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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Jan 12. 2020

6유로의 행복, 패밀리 패스

우리나라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돠

이 글은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좋아하는 해외 리포터'들이 같이 만들어가는 매거진 <해외특파원이 발견한 제3의 공간>에 싣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모여 협업하는 공간이고, 저는 일원으로(특파된 적은 없지만 어쨌든 독일 특파원) 참여합니다.


2020년이 되고 우리 동네 Rathaus(동사무소... 는 옛날 표현이고 요즘은 주민센터인가요? 흠흠.)가 열자마자 우리는 이놈을 집어왔습니다.
이름하여 Münchner Familienpass 2020.
뮌헨 지역에 사는 가족들이 올 1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쿠폰북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페이지가 자그마치 140 페이지에 달하는 은혜로운 구성

이런 게 있다는 정보를 듣고 지난 10월쯤 사러 갔더니 이미 다 팔리고 없더라고요. 온라인으로도 주문할 수 있었지만 담당자분께서 말씀하시길, 1년 단위로 쓸 수 있는 패스인데 2019년은 이제 접혀 가니 새해에 새로 마련하는 게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말을 잘 듣습니다.


이제 이 패밀리 패스에 대해 알아볼까요.


패밀리 패스란 무엇인가요?


가족 활동을 계획할 때, 새로운 곳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울 때가 있죠. 이럴 때 도움을 주는 패스로, 뮌헨시에서 예산을 책정하고 발행한다고 합니다. 뮤지엄이나 놀이공원, 과학관, 각종 워크샵이나 클래스 등 다양한 곳의 무료 입장권, 바우처, 할인권 등 약 200여 가지의 특별한 오퍼들이 가득.


특히 저희처럼 외국에서 왔거나 여기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아닌 경우, 아이들을 데리고 어딜 가면 좋을지 모르겠을 때가 종종 있거든요. 이럴 때 옵션을 보여주고 가이드를 주는 제안서로도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된 동화책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도서관이 뮌헨에 있다는 사실을 이 패스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답니다.)

어떻게 얻을 수 있나요?


뮌헨 시민들은 시내에서 구입할 수 있고,  다하우 등 인근 지역의 주민들은 거주 지역 안의 주민센터에서만 구입하게 되어 있습니다. 온라인으로도 주문 가능하다고 해요. 가격은 이 놀라운 구성이 단지 6유로! 패스 안에 어른 한 명과 아이 한 명이 뮌헨에 있는 Hallenbäder 수영장에 무료입장할 수 있는 쿠폰이 두 장 들어있는데요, 여기에만 가도 본전이 바로 회수됩니다.   

 이건 대체 수영장이야 오페라하우스야 (Hallenbäder 수영장. 사진출처: swm.de)


누가 혜택을 볼 수 있나요?


1) 지역

저희가 산 패스는 뮌헨과 그 인근 지역(Dachau, Ebersberg, Freising and Starnberg districts )에서 사용 가능한데, 지자체마다 그곳의 협력업체들과 함께 이런 패스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 같아요. 아래 사진은 베를린시의 패밀리 패스입니다.

문화예술의 도시답게 여기가 더 고급져 보이지만 부러워하지 않기로 한다

2) 대상 가족


두 명의 어른과 17세까지의 아동 네 명을 기준으로 합니다. 자녀가 더 많은 대가족은 Stadtjugendamt(독일의 아동청소년 복지과 같은 곳)에 따로 신청을 하면 추가적으로 돈을 내지 않고 패스를 한 권 더 받을 수 있다고 해요.


가족의 정의는 느슨합니다. 어린이가 있는 곳이 바로 가족이 만들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실제적인 가족 관계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또박또박 적혀있네요.
Das verwandtschaftliche Verhältnis ist dabei nicht ausschlaggebend, denn „Familie ist da, wo Kinder sind!“ (The relationship is not crucial, because "Family is where children are!")

(이렇게 문장이 아름다울 데가.)

따라서 엄마나 아빠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 위탁 가정, 조부모가 키우는 가정, 아이를 키우는 동성애 부부를 가리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뙇 박혀있습니다. 돌보는 어른과의 관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의 존재 자체가 중요하다는 말이겠지요. (좋아하는 영화 <가족의 탄생>이 떠오르네요.)


어떻게 사용하나요?


1) 유효기간은 매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인데 쿠폰에 따라서 특별한 시즌에만 가능한 경우도 있어요. 방학 중에만 열리는 행사라든가, 딸기 농장 체험, 여름 축제, 스케이팅처럼 계절을 타는 활동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워크샵이나 클래스의 경우에는 미리 신청 및 접수를 해야 하는 것들도 많으니 관심 가는 것이 있으면 미리 신청을 잘해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2) 쿠폰의 경우에는 가위 표시가 그려져 있는데요.  이 쿠폰을 오려서, 책자 뒷면의 패밀리 패스와 함께 제시하면 됩니다.

좌) 담당자 분의 사인이 들어간 패스. 개인정보가 있어서 좀 가렸습니다. 우) 가위 표시 보이시죠? 제가 몹시 사랑하는 Erding 온천이 있기에 꺅 소리와 함께 찍어 보았습니다.

즉 왼쪽의 패스를 지갑에 넣어 다니면서, 오린 쿠폰과 함께 제시.

참고로 오른쪽 사진에 보면 맨 마지막에는 가위 표시가 없고 패스 그림만 있죠? 그럴 경우에는 따로 쿠폰을 오려 제시할 필요 없이 패스만 보여주면 되는 겁니다.

 

3) 그리고 딱히 다른 얘기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적어도 어른 한 명과 아이 한 명이 함께 써야 합니다. 패스를 갖고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란 말이지, 애들 없이 부모들만 신나게 놀러 다니지 말라는 말 같습니다. 허허허.


사실은 예전에 아이들 때문에 제대로 구경 못했던 레지던스 뮤지엄(유럽은 정말 왕, 왕비, 공주와 왕자들이 있던 곳이라 그런지 궁전이며 방이며 보석들이 휘황찬란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쿠폰이 있길래 혼자 조용히 다시 가볼까 했는데, 셀프 맴매하며 반성했어요.


파트너, 즉 함께 참여하는 협력 업체들의 선정 기준은?


1) 시에서 주체가 되어 함께 하기를 희망하는 단체나 업체들을 꾸준히 모집하는데, 특히 생태학적이고 친환경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어 선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겨울 숲을 탐험한다든가, 하이킹을 하면서 들풀에 관해 알아야 할 것을 배운다든가, 친환경적인 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구경하러 간다든가, 모닥불을 피우고 쏟아지는 별 아래서 야생동물도 만나고 재밌는 놀이도 하는 등의 자연친화적 활동이 많아요. 그리고 헌 옷 등 리폼/리사이클 워크샵 체험의 기회를 준다든가, 자전거 샵이나 오가닉 마켓 할인권을 듬뿍 넣어두어 사람들의 대안적 삶을 유도하는 움직임도 두드러집니다.


2) 또한 아이들이 성숙한 시민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그런 방향의 활동이나 체험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자신의 삶 속에서 지구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불은 무엇이며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체험하고, 반려견 반려묘 면허증 클래스처럼 다른 생명을 존중하는 법과 책임감을 배우고, 엄마와 딸이 여성으로서 안전하게 삶을 살 수 있도록 놀이와 연습을 통해 배우는 기회(동일하게,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를 대비하는 아빠와 아들을 위한 클래스도 있어요)들이 눈에 띕니다.

개인적으로는 땅 속 하수도를 돌아다니고 그 안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나는 체험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뮌헨시의 중앙 하수도 자체가 백 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가진 역사적 가치가 있는 소재기도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을 보고 낮은 곳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3) 기본적으로는 뮌헨에 귀여운 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뮌헨이 자랑하는 여러 곳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풍부히 제공합니다. 자신이 사는 곳은 어디며, 무슨 자산들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가. 
즉, 뮌헨이 자랑하는 아름다운 성과 오래된 교회와 탑들, 그리고 알프스와 가까운 아름다운 자연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많고요. 시티투어 버스나 뮌헨의 자랑 FC 바이에른 축구팀과 관련된 체험까지 두루두루 포진해 있습니다.


4) 그저 수동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뭔가 되어보고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들이 많다는 점, 아이들의 실제 삶과 친숙한 곳들을 직접 방문해 볼 수 있다는 점도 너무 매력적입니다.  

아이들이 탐정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고, 목수가 되어 자동차나 좋아하는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 보고, 가족들이 모여 호숫가에서 뗏목을 만들어 보고(오와).
동화책이 만들어지는 곳과 초콜렛이 만들어지는 공장을 가보는 시간. 친숙한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 방송국을 견학하거나, 아이들이 연극 무대를 직접 만져보고 무대 관련 프로젝트를 발표할 수 있는 기회. 늘 식탁에 올라오는 치즈나 빵을 만드는 농장 체험,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일들이 일어나는 시청을 가보는 일.

이런 체험에서는 공간뿐 아니라 시간도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핸드폰과 컴퓨터가 없던 시절의 놀이들을 체험해 보는 기회와, 태블릿으로 창의적인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일이 같이 들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더군요.

5)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이 돋보이는 부분들도 눈에 뜨입니다.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지역의 요리를 엄마 아빠랑 함께 배워,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서 난민에 대해 알아보는 요리교실이 이 패스의 가장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왠지 마음을 뭉클하게 합니다. 즐거운 아프리카 리듬에 젖어 보기도 하고, 부활절에 먹을 수 있는 채식 요리를 배우기도 하고, 유대인들의 설 명절인 로쉬 하샤나에 먹는 맛있는 꿀빵과 꿀사과를 만들어 보면서 독일과는 아픈 역사가 있는 그들의 풍습에 대해서도 배웁니다. 신밧드와 알리바바의 땅인 아랍에 관한 시간도 있어요. 그곳 아이들의 일상은 어떠하며 관습과 문화는 어떤지, 글자는 어떻게 생겼고 어떤 재미있는 동화들이 있는지 배울 수 있는 시간.


이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살펴보니 책자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초록, 빨강, 그리고 파랑.


<그린 섹션(Angebote des Stadtjugendamtes)>

주로 워크샵이나 행사, 클래스 같은 오퍼들이 모여있는 섹션입니다. 이 부분은 시에서 주최하고 제공하는 행사들이 많아서 제가 바로 앞부분에서 다섯 가지로 정리한, 협력 엽체 및 파트너들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에요.  

월별로 정리된 목차인데 이렇게나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빼곡해서 눈이 아픈 게 아니라 제가 흐리게 찍어서 눈이 아프신 겁니다.

흥미 있는 기회들이 정말 많은데, 아무래도 워크샵이나 클래스, 행사 같은 것들이다 보니 여섯 살 이상으로 나이 제한이 있는 것들, 정원이 있어서 빨리 차는 것들이 많은 듯합니다. 아이들이 부지런히 크고 저도 독어가 여섯 살 수준이 되면 (흠흠) 앞으로 많이 참여해 보고 싶어요.

시간과 장소, 가능 연령대, 준비물, 신청 방법 등이 자세히 나와 있는데 저 왜 이렇게 계속 사진을 못 찍죠. 쯧쯧.


<레드 섹션(Freizeit, Sport und Bildung)>

여가, 스포츠, 교육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네요.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가장 쏠쏠한 섹션이 되겠습니다.
제가 맹렬히 사랑하는 부흐하임 뮤지엄과 레지던스를 비롯한 각종 뮤지엄, 아이들이 열광하는 거대한 실내 놀이터와 수영장 및 놀이공원들, 지난겨울에 가서 몸을 담그니 부러울 것이 없던 에어딩 온천(이라기보다는 따뜻한 수영장과 사우나가 들어찬 거대 돔으로, 전 세계에서 젤로 크다고 합니다),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는 각종 공원, 시티 투어 버스 및
 관광 명소 입장권, 스키 학교, 댄스 클래스 등 각종 스포츠(태권도도 있습니다!)와 발레나 오페라, 인형극 등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오퍼들이 있어요.
가족끼리 방탈출 게임을 즐기는 Mystery Room이라는 것도 있더군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특히 제 시선을 끌었던 것은 뮌헨의 districts (종로구, 서초구 같은 구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별로 놀이공간이나 녹지, 청소년 회관 같은 시설들이 어디 있는지 자세히 알려주는 지도책 쿠폰이었어요. 우리나라 C-Program 측에서 만드시는 놀이지도 비슷한 건가 봅니다. 저는 뮌헨 외곽 시골마을에 살아서 해당되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그린 지도와 그림들을 이용해 만든 지도책이라고 하니 굉장히 궁금해졌어요.  

<블루 섹션(Leben und Alltag)>

일상생활에서 아이들과 쓸 수 있는 쿠폰들.
오가닉 마켓, 책방, 미용실, 빵집, 장난감 가게, 악기점, 사진관, 안경점, 자전거 샵, 아이스크림 카페와 초콜렛 샵, 키즈 카페, 아이들을 위한 가구점, 아이들의 놀이 공간을 디자인하고 만들어주는 회사 등 약 40여 곳에서 아이들을 위한 깜짝 선물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할인을 해 주는 곳도 있고, 아이들이 가면 신선한 주스를 한 잔 준다든가, 귀여운 인형을 하나씩 준다든가, 커다란 빵 한 덩이를 무료로 준다든가, 특별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예쁜 아이스크림 컵에 담아주고 그 컵을 가져가게 한다든가요. 살펴보니 심지어 비어가르텐들도 많습니다. 아이 참. 내적 삼바가 절로 나옵니다.

어른들이 한 잔 할 때 아이들에게 거대 프레첼을 제공한다는군요. 키즈 메뉴를 하나 주기도 하고요. 주로 야외에 아이들 놀이터를 마련해 두었거나, 오리와 백조가 보이는 호수 근처에 있거나, 멋진 음악을 연주하는 곳들이라 아이들도 즐겁게 놀 수 있는 비어가르텐들입니다. 사, 사랑합니다.


이것 말고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한 방학용 패스가 따로 있다고!


빠릿빠릿 팸플릿을 잘 챙겨 오는 남편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좀 더 큰 아이들(6세에서 17세)을 위한 방학용 패스가 따로 있더군요. 새해 첫날을 기준으로 하는 패밀리 패스와는 달리, 학교 방학을 기준으로 만들기 때문에 19/20 이렇게 학교의 한 해를 기준으로 만들어집니다. 이건 사는 곳에 관계없이 구입할 수 있는 패스인데, 베를린에 사는 아이가 방학을 뮌헨에서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좀 더 큰 아이들이니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서 구성이 더 깊고 풍부한 느낌입니다. 맛보기로 오퍼들만 조금 적어볼게요.


<무료 오퍼>
오페라, 아이스 스케이팅,
라디오 및 TV 방송국, 공항 투어, 크리스마스 시즌 크래프팅, 뮌헨 아이스하키팀 경기, 운하 투어, 유적지 무료입장, 뮌헨 아레나 축구 경기장, 친환경 수력발전소 투어, 수족관, 동물원, 뮌헨시 대 관람차, 올림픽 경기장, 전망대와 천문대, 공중 곡예 맛보기 코스, 경찰차와 경찰견 등 다양한 체험을 무료로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할인 오퍼>

아이들이게 인기도 좋고 도움도 되는 코스들이 많군요. 방송, 요리, 마술, 컴퓨터 코스, 어학 코스, 외발 자전거 코스, 다이빙, 펜싱, 양궁, 응급처치 코스, 사진, 연극, 영화, 인라인, 클라이밍, 회화, 음악, 승마, 요트, 스케이트 보드, 시티 투어와 가이드 투어, 그리고 화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코스들이 있습니다.




이런 패스들이 있으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1년이 즐겁고 신날 것 같아요. 주말마다, 방학 때마다 막막할 걱정도 덜고요.
저희도 당장 주말 계획이나 월별 계획을 짤 때 가장 먼저 자연스럽게 이 패스를 참고하게 되네요.
시에서 책임을 갖고 선정하고 만든 프로그램들이라, 아이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양질의 체험을 별다른 걱정 없이 (안전이라든가 적합성이라든가)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자체에서도 이런 사업을 하면 굉장히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런 맹렬하고도 격렬한 염원을 가지고 이 패스의 장점을 다시 종합해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자유롭게 밖으로 나가 세상 구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고마운 제도입니다. 눈알이 빠지게 적혀있는 프리 오퍼들을 보면,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경험할 수 있도록 이 사회가 축복하고 환영해 주는 느낌이에요.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 뛰어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싱그러운 자연을 경험하고, 즐거운 세상 속에서 깔깔 웃으며 굴러보라는 손짓. 이는 육아에 지친, 자의 반 타의 반 집순이 엄마 아빠들에게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그 자체가 양질의 정보가 꼼꼼히 적힌 지도이자 육아 정보의 집결판입니다. 특히 여기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외국인들이나 다른 곳에서 유입된 인구(도시라는 특성상 많겠죠)에게는 아, 뮌헨에는 이런 소중한 문화유산이나 유적들이 있고, 이런 재미난 워크샵과 이런 기회들이 있구나, 하고 알려주는 그 어떤 계몽의 기능도 담당합니다.

3. 아이들의 여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들어있는 모습. 재미도 놓치지 않지만 포용력 있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 즐겁고 당당하고 행복한 성인으로 자라나게 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느낌입니다. 우리 동네 놀이지도를 만들어 배포하고, 반려견 클래스를 듣게 하고, 난민 지역 음식을 요리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화장법을 가르쳐 주는 어른들.

4. 환경을 생각하는 업체들에게 우선권을 줌으로써 이루어지는 선순환. 오가닉 마켓 쿠폰들을 보고 있으면 한 번 구경 가고 싶어 지고, 리폼 워크샵 기회가 무료로 주어진다면 한 번 해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착한 소비와 대안적 삶의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주는 (혹은 피리를 불어주는.. -_ -?) 느낌. 한 사회를 이루는 알맹이인 가족들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하는가 하는 것은 그 도시 삶의 모습과 미래를 계획할 때 아주 중요한 부분이겠죠.  


5. 두말할 필요 없이, 경제적 부담이 줄어듭니다. 엄지 척이죠.

그렇사오니,

서울시를 비롯한 우리나라 지자체에서도 꼭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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