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든 장난감, 손가락 인형
새로운 매거진을 또 하나 시작합니다.
예정엔 없었지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급작스럽게 탄생한 매거진입니다.
제가 아이들과 지내오면서 뽀시락 뽀시락 만들어 놀았던 장난감과 놀이를 소개하는 곳이에요.
브런치는 글이라는 문자 매체에 큰 방점이 찍힌 공간이지만, 이 매거진은 글보다는 조그만 아이디어와 사진에 밑줄이 그어지는 곳이 될 겁니다.
글 쓰는 공간에 이런 걸 올려도 될까,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사는 모습이 보일 수밖에 없을 텐데 괜찮을까, 사실 별다른 장난감이 따로 없어도 잘 노는 게 아이들인데...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육아에 관심 있는 분들이 글을 읽으러 종종 들르시는 듯해서 이런 경험을 나누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작은 아이디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저부터도 신기했던 경험이 종종 있었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며 웃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가장 행복하니까요.
품이 많이 드는 놀잇감도 종종 올라오겠지만 기본적으로는
1)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소재나 재활용품을 재료로 하는 놀이
2) 만들다 지쳐 쓰러지지 않을 만한 간단한 놀이
3) 정직한 장단점 소개
를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제 뱃속...이 아니라 마음속에.
보시고 괜찮겠다 싶으면 함께 해 보시고, 또 이렇게 개선하면 더 좋겠다 싶은 부분을 이 곳에 나누어 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아이를 위해 가장 처음 만들었던 장난감은 요놈들입니다. 첫 아이를 가지고서 틈틈이 하나씩 만들었어요.
바느질을 오래 하지 않아도 되는 조그만 손가락 인형이에요. 인형은 하나 만들려면 바느질을 어마어마하게 해야 하는데, 손가락 인형 정도는 내가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요렇게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다던가, 닭은 달걀을 품고 있다든가, 하는 식으로 특징을 하나씩 담으려고 했고요.
아차차. 글을 다 쓰고서 장난감 상자 아래에 처박힌 개구리 왕자님 발견. 얘들아 모여 봐. 다시 주섬주섬 모아서 사진 찰칵.
난이도 ★★★☆☆
(박음질과 버튼홀 스티치만 알면 끝)
시간과 인내심 ★★★★★
(좋아하시면 즐거움. 하나 만드는 데 약 15분에서 30분 소요.)
재료 ★★★☆☆
(펠트천 세트와 눈으로 사용할 구슬 한 팩. 미국에서는 사기도 쉽고 저렴했는데 한국은 어떨지 잘 몰라서 별 세 개.)
내구성 ★★★★☆
(둘째가 바나나를 잡아 늘여 좀 늘어난 것 빼곤 씹고 물고 뜯었는데도 대체로 멀쩡)
아이들의 호응도 ★★★☆☆
활용도 및 엄마의 만족도 ★★★★★
(크흐흐흐흐흐)
가능 연령대 : 0세부터 가능
* 가능 연령대를 0세로 해 놓은 것은 이걸 원래 끈에 집게로 조로록 걸어서 아기 기저귀 테이블 옆 벽에 붙여 두고 기저귀 갈 때 보게 했기 때문에 저리 한 거고요(아기가 굉장한 관심을 보이긴 해서 흐뭇했습니다), 혹시 눈동자로 사용한 구슬을 아기가 삼킬까 봐 실제로는 두 살 반 이후부터 갖고 놀라고 줬습니다. 처음부터 그 부분이 걱정되어 튼튼하게 달아서 그런지 씹고 뜯고 맛보아도 눈이 떨어지는 사태는 없었습니다.
* 호응도는...
아기 때는 몹시 열망하였으나 크고 나니 오히려 그저 그렇다는 아픈 결과. 음하하하하.
저는 아이들이 손가락에 끼우고 이야기를 만들어 노는 장면을 상상하였으나 실제로는 다섯 손가락에 끼웠다 시크하게 빼는 놀이, 집게로 끈에 걸어 놓는 놀이, 숫자를 세는 놀이 등등을 더 즐기더이다.
하지만 "토끼는 당근 먹어어" "코끼이는 나나(바나나) 좋아해" 등등을 얘기하길 좋아했고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노래를 마스터하여 미친 듯 반복하는 부작용(음?)이 있었답니다.
요즘 들어서는 동물원 놀이를 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드래곤에게는 무슨 먹이를 주어야 하는지 둘이 고민하더군요.
* 난이도는... 바느질을 즐기신다면 별 거 아닌 거고, 바느질이 싫으시다면 짜증 나는 고난도. 하지만 우리에겐 펠트천을 붙일 수 있는 특수한 풀이 있다는 사실! 아이들과 이런 인형을 만들고 싶으시다면 풀을 구입하셔서 해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다만 입에 넣지 않는 5-6세 좀 큰 아이들이어야 할 것 같고요.
* 결론. 사실 이건 아이들 장난감보다는 엄마의 만족을 위한 데코 소품인 거죠. 태교를 한다는 마음으로 엄마가 요 놈들을 하나둘씩 만들어 두면 후에 활용도가 좋답니다. 주로 이렇게 사용합니다.
백일상, 돌상, 생일상, 뭔가 허전하다 싶으면 등장하는 효자 데코 상품.
따라서 장난감으로는 그저 그렇다 하겠습니다.
그럼 호모 루덴스적 삶을 지향하는, 궁상맞음과 창의적임의 경계를 넘나드는 <엄마의 장난감 공장>,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