요. 몸은 자리에 없어도 마음은 연결된 것으로.  

 

그래도 최근에는 프랑크푸르트 영사관에 업무를 보러 갔다가 강둥새 작가님(서로가 서로의 글을 몹시 좋아합니다) 댁에 초대를 받아, 도란도란 소맥을 말아먹으며 과분한 사랑을 넘치게 받아왔습니다. 글로만 만나던 분을 직접 3D 만나는 경험은  신선했어요. 수줍지만 보고 싶었고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은 인연들. 글을 쓴다는 것은 이렇게 관계의 경험이  상상력 밖으로  단계 넘어가는 일인  같아요.


+ 추가)
강둥새 작가님이 저희가 만난 이야기를 글로 남겨주셔서, 다시 주섬주섬 물어 와서 붙여둡니다.
작가님이 쓰신 독일 코끼리 만지기 (엄청난 정보력과 유쾌한 글솜씨로 참 재미있게 쓰셨어요. 저도 독일 살지만 메모지 찾아서 매의 눈으로 받아적으며 봤던 글들.)도 출간 계약이 되어 있다고 하니, 예쁜 책으로 만나는 날을 기다립니다. 술 냄새 폴폴 나는 저희의 수줍고 부끄러운 만남 이야기는 아래 글에.  

https://brunch.co.kr/@cindyhyunsungka/39#comment 


저는 책이 나오고 나서 평소처럼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고 꾸준히 글을 쓰며 지내고 있습니다.

브런치에서 만나게 된 분들과 소통하기 위해 재개장한 인스타 계정에 몰래몰래 해시태그를 타고 들어가서 제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절하며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서평을 읽으면서 부끄러움 반 감동 반을 적절히 버무려 섭취하고 있습니다.

박카스로 콸콸 마시려고, 마음에 남는 서평들을 이렇게 몰래 수집하고 다닙니다. 에너지 충전과 독자님들을 직접 만나지 못한 한풀이의 의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그간 브런치에는 올리지 않았던 제 책의 서문을 올려봅니다.
감사의 마음을 왜 이딴 걸로 전하냐고요. 죄송합니다.



프롤로그_엄마가 되니 일상에서 철학이 피어납니다


엄마가 되었습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과정을 지나자니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반짝반짝 철학적 모멘트가 보입니다. 그동안 회색 활자로만 만났던 철학자들이, 엄마가 된 제게 온갖 빛깔로 생생하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열 달간 아이를 품으면서 '내 안의 타인'이라는 미묘한 관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아이가 태어난 순간에는 아렌트의 아름다운 시작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끊임없이 장자를, 루소를, 맹자를, 니체를 떠올립니다. 세상에 궁금한 게 많은 꼬마 철학자들을 키우면서 엄마도 꼬물꼬물 철학자로 성장합니다. 이 책은 그런 엄마의 성장기이자 일상 속의 철학 에세이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철학은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인류 대화의 기록입니다. 그것도 엄청 똑똑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평생 고민하신 거라 그 맛과 내공이 남다르지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을 철학적 주제로 삼아 진지하게 들여다본 철학자는 많지 않지만, 철학자들이 여기저기 한 마디씩 언급한 것들은 꽤 많습니다. 직접적으로 아이나 부모됨에 관해 언급한 것은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말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여기저기 흩뿌려진 이 이야기들을 모아 아이와 육아라는 주제로 엮어보고 싶었습니다. 경험해보니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인간 존재에 관한 물음에 수없이 부딪히는 과정이더군요. 임신과 출산, 육아의 길을 걸으면서 저는 그 길에 철학의 꽃들이 무수하게 피어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사실 철학은 그저 우리가 사는 이야기인데, 많은 사람들이 내 삶과는 멀리 떨어진 세계로 바라보는 게 늘 안타까웠습니다. 철학 공부를 하면서 들었던 가장 큰 자괴감은, 이것이 ‘그들만의 리그’처럼 인식되는 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해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의 영역. 그런데 이것은 그 소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만든 탓은 아닐까 싶더군요. 때로는 저 자신조차, 제 논문을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제가 쓴 논문을 설명하기가 어려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같은 한국말인데도 사용하는 언어가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내가 공부한 것으로 세상 사람들과 널리 소통할 수 없다면 그렇게 공부한 시간들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그런 자조적인 의문이 늘 제 안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바꾸는 작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는 그래서 나온 책이기도 합니다. 엄마의 눈으로 본 소소한 철학 이야기들을 모아서 편안하게 엮어 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 안에 철학을 끌어 온다면 철학하는 사람인 저로서도, 읽는 분들로서도 즐거운 작업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육아에 관한 서적은 늘 바닷물만큼이나 찰랑찰랑 넘쳐납니다. 저는 그동안 많은 육아법, 이를테면 유대인식, 프랑스식 육아법이 유행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육아의 방법, 육아의 기술은 획일적일 수 없습니다. 부모와 아이 각각의 기질이나 성격, 삶의 방식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고, 같은 아이라도 상황에 따라, 혹은 연령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니까요.

그러므로 부모가 가져야 할 것은 철학입니다.

육아를 수행함에 있어 단단한 알맹이처럼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유연할 수 있습니다. 파도처럼 서점을 휩쓸고 지나가는 유대인식, 프랑스식, 핀란드식 육아법에서도 우리가 쥐어야 할 것은 그 방법이나 기술이 아니라, 그 육아법 안에 들어있는 철학입니다. 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파악하며, 어떻게 대할 것인가, 부모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며, 어떤 사고와 규칙을 가진 존재여야 하는가. 그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똑똑한 엄마, 유능한 엄마보다 세상에는 우선 철학하는 엄마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고백하건대 저는 아직 단단한 알맹이 같은 육아 철학을 가진 존재가 아닙니다. 그런 철학을 갖고 싶어서 비틀거리는 존재일 뿐. 그래서 순간순간마다 멘토로 진짜 철학자들을 소환해 보는 사람인 것이죠.

하지만 철학하는 엄마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기에 제 안에 점점 작고 단단한 모래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믿습니다. 제 삶에 꾸준히 철학을 가져오기에 흔들림의 진폭이 그나마 작아지고, 비틀거림이 줄어든다고요. 이 책이 여러분께도 그런 경험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철학은 정답을 찾으려는 학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이 책이 어떤 정답처럼 읽히는 일입니다. 보시면 금방 아시겠지만 이 책은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 아닙니다. 대신 방에서, 거실에서, 놀이터에서, 마트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철학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입니다.

부모의 가장 아름다운 역할은 철학자처럼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 아닐까요. 질문을 만나면, 아이들은 스스로 철학자가 되어 생각을 해 보고 또 나름의 싱싱한 질문을 다시 만들어 냅니다. 산파술이란 그렇게 단지 아이를 낳은 육체적 출산의 시점에만 행해지는 게 아니라, 이후의 시간에도 일상에서 부지런히 행해져야 합니다. 아이는 좋은 생각과 질문을 낳아 엄마에게 던지고, 엄마는 또 그걸 받아 고민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함께 큽니다.


사실 엄마로서의 우리는 대체로 어린아이들입니다. 저는 엄마가 된 지 이제 겨우 여섯 살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철학하는 엄마로 살아야 합니다.  열심히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봐야 조금이라도 클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생각하려고 합니다. 부모는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이지만 아이들을 키우려면 부모도 부지런히 커야 합니다.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처럼, 자꾸 넘어지고 피나고 눈물이 맺히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부모됨을 배우는 일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여기에 부딪히고 저기에서 기절하면서 투닥투닥 살아내고 있는 중입니다.


물속에 잠겨있던 글들이 책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물길을 터주신 웨일 북, 제멋대로 날뛰던 제 글에 점잖음이라는 것을 부여해 주시고 귀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박주연 에디터님, 그리고 책의 얼굴을 예쁘게 만들어주신 이희영 디자이너님께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가족으로 인해 가장 많이 좌절하고, 또 가족으로 인해 가장 큰 힘을 얻습니다. 고맙고 사랑하는 엄마, 꿈에서라도 자주 보고 싶은 아빠, 늘 그리운 형제들과 조카들, 항상 따뜻하게 품어주시는 시가 식구들. 옆에서 빙글빙글 및 어영부영을 담당하는 남편과 글의 주인공인 사랑스러운 아이들. 마지막으로는 글을 쓰는 내내 전폭적 지지와 우쭈쭈를 보내 준 고마운 지인들과 보잘것없는 제 글을 읽어주실 독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책 한 권이 나온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층 다른 차원의 책임감으로 세상과 소통하게 된다는 기대가, 걱정과 손잡고 몽글몽글 피어납니다. 제 인생은 크게 변할 일이 없어도, 이 책으로 인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변할 일이 생긴다면 가문의 영광일 겁니다. 세상이 새 발의 피(...의 헤모글로빈...)만큼이라도 더 다정해지고, 철학이 여러분들께 조금이라도 더 말랑말랑하게 느껴질 수 있다면요.


철학의 옷을 살짝 입히긴 했지만, 이 글은 결국 우리가 주고받는 사랑에 관한 글입니다.

두 분 다 직접 읽으실 수는 없겠지만, 무한한 사랑을 주셨던 부모님께 간절한 사랑의 마음으로 이 책을 드리고 싶습니다.


2020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이진민




독자님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 다소 시무룩해 (굉장히 민망해하는 타입이라, 사실은 다행이라는 생각도 솔직히 많이 했다는 것은 비밀) 있던 제게 출간 직후에 온라인 강연 요청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중랑숲 어린이 도서관에서 기획 강연을 구성하셨는데, 거기에 한 꼭지로 들어가게 됐어요. 벌써 다다음주로 쑥 다가오고 있네요.


온라인 강연이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참여 가능하고요, 글쓰기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진행되는 강연이라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써본 적 없는 온라인 미팅 툴이라 조금 걱정되기는 하는데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저는 이 강연에서, 1) 육아에 있어서 접하는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왜 철학과 사유가 든든한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큰 주제로 잡고, 잠시 시선을 아이에서 부모인 나 자신으로 돌리는 강의를 하려고 합니다. 2) 육아와 철학을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제 책 속의 사례와, 또 그 안에 들어있지 않은 사례들을 소개하고요. 3) 그리고 제가 그동안 많이 받았던 질문이 저의 일과라든가 시간 사용법이었거든요. 어떻게 어린아이들을 키우면서 그 바쁜 시간을 쪼개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할 수 있었는지, 그걸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처럼 육아를 하면서도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강연 말미에 한 10분 정도 그에 관한 저의 노하우라든가 팁을 알려드리는 부분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인원은 30명이고, 아래 정보로 사전 신청을 하시면 온라인 강연에 접속이 가능한 코드를 주신다고 하네요.   


제 강의를 신청하시면 4강, "엄마의 글쓰기" 저자 권귀헌 님의 강의도 세트로 신청이 됩니다. 제 강의보다 더 좋지 않을까요.


강연의 전체 일정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만 빼고) 굉장히 알차고 재미있는 구성인 것 같더라고요.


http://www.jungnanglib.seoul.kr/suplib/index.php?g_page=event&m_page=event02&libCho=MD&page=1&bb_code=11010&view=read&wd=37


그럼 마음 아픈 피해들이 가득한 시기, 또 몸도 마음도 더운 시기에 부디 건강하고 평안하시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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