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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Aug 26. 2019

[장난감] 공룡과 오징어

Taggie Dolls: 작은 손가락이 쏙쏙 들어가요

이번에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첫째가 아직 찹쌀떡이던 시절에 만들었던 인형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낡은 정든 파자마를 잘라 만든 엄마표 인형.

캬아아아아앙 용맹하다 ⓒ a little teapot

때는 바야흐로 2014년 가을.

좋아했던 수면 바지의 고무줄이 수명을 다 하는 사태가 발생. (아니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고무줄이..)

(임신 때문일 거야... 그치?)


보들보들 촉감도 좋고, 색감도 다정하고 하트도 뿅뿅. 

요놈을 일찌감치 아이 인형 재료로 낙점해 두었습니다.


아기들은 조그만 손에 잘 걸리고 잘 잡히는 리본 택을 좋아한대요. 이건 너 뱃속에 있을 때 현오 삼촌이 주신 맛있는 초콜릿이고, 이 리본은 작은 이모가 한국에서 보내 준 배냇저고리, 요건 윤지 이모가 사 준 멍멍이 목욕 가운, 이건 현정 이모가 골라 준 꼬까옷이야- 하고 얘기해 주려고 선물 받았던 포장 리본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감사할 줄 아는 꼬맹이로 컸으면 좋겠다는 제 바람을 담고 싶었습니다.



만들어 볼까요.


재료: 낡은 파자마, 펠트 조각(이름과 공룡 눈), 포장 리본들(뿔... 인가요? 공룡박사님 나와주세요!), 인형 솜(없으시면 낡고 구멍 난 양말 같은 것을 잘라서 넣어 줘도 괜찮습니다)


만들기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1. 먼저 종이에 공룡 밑그림을 그려서 천에 대고 분필이나 연필 같은 것으로 표시.
시접 부분을 좀 넉넉히 두어 두 장 오려냅니다. 즉 실제 공룡보다 천을 1센티미터 정도 크게 오리면 되겠어요.
주의) 솜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공룡은 좀 둥글둥글 토실한 형태로 그려야 편합니다.

근데 이면지에 왜 클림트 그림이 들어있는 거지 ⓒ a little teapot


2. 등의 곡선에 맞춰 택을 달아 주고 바느질.

시침핀이 없어 바늘로. 남편 반짇고리에 바늘이 백 개쯤 든 통이 있더라고요. ⓒ a little teapot
이런 걸 할 때면 재봉틀 지름신이 성스럽게 강림한다 ⓒ a little teapot


3. 과정 사진은 없지만, 펠트 천과 색실로 공룡 얼굴과 아이 이름도 표현해 주세요.
아이 이름의 철자 수가 적은 것은 저에게도 아이에게도 큰 축복입니다. 음하하하.
주의) 저는 리본을 먼저 붙이고 시작했지만, 사실 3번 작업을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느질하기에는 제일 편해요.

자매품 엠마 공룡과 클로이 공룡. 놀러 온다기에 선물용으로 만들었습니다. ⓒ a little teapot


4. 1) 리본과 이름이 안쪽으로 가도록 양쪽 면을 잘 맞춰 쭉 이어 박아 줍니다. 뒤집을 창구멍(꼬리 밑부분이 편해요) 남겨두고요. 2) 바느질을 다 하셨다면, 뒤집을 때 천이 울지 않도록 사진의 파란 선을 따라 가위집을 슥슥 내줍니다. (바느질 한 부분까지 시크하게 잘라버리지 말고!!! 위로 1밀리까지만!!!)

저기 창구멍 보이시나요 (오른쪽 아래 동그라미) ⓒ a little teapot

주의) 공간이 넉넉한 등 쪽에만 리본을 달았다면 상관없지만, 얇은 공룡 꼬리 부분까지 쭉 붙였다면 양쪽 면을 함께 박을 때 리본이 같이 바느질되지 않게 주의하세요. 슥슥 안으로 잘 밀어 넣으면서 하시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 고등학교 가사 시간에 미니 한복 저고리 만들 때, 무릎에 놓고 바느질하다가 교복 치마에 한복 저고리를 함께 꿰매버렸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모두들 빵 터진 와중에 혼자 욕을 주기도문처럼 외우며 꿰맨 부분을 모조리 뜯던 그 모습. :-)


5. 뒤집어서 솜을 마구 넣은 다음 (젓가락 최고!) 창구멍을 감침질로 막아주시면 완성.

뒤집는 중. 다리 하나가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 a little teapot


* 인형으로 쓰다가 아이가 커서 잘 갖고 놀지 않게 되면 이렇게 방문에 이름표로 달아주셔도 좋습니다. 원래 예쁜 압정으로 꾹 박았었는데 아이가 잡아당겨 자꾸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안전하고 후지게 테이프로 붙였습니다.

필라델피아 집에 있던 지음이 방 ⓒ a little teapot



이번에는 자매품 오징어.

아이의 찢어진 내복으로 작은 오징어와 저 위 문고리에 걸린 부엉이(...입니다. 부엉이. 착한 마음으로 보시면 부엉이예요.)를 만들었는데 공룡보다 더 잘 가지고 놀았습니다. 찢어질 때까지.

아이가 꼭 쥐고 놀았던 흔적 ⓒ a little teapot

긴 끈(위험하지 않도록 좀 쿠션감이 있는 통통한 끈, 아프지 않고 잘 조이지 않는 끈으로 해 주세요. 쇼핑백 손잡이 줄이 최곱니다.)을 달아서 저렇게 유모차 캡슐에 달아주기도 했고, 나중엔 카시트 옆 창문 손잡이에 달았습니다.

손 끼워서 물고 빨고, 손가락 넣어 보고, 바람에 휭휭 날리는 거 보기도 하고, 바람에 날리면 까르르 잡기 놀이도 하고, 하트 하나씩 뜯고, 정말 잘 가지고 놀았습니다.

이렇게 보니 많이 컸네요. 아, 언제 이렇게 컸지. ⓒ a little teapot


난이도 ★★★☆☆
(박음질과 감침질만 알면 되는데, 인형 만들기에 있어 지능이 약간 필요합니다. 허허.)

시간과 인내심 ★★★★★
(공룡 기준으로 하나 만드는 데 약 2시간)

재료 ★★★☆☆
(저는 모두 집에 있던 재료라 돈이 안 들었지만 펠트천과 인형 솜이 필요하실 수 있으므로 별 세 개)

내구성 ★★★★☆
(공룡은 내구성 훌륭. 오징어는 묶어 놓고 잡아당기거나 앙 물어뜯는 경우가 많아 아무래도 끈 연결 부분부터 서서히 낡아갑니다. 그래도 제 수명을 훌륭히 다 했다고 생각함.)

아이들의 호응도 ★★★☆☆
(공룡 인형은 생각보다 장난감으로서는 별로. 손에 꼭 쥐고 놀 수 있는, 끈 달린 오징어가 호응이 좋았어요.)

엄마의 만족도 및 감사의 기억 ★★★★★
(후후. 내 정든 파자마와 이별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볼 때마다 세상에 온 제 아이를 환영해 주셨던 고마운 마음들이 떠올라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가능 연령대 : 0세부터 가능

둘째 때는 마음도 바쁘고 몸도 바빠서 만들어 주지 못했는데, 슬슬 하나 만들까 생각 중입니다.
이사 가서 아이들 방이 생기면 문에 이름표로 달아주려고요.

공룡, 오징어 말고 또 뭐가 좋으려나.
해님처럼 잘 웃으니 해님으로 할까. 그럼 얼굴에 이름이 들어가야 하니 귀여움이 좀 떨어질 것 같은데.
말갈기로 표현하면 좋겠지만 말띠는 첫째고... 둘째는 원숭이띠지만 원숭이에는 택이 달리기 어렵고.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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