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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공룡과 오징어

Taggie Dolls: 작은 손가락이 쏙쏙 들어가요

by 이진민

이번에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첫째가 아직 찹쌀떡이던 시절에 만들었던 인형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낡은 정든 파자마를 잘라 만든 엄마표 인형.

캬아아아아앙 용맹하다 ⓒ a little teapot

때는 바야흐로 2014년 가을.

좋아했던 수면 바지의 고무줄이 수명을 다 하는 사태가 발생. (아니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고무줄이..)

sticker sticker

(임신 때문일 거야... 그치?)


보들보들 촉감도 좋고, 색감도 다정하고 하트도 뿅뿅.

요놈을 일찌감치 아이 인형 재료로 낙점해 두었습니다.


아기들은 조그만 손에 잘 걸리고 잘 잡히는 리본 택을 좋아한대요. 이건 너 뱃속에 있을 때 현오 삼촌이 주신 맛있는 초콜릿이고, 이 리본은 작은 이모가 한국에서 보내 준 배냇저고리, 요건 윤지 이모가 사 준 멍멍이 목욕 가운, 이건 현정 이모가 골라 준 꼬까옷이야- 하고 얘기해 주려고 선물 받았던 포장 리본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감사할 줄 아는 꼬맹이로 컸으면 좋겠다는 제 바람을 담고 싶었습니다.



만들어 볼까요.


재료: 낡은 파자마, 펠트 조각(이름과 공룡 눈), 포장 리본들(뿔... 인가요? 공룡박사님 나와주세요!), 인형 솜(없으시면 낡고 구멍 난 양말 같은 것을 잘라서 넣어 줘도 괜찮습니다)


만들기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1. 먼저 종이에 공룡 밑그림을 그려서 천에 대고 분필이나 연필 같은 것으로 표시.
시접 부분을 좀 넉넉히 두어 두 장 오려냅니다. 즉 실제 공룡보다 천을 1센티미터 정도 크게 오리면 되겠어요.
주의) 솜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공룡은 좀 둥글둥글 토실한 형태로 그려야 편합니다.

근데 이면지에 왜 클림트 그림이 들어있는 거지 ⓒ a little teapot


2. 등의 곡선에 맞춰 택을 달아 주고 바느질.

시침핀이 없어 바늘로. 남편 반짇고리에 바늘이 백 개쯤 든 통이 있더라고요. ⓒ a little teapot
이런 걸 할 때면 재봉틀 지름신이 성스럽게 강림한다 ⓒ a little teapot


3. 과정 사진은 없지만, 펠트 천과 색실로 공룡 얼굴과 아이 이름도 표현해 주세요.
아이 이름의 철자 수가 적은 것은 저에게도 아이에게도 큰 축복입니다. 음하하하.
주의) 저는 리본을 먼저 붙이고 시작했지만, 사실 3번 작업을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느질하기에는 제일 편해요.

자매품 엠마 공룡과 클로이 공룡. 놀러 온다기에 선물용으로 만들었습니다. ⓒ a little teapot


4. 1) 리본과 이름이 안쪽으로 가도록 양쪽 면을 잘 맞춰 쭉 이어 박아 줍니다. 뒤집을 창구멍(꼬리 밑부분이 편해요) 남겨두고요. 2) 바느질을 다 하셨다면, 뒤집을 때 천이 울지 않도록 사진의 파란 선을 따라 가위집을 슥슥 내줍니다. (바느질 한 부분까지 시크하게 잘라버리지 말고!!! 위로 1밀리까지만!!!)

저기 창구멍 보이시나요 (오른쪽 아래 동그라미) ⓒ a little teapot

주의) 공간이 넉넉한 등 쪽에만 리본을 달았다면 상관없지만, 얇은 공룡 꼬리 부분까지 쭉 붙였다면 양쪽 면을 함께 박을 때 리본이 같이 바느질되지 않게 주의하세요. 슥슥 안으로 잘 밀어 넣으면서 하시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 고등학교 가사 시간에 미니 한복 저고리 만들 때, 무릎에 놓고 바느질하다가 교복 치마에 한복 저고리를 함께 꿰매버렸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모두들 빵 터진 와중에 혼자 욕을 주기도문처럼 외우며 꿰맨 부분을 모조리 뜯던 그 모습. :-)


5. 뒤집어서 솜을 마구 넣은 다음 (젓가락 최고!) 창구멍을 감침질로 막아주시면 완성.

뒤집는 중. 다리 하나가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 a little teapot


* 인형으로 쓰다가 아이가 커서 잘 갖고 놀지 않게 되면 이렇게 방문에 이름표로 달아주셔도 좋습니다. 원래 예쁜 압정으로 꾹 박았었는데 아이가 잡아당겨 자꾸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안전하고 후지게 테이프로 붙였습니다.

필라델피아 집에 있던 지음이 방 ⓒ a little teapot



이번에는 자매품 오징어.

아이의 찢어진 내복으로 작은 오징어와 저 위 문고리에 걸린 부엉이(...입니다. 부엉이. 착한 마음으로 보시면 부엉이예요.)를 만들었는데 공룡보다 더 잘 가지고 놀았습니다. 찢어질 때까지.

아이가 꼭 쥐고 놀았던 흔적 ⓒ a little teapot

긴 끈(위험하지 않도록 좀 쿠션감이 있는 통통한 끈, 아프지 않고 잘 조이지 않는 끈으로 해 주세요. 쇼핑백 손잡이 줄이 최곱니다.)을 달아서 저렇게 유모차 캡슐에 달아주기도 했고, 나중엔 카시트 옆 창문 손잡이에 달았습니다.

손 끼워서 물고 빨고, 손가락 넣어 보고, 바람에 휭휭 날리는 거 보기도 하고, 바람에 날리면 까르르 잡기 놀이도 하고, 하트 하나씩 뜯고, 정말 잘 가지고 놀았습니다.

이렇게 보니 많이 컸네요. 아, 언제 이렇게 컸지. ⓒ a little teapot


난이도 ★★★☆☆
(박음질과 감침질만 알면 되는데, 인형 만들기에 있어 지능이 약간 필요합니다. 허허.)

시간과 인내심 ★★★★★
(공룡 기준으로 하나 만드는 데 약 2시간)

재료 ★★★☆☆
(저는 모두 집에 있던 재료라 돈이 안 들었지만 펠트천과 인형 솜이 필요하실 수 있으므로 별 세 개)

내구성 ★★★★☆
(공룡은 내구성 훌륭. 오징어는 묶어 놓고 잡아당기거나 앙 물어뜯는 경우가 많아 아무래도 끈 연결 부분부터 서서히 낡아갑니다. 그래도 제 수명을 훌륭히 다 했다고 생각함.)

아이들의 호응도 ★★★☆☆
(공룡 인형은 생각보다 장난감으로서는 별로. 손에 꼭 쥐고 놀 수 있는, 끈 달린 오징어가 호응이 좋았어요.)

엄마의 만족도 및 감사의 기억 ★★★★★
(후후. 내 정든 파자마와 이별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볼 때마다 세상에 온 제 아이를 환영해 주셨던 고마운 마음들이 떠올라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가능 연령대 : 0세부터 가능

둘째 때는 마음도 바쁘고 몸도 바빠서 만들어 주지 못했는데, 슬슬 하나 만들까 생각 중입니다.
이사 가서 아이들 방이 생기면 문에 이름표로 달아주려고요.

공룡, 오징어 말고 또 뭐가 좋으려나.
해님처럼 잘 웃으니 해님으로 할까. 그럼 얼굴에 이름이 들어가야 하니 귀여움이 좀 떨어질 것 같은데.
말갈기로 표현하면 좋겠지만 말띠는 첫째고... 둘째는 원숭이띠지만 원숭이에는 택이 달리기 어렵고.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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