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스물셋의 아프리카 종단 여행기
(프롤로그-01)
드르륵 드르륵-
“어?”
마우스 휠을 쓱쓱 내리다 한 문구에 화면이 고정됐다.
「지도를 거꾸로 보아라! 세계로 나아가라! 13박 14일 해외탐방비 지원!」
뭐야, 해외탐방비를 지원한다고? 게다가 아직 2기밖에 안됐네. 경쟁률 덜하겠다! 곧바로 친구에게 링크를 보냈고, 우린 어느 국가를 선정하는 게 좋을지 고민에 빠졌다. 지도를 거꾸로 보라고.. 아무 생각 없이 검색창에 <세계지도 거꾸로>를 두드린다. 딸깍- 첫 페이지에 뜬 블로그에는 아프리카가 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페터스 도법 지도가 있다. 뭐야 아프리카 되게 크네. 아프리카 사람들은 만두를 좋아하지. 히히. 뭐 있는지 좀 볼까?
“어.. 뭐야? 여기?”
네모난 노트북 화면 속, <아프리카> 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진들은 전부 다른 색이다. 시퍼런 하늘, 주황색 사막, 에메랄드 바다, 초록빛 광야, 시뻘건 용암. 죄다 포스터물감으로 칠해놓은 듯 찐한 빛깔, 그곳에서 뛰어노는 행복한 모습들. 이런 광경은 책 속에나 있는 거라 생각했다. 아프리카는 내가 아는 지구와 완전히 다른 별이었다구! 심장이 점점 크게 뛰기 시작하고,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여기야. 여긴 꼭 가봐야 해!’
“그 나라나 저 나라나 어차피 다 같은 지구에 있는데 뭐 하러 비싸게 해외여행을 가?” 했던 내가 말이야.
공모전 공고를 발견한 시점은 마감까지 4일 전. 밤을 새워가며 제출 서류를 만들었지만 역시 보기 좋게 탈락했다. 허나 내 마음은 이미 아프리카로 떠나는 중이었다. 회중시계를 보며 허둥대는 흰 토끼를 그냥 따라갔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말이다. 아프리카 중에서 어느 나라가 가고 싶은 건데? 왜 가고 싶은 건데? 누군가 이유를 말해보라 한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그냥 가보고 싶어.
“우리 직접 돈을 모아서 내년 여름에 가보는 게 어때?”
“그래!”
친구와 호기롭게 결정했지만 가을쯤 돌아온 대답은 “민희야 미안. 나는 못 갈 것 같아.”였다. 아프리카 종단을 나 혼자서..? 영어도 못하는데 여자 혼자 갈 수 있을까? 두렵다. 사실 두려운 것보다도 내 스스로가 너무 초라하다. 친구가 못 간다고 나까지 못 가게 되다니. 나란년은 왜 바보같이 영어도 못해서 가고픈 곳 여행도 못 가는 거야. 평일에도, 주말에도, 쉬는 날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경비 모았는데.. 애꿎은 지구본을 만지작거리다 아프리카의 맨 위쪽, 이집트가 눈에 들어왔다.
에이씨, 혼자라고 못 가는 게 어딨어. 이집트라도 다녀오자! 이대로 포기하면 친구 없인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패배감에 휩싸일 것 같았다. 해서 터키,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을 도는 4개국 여행으로 변경했고, 우리나라와 180도 다른 중동 문화권 여행은 매일매일 새로운 볼거리와 경험을 선사해줬다. 한 번도 맛보지 못한 특이하고 중독성 있는 여행의 맛을.
나 할래. 아프리카 여행 그까짓 거 해보지 뭐.
영어공부를 더 한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안녕! 나는 민희야!” 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지만 이집트 여행으로 자신감이 붙은 건지, 비주류 국가 여행에 중독된 건지, 그냥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혼자라서 무섭다고? 같이 갈 친구 구해보지 뭐! 못 구하면 가서 친구 사귀면 되고. 여자라는, 영어를 못한다는 것보다도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갈 것 같다는 두려움이 더 커진다.
‘그래! 이런저런 핑계가 더 생기기 전에 가보자. 아프리카로!’
우리가 흔히 보는 세계지도는 메르카토르 도법 지도
페터스 도법이란 메르카토르 도법의 한계(고위도로 갈수록 면적이 확대·왜곡되는 것)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한 도법이다.
페터스 도법으로 만든 세계지도를 보면
1. 아프리카는 그린란드와 크기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가 14배 크다.
2. 세계 대륙 면적 순위는 아시아 > 아프리카 > 북미 > 남미 > 유럽 > 오세아니아 순이다.
5년 전, 스물세 살의 아프리카 종단 여행 기록입니다. 출판이 2번이나 엎어지면서 그대로 방치해놓았던 글이기도 하지요. (지금 읽어보면 이걸 왜 출판해준다고 했는지도 의문..ㅎㅎ스럽게 못썼지만 당시엔 아프리카 여행한 사람이 거의 없었고, 네이버 블로그 후기도, 책도 전무했던 시절이니까요!) 지금과는 생각도, 문체도 많이 달랐었지만 옛 기록을 파일 깊숙이 넣어두는 것보다 세상에 보이고 싶어 부끄럽지만 요렇게 꺼내봅니다.
그때의 마음이 적혀진 글이라 수정 없이 (심지어 사진도 무보정으로..) 매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