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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Jul 21. 2019

[놀이] 휴지 산 쓰러뜨리기

층간소음 프렌들리 놀이를 찾으십니까

독일이 유독 그런 지 모르겠는데, 축제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작년에 근처 마을 축제에 갔을 때의 영상. 두 살도 되지 않았던 막내를 코 앞까지 운반하여 기회를 주신 다정하고 고마운 언니들. ⓒ a little teapot

너른 잔디밭에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깡통들을 놓고 호쾌하게 발로 공을 뻥 차는 영상도 있으나, 함께 사는 R군의 모습이 너무 적나라하게 나와서 측은지심으로 보호해 주기로 합니다.

... 사실 측은지심(가엾게 여기는 마음)인지 수오지심(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인지 좀 헛갈리기도 합니다만.


이 놀이는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의 올해 Sommerfest(여름 축제)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유치원의 올해 테마가 '우리가 사는 세계'라서 게임 시간은 각국의 놀이로 꾸며졌어요. 이 깡통으로 쌓은 산은 중국 체험으로 등장했기에 한자들이 입혀져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간자를 만들 때 사랑(愛)에서 왜 하필 마음(心)을 뺐을까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 a little teapot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엄마가 마신 무수히 많은 맥주 캔들을 (흠흠) 쌓아놓고 비슷한 놀이를 하도록 했습니다.

(깡통을 사용하실 때에는 아이들이 손가락을 다칠 수 있으니 주댕이 부분을 테이프로 한 번 살짝 마감해서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와장창 와장창 너무나 신나긴 하지만.

아무래도 너무 시끄럽지 뭡니까.


그래서 생각한 것이 두루마리 휴지.

층간소음 프렌들리 놀이를 찾는 자가 있다면 눈을 들어 두루마리 휴지를 보게 하라 ⓒ a little teapot

깡-깡- 신나는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좀 단점이긴 하지만, 아이들은 무지 신나게 놉니다.

작은 책상에 놓고 공을 던지기도 하고, 바닥에 쌓아 놓고 자동차를 굴려서 와르르 쓰러뜨리기도 합니다.

고무줄이 감기는 원리로 앞으로 가게 되어있는 자동차들이 있어요. 한동안 꼬마 자동차들을 조준해서 발사하며 놀더니, 그 자동차는 아무래도 휴지 산을 와르르 무너뜨리기에는 힘이 좀 약했나 봅니다. 이윽고 조금만 건드려도 넘어가는 대왕 몬스터 트럭 등장.

물론 쌓는 방식도 마음대로 ⓒ a little teapot


저렇게 살살 쓰러뜨려 놓고 뭐가 신나는지 모르겠... ⓒ a little teapot

두루마리 휴지는 참 좋은 장난감입니다.

안전하고 보드랍고 소음도 없는 데다 블록처럼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휴지를 징검다리처럼 늘어놓고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가상의 시냇물을 건너는 놀이도 재밌고, 휴지 두세 칸을 팽팽히 잡고 손이나 발로 격파를 하라고 해도 아주 좋아합니다.

잠깐 너 발은 깨끗하니 ⓒ a little teapot

사실 휴지만 몇 롤 데굴데굴 굴려줘도 아이들은 알아서 놉니다.

아래 사진은 저희 아가들이 창조한 놀이.

독일에서 파는 아이들용 요거트 용기는 휴지심 구멍 안에 쏙 들어가더군요. 저렇게 늘어놓고 색깔별로 구슬을 넣는 놀이를 하는 광경을 목격. ⓒ a little teapot
재료 ★ ★ ★ ★ ☆
(집에 두루마리 휴지가 없는 집은 없겠지만, 남은 개수가 하필 네 개나 다섯 개라면 소량의 짜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별 네 개)  

아이들의 호응도 ★ ★ ★ ★ ★
(엄마가 휴지를 줬다아아!!!)

층간소음 프렌들리 지수 및 엄마의 마음의 평화 ★ ★ ★ ★ ★
(예압 피쓰)

안전성 ★ ★ ★ ★ ★
(뜯어먹지만 않도록 주의를... )

가능 연령대: 두 살 반 이후부터 아마 초등학교 형 누나들도 좋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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