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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Jul 13. 2021

[서평]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이번 달 리딩리딩 북 큐레이션은 에릭 와이너(Eric Weiner)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입니다.

리딩리딩은 멤버십 기반의 유료 서비스라, 여기에 올리는 서평은 약간 다른 버전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서평]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철학을 소재로 한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책. 낄낄거리며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은 세상에 흔치 않다. 저자인 에릭 와이너(Eric Weiner)는 기자 출신의 유쾌한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그가 펴낸 책들은 “빌 브라이슨의 유머와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이 만났다”는 평을 받으며 세계 각국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번역을 하신 김하현 선생님께서 위트 있는 문장들을 솜씨 있게 옮겨주신 덕분에 멈칫거리지 않고 깔깔 웃을 수 있었다.


우선 목차에 홀렸다. 책은 새벽, 정오, 황혼의 3부로 나누어지는데, ‘새벽’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이며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 등이, ‘정오’에는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황혼’에는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몽테뉴처럼 죽는 법 같은 게 들어있다. 이렇게 핵심을 찌르면서도 유쾌한 목차라면, 이 사람에게 그 깜깜하기로 악명 높은 철학의 숲길 안내를 맡겨도 좋을 거라는 직감이 든다. 그 직감은 맞았다.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끼얹어진 유머가 얼마나 뇌세포와 안면근육을 동시에 저격하던지, 나는 불이 들어오는 전구처럼 뇌를 반짝이는 동시에 내 허파를 스코틀랜드 백파이프처럼 연주하며 이 책을 읽었다.


저자는 직접 고른 열네 명의 철학자들의 발자취를 좇아 그들이 실제로 살았던 곳이나 그들의 철학이 의미를 가지는 장소들을 하나씩 돌아본다. 주로 기차를 타고. 그래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이 붙었나 보다. 기차는 우리가 생각을 할 수 있는 속도로 달리며, 약간은 시대에 뒤떨어진 퀴퀴한 느낌이 있다는 점에서 철학과 잘 어울린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그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우리를 태워 그리스 아테네,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국 런던, 인도의 델리, 일본 교토, 스위스의 실스마리아, 미국의 와이오밍과 월든, 프랑스 파리 등지를 돌아다닌다.


전공자의 눈으로 봤을 땐 사실 이 책이 생각만큼 철학을 많이 다루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소크라테스 챕터의 밸런스가 무척 좋았는데, 다른 철학자들에게선 그들의 철학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철학자에 더 집중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학술서적을 의도한 게 아닌 이상 이런 느슨함이 오히려 장점이겠다. 사람들이 철학에 관심을 갖게 하거나 철학자라는 종족에게 애정을 갖게 하기엔 차고 넘칠 만큼 충분하다. 독자들은 그동안 좀 어려웠거나 꼴 보기 싫었던 철학자들이 굉장히 사랑스러워지거나 만만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당신에게는 아마 최애 철학자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심심할 때 카톡 보내고 싶은 철학자, 같이 술 마시고 싶은 철학자, 길을 잃는 순간 멘토로 소환하고 싶은 철학자. 프로듀스 101에서처럼, 책을 다 읽고 나서 당신의 철학자에게 투표하셔도 좋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쇼펜하우어에게 투표하고 싶어졌다. 나의 원픽은 늘 장자였는데, 아쉽게도 세상 힙한 장자 할아버지는 이 책에 등장하지 않으신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일에 흄이 등장하여 존재와 당위를 논한다. 이게 이럴 일인가 싶지만 저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함께 편안한 이불 속에서 발버둥치며 세상과 타인, 사명과 의무에 대한 배꼽 빠지는 성찰을 이어간다. 질문왕 소크라테스를 데려와서는 철학의 본질인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더 이상 질문을 오래 품으며 살지 않는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 여기엔 “다른 사람을 짜증나게 하지 않는 사람은 철학자가 아니다”라는 피터 크리프트의 말이 덧붙여진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전혀 진보하지 않은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루소의 철학을 바라보고, 쇼펜하우어와 함께 귀를 쫑긋 세우고 세상의 말과 음악을 들으며 고통을 유예할 수 있는 그런 순간들과 영역을 살핀다. 에피쿠로스를 만나 온갖 불필요한 ‘텅 빈 욕망’ 더미 위에 쌓여 있는 우리의 소비문화를 돌아본다거나, 결과 중심적인 오늘날의 세상에서 오로지 과정에 100퍼센트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하며 “수단과 목적을 혼동한 사람은 스스로를 집어삼킨다”고 했던 간디의 말을 떠올려 보는 건 꽤 의미 있는 일이다. 노인 행동주의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 보부아르를 보면서 어떻게 늙어야 할지, 세상사에 남달리 무능했던 몽테뉴와 어깨동무를 하고 죽음에 어떻게 맞설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타인의 고통에 점점 무감해지는 현대 사회에 ‘관심의 철학자’ 시몬 베유를 소개한 것도, 일본의 궁녀였던 세이 쇼나곤을 “사물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철학자로 담은 것도 좋았다.


이 책은 무엇보다 철학자들을 살아있는 사람으로, 철학은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으로 썼다. 철학자들의 신체 특징이며 생활습관 같은 것을 이 정도로 상세하게 모아놓은 책도 드물지 싶다. 그만큼 철학적 사고는 정신뿐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가만히 앉아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보다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데에 방점을 찍는 책이다. 에릭 와이너는 철학을 굉장히 실용적으로 바라보고, 실제 우리 삶 속에 철학이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 유쾌하게 보여준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철학을 ‘읽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아닌 ‘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부분이었다. 사실 철학은 지식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인데, 오늘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철학을 가르치지 않고 철학에 ‘대해’ 가르친다는 지적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철학은 공부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나의 소크라테스”라고 칭하는 그의 딸, 이 책의 웃음 지분 15% 정도를 차지하는 사춘기 십 대 소녀 소냐의 통찰력 있는 말들이 굉장히 시원스럽고 인상적이다.


의외로 가장 많은 밑줄을 그어가며, 마음에 새기며 읽었던 철학자는 ‘역경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 에픽테토스다. 로마의 노예 출신이었던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는데(철학에도 슈퍼스타가 있고, 꼭 배워야 하는 철학자들이 중요도 순으로 줄 서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번에 주의 깊게 음미하며 읽고 많이 감탄했다. 저자는 소로의 저항 정신은 10대의 마음을 끌고 니체의 불꽃같이 강렬한 아포리즘은 젊은이들을 끌며, 자유를 강조하는 실존주의는 중년의 마음을 사로잡고, 스토아 철학은 나이 든 사람을 위한 철학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조숙한 중년인가 보다. 왜 하필 나이 든 사람을 위한 철학에 끌리나 모르겠네.  


지난 일을 돌아보면 이런 스토아적 태도가 결과를 바꾸진 않았음을 롭도 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롭이 고통을 견디는 방식을 바꿔주었다. 롭은 고통스러웠지만 삶이 다르게 흘러가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더하진 않았다.
대부분이 자기 통제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우리의 통제 밖에 있다.
삶의 많은 것들이 우리의 통제 바깥에 있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지배할 수 있다. 바로 우리의 생각과 충동, 욕망, 혐오감, 즉 우리의 정신적-감정적 삶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헤라클레스의 기운과 슈퍼히어로의 파워가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내면세계만을 제어할 수 있다.
내면세계를 지배하라, 그러면 "천하무적"이 될 것이라고, 스토아 철학은 말한다.
반사 반응은 우리가 그것에 “동의”할 때에만 감정이 된다고 스토아학파는 말한다.(...) 부정적인 최초의 정념을 존중하고 증폭시키기를 선택할 때마다 우리는 불행하기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스토아 철학은 묻는다. 도대체 왜 그러고 싶어 하는가?
정신승리라고? 물론 그렇지만, 이건 도움이 되는 정신 승리다. 어차피 우리의 정신은 늘 현실에 농간을 부린다. 그런 농간을 잘 활용하면 좋지 않겠는가?


다만 한 가지, 에릭 와이너도 홉스를 오해하고 있다. 공자의 인간 본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에릭 와이어는 홉스를 성악설, 루소를 성선설에 가까운 예로 들고 있는데 홉스의 인간은 원래 그렇게 이기적인 인간이 아니며 루소의 인간도 원래 그렇게 선한 인간은 아니다. 홉스의 인간은 똑똑하고 불안한 인간이고, 루소의 인간은 백지에 가까울 뿐이다. 루소보다는 로크 쪽이 오히려 성선설에 가깝다. 그리고 크게 중요한 점은 아니지만, 소크라테스가 아흔아홉까지 살았다는 서술 역시 오류인 듯하다. 일흔에 법정에 서서 사형선고를 받고 일흔 하나에 죽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글을 맺으며, 우리에게 인생 사용법을 설명해 주는 이 열네 명의 철학자들을 고른 기준을 되짚어보면 어떨까. 저자는 “이 사상가들이 지혜를 사랑했고, 그 사랑에 전염성이 있는가?”라는 기준으로 열넷의 사상가를 골랐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추려진 사상가들은 저마다 품었던 질문과 저마다 찾은 답으로 우리에게 다채로운 지혜를 전한다. “우리에겐 늘 지혜가 필요하지만 삶의 단계마다 필요한 지혜가 다르다. 열다섯 살에게 중요한 질문과 서른다섯 살, 또는 일흔다섯 살에게 중요한 질문은 같지 않다. 철학은 각 단계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도 젊은 날에는 루소의 반짝이는 눈과 니체의 패기가 좋았고, 박사 공부를 할 때는 한때 고루하다고 생각했던 공자며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좀 더 귀를 열고 감탄했었다. 지금도 나는 끊임없이, 인류 역사상 똑똑하기로 손꼽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얘기에서 인생 사용법의 팁을 얻고 부족한 지혜를 보충받는다.


뭐야, 철학이 이렇게 매력적인 거였어? 이렇게 반문하며 철학과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 사랑의 불쏘시개로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책이다.   




[리딩맵]: 리딩리딩에는 책과 곁들여 먹으면 좋을 다양한 반찬들을 추천하는 리딩맵이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1.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 사라 베이크웰 저, 조영 역 (이론과실천, 2017)

살구 칵테일 마셔보고 싶습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우리에게 ‘늙어가는 법’을 알려준 보부아르에 흥미를 느꼈다면, 그리고 ‘일상에서의 철학’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책이다. 책의 주인공들은 파리 몽파르나스 거리의 벡드가즈 바에서 살구 칵테일을 홀짝거리며 수다를 떨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레이몽 아롱, 즉 실존주의 철학자들이다. 1940년대에 실존주의는 일종의 문화현상처럼 청년들을 사로잡았고 사르트르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이들의 소소한 대화며 일상, 투닥거림 속에서 ‘삶으로서의 철학’을 맛볼 수 있으며, 생생하고 구체적인 묘사들은 철학책이라기보다는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평가.      


2.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 이진민 (웨일북, 2020)


네, 제 책입니다. 제 책 맞고요.

저자가 직접 양심 없게 골라본 리딩맵.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붙은 부제인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을 포착한 책이다. 임신, 출산, 육아라는 만만치 않은 인생의 변곡점에서 철학이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들을 짚어내고 음미했다.


저자는 아무도 이런 거라고는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던 임신 과정을 거치며 플라톤의 동굴을 떠올렸고, 첫아이를 만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순간에는 아렌트의 시작을, 어린아이들을 양쪽 발목에 달고 노예처럼 서글픈 삶을 살게 되면서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떠올렸다. 망해가는 부부관계에 장자의 지혜를 빌려오고, 육아의 길에서 머리를 싸맬 때마다 멘토로 루소며 맹자, 홉스 등을 소환하는 식이다. 낄낄거리며 읽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철학책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웃길 걸요?)


3. 몽테뉴의 탑(Tour de Montaigne)   


책 속에서 저자가 딸 소냐와 함께 방문하는 탑. 몽테뉴의 탑은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에 있는 ‘몽테뉴 성’의 남쪽 탑이다. 탑만 16세기 당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고, 성은 1885년의 화재로 새로 지어졌다고 한다. 성에는 지금도 후손이 살고 있으며 영지의 포토밭에서는 몽테뉴 이름을 딴 포도주가 매년 나온다고.


몽테뉴의 탑 © Henry Salomé  / 몽테뉴 이름과 <수상록>의 이름을 딴 와인들  


1533년에 태어난 몽테뉴는 1571년께 은퇴한 뒤 이 검소한 삼층짜리 탑으로 들어간다. 서재와 약 1000권의 책을 모은 도서관이 든 탑으로, 말년의 몽테뉴는 이곳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다. 서재 벽에는 라틴어로 ‘나는 서른여덟 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오래전부터 궁정에서의 굴종과 공직의 부담에 지친 나머지, 절반도 남지 않은 여생을 자유롭게 보내기 위해서 이곳에 들어왔다.’라고 쓰여 있으며, 서까래에 새겨진 격언들 사이에서는 책에도 소개된 문장이자 몽테뉴가 직접 프랑스어로 적은 유일한 문장인 “Que sais-je? (나는 무엇을 아는가?)”도 볼 수 있다.


  “몽테뉴의 탑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 몽테뉴는 이 탑의 모든 면을 사랑했다. 탑에서 가족의 포도밭이 내려다보이는 것을 사랑했다. 탑의 고요함을 사랑했다. 눈 돌리는 곳마다 시선 끝에 책이 보이는 것을 사랑했다.” (p. 485)


몽테뉴의 은퇴는 ‘자기 자신에게로의 은퇴’였다. 에릭 와이너는 이를 두고 “몽테뉴는 자신이 사랑한 이 탑에서 세상과의 대화를 끝내고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했다”고 적었다. 몽테뉴는 이곳에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는 <에세>라고 번역된 <수상록(Essays)>을 집필했다. 몽테뉴는 이 책을 두고 "나 자신을 말하는 책이라 독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서문에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수상록>은 후대의 많은 이들을 성찰로 이끌며 큰 사랑을 받았다.


4. 세이 쇼나곤

에릭 와이너는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으로 2부 ‘정오’ 편을 마무리 짓는다. 세이 쇼나곤을 철학자로 명명하는 일은 극히 드문데, 에릭 와이너는 철학이라는 것이 “사물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 “삶을 더욱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면 쇼나곤은 분명 철학자라고 단언한다. 세이 쇼나곤은 일본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즉 ‘평안한 시대’라고 이름 붙여진 시기, 파벌을 나눠 싸우던 이들이 칼을 넣고 붓을 집어 들던 시대이자 미를 숭배하던 시대에 살았던  여성 작가이자 가인(歌人: 와카나 단카를 짓는 사람)이다. <베갯머리 서책>으로 번역되는 수필 <마쿠라노소시>로 유명하다.


964년경 중류 귀족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유명한 가인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일본 고유의 시 와카(和歌)와 한문을 배워 교양을 쌓았으며, 그 명성으로 993년 천황의 비인 중궁 테이시를 보필하는 궁녀 뇨보(女房)로 발탁되었다.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한시에 대한 깊은 이해와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남성들을 당황케 하는 등 당시 여성으로서는 파격적인 이야기들을 여럿 남겼다고 한다. <겐지 이야기>로 유명한 무라사키 시시부가 일기에 적을 만큼 그녀를 상당히 의식했을 정도라고. 풍부한 감성과 수준 높은 학식, 발랄한 문체로 일본 궁궐 귀족사회의 문예와 풍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수필 문학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베갯머리 서책>은 우리말로도 번역되어 출간되어 있다. 오늘날 일본 문화의 바탕이 된 헤이안 시대 미의식의 근본을 발견할 수 있는 글들로 가득하다. 섬세하고 독특한 시각으로 관찰한 것을 감각적인 언어로 표현했고, 천 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독자들을 미소 짓게 하는 기발한 재치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풍부한 감성이 있는 작품.  


5. 에릭 와이너의 다른 책들



에릭 와이너의 유쾌함과 통찰력에 반한 독자들이라면 그의 다른 책들이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그의 책들은 모두 한글로 번역되어 있다. 2008년에 나온 에릭 와이너의 첫 책 <행복의 지도 (김승욱 역, 웅진지식하우스 2008)>는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찾아 떠난 기발한 세계 일주", 2011년 작품인 <신을 찾아 떠난 여행 (김승욱 역, 웅진지식하우스 2013)>은 "‘세상에서 영혼이 가장 따뜻해지는 곳’을 찾아서 떠난 두 번째 기발한 세계일주"라는 소개가 붙어 있다. 그가 2016년 세 번째로 펴낸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는 노승영의 번역으로 2018년 문학동네에서 출간했다. “지성의 오디세이, 여행 일기, 코믹 소설을 하나로 버무린 책”이라는 하버드 대학교 대니얼 길버트 교수의 평이 이 책의 매력을 짐작케 한다.



출판사에서 만드신 재미있는 테스트가 있어서 덧붙여 봅니다.

http://socratest.acrossbook.com/

저는 엄마 쿠키 약탈자 소로가 나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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