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미운 나미비아,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by 찐미니

빈트후크에서 출발해 5시간을 달려왔다. 귀한 사막 한 번 보겠다고 그 고생을 해서 왔는데 막상 도착하니 타버릴 것 같아서 아무것도 못하겠다. 「여름 사막」은 정말이지 불지옥이야. 제대로 구경하기도 전에 타버릴 것 같아. 휴게실로 피신 왔지만 에어컨 따위가 있을 리 없는 이곳에서 우리는 파김치처럼 절어져 갔다.


“하아아아아…. 아! 우리 이제 데드블레이 보러 출발하자!” 태희오빠의 얘기에 정신을 차리고 데드블레이로 향했다. 캠프장에서도 한 시간이나 더 달려야 만날 수 있는 비싼 사막인 데드블레이는 각종 SNS에서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소개되는 유명한 곳이다. 주황색 도화지 위에 사신처럼 생긴 나뭇가지들이 그려져 있는 그림 같은 공간.


“그간의 고생은 여기 보려고 한 거 아니겠어요? 하하하” 사막을 가로지르며 음악에 맞춰 “예!” 하는 순간 콱! 하고 바퀴가 모래 속으로 박혀버렸다. 차를 밀고, 모래를 파고, 또 파도 이미 박힌 바퀴는 점점 더 빨려 들어갈 뿐이었다. “사람을 불러올게!!” 저 멀리에 누군가 있어 한참을 뛰어가 그들을 불러왔고, 다행히 모래 속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타이어의 바람을 빼 모래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바퀴에 공기가 별로 없는 탓에 속력을 낼 수 없게 되어 캠프장으로 일찍 출발해야 한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데드블레이는 한 번 보고 가야지. 조금만 더 서두르자.” 헉헉거리는 몸을 이끌고 뛰어가는데 갑자기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는다. 참나, 모래가 들어가서 켜지질 않는 것 같다. 그리 걱정해서 꽁꽁 싸매고 다녔는데 제일 찍고 싶었던 포인트에서 고장이 나다니. “미친” 육성으로 욕이 나왔다. 데드블레이 안까지 눈으로라도 즐기고 싶지만 문이 잠기기 전에 캠프장으로 돌아가야 하니 멀리서 훑어보곤 바로 떠났다.


“아. 나미비아 거지 같애.” 오늘만큼은 무난하게 넘어갈 줄 알았어. 뜬금없이 사막에서 조난당하질 않나, 기대했던 데드블레이에는 제대로 가보지도 못하고, 길 위에서 시간만 날리고, 카메라는 고장 나서 사진도 못 찍고…. 해는 뉘엿뉘엿 져가고 다른 차들은 씽씽 달려 우리 차를 추월하는데 속도도 더 낼 수 없는 이 상황에 자꾸만 분통이 터진다. “내가 나미비아 다시 오나 봐라. 으아아아아!! 절대 네버 다시 안 올 거야!”




어느새 환하게 비추던 태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저녁 어스름만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인간의 인공조명이 없는 곳. 사막의 밤은 앞도, 옆도, 뒤도, 사방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다. 그 까만 배경 위에 이내 조그마한 별들이 총총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나, 둘, 다섯, 열, 스물…. 내 눈에 보이는 별들은 점점 늘어가고, 늘어가는 숫자만큼 심장소리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후우우….”

차에서 내려 눈을 감고 우두커니 서 긴 숨을 내몰아 쉬었다. 여름 사막의 밤은 태양의 온기 덕분인지 춥지도, 덥지도 않고, 쌀쌀한 가을날에 조금은 미지근한 홍차를 들고 서있는 것 같다. 천천히 눈을 떴다. 내 시선은 조금씩, 조금씩 발밑에서 지평선으로, 그 위로, 저 먼 곳으로 향했다. 생에 처음 만나는 은하수. 이건 초대형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보는 인터스텔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 볼 때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었는데, 아씨 감탄으로도 부족하잖아. 이게 밤하늘이야? 익숙했던 별자리를 찾을 수도, 별이 몇 개나 떴는지도 헤아릴 수가 없어. 하늘이 너무 밝아. 하늘이, 아니, 저건 우주구나. 쥐 죽은 듯 고요한 이곳에는 내 머리 위에도, 내 눈높이의 지평선에도, 뒤를 돌아도 온통 별뿐이라 내가 지구에 있다는 사실이 아득해져 버렸다.


한국에서의 난 당장 내 할 일을 하기에 바빴고 하늘을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 밤하늘은 더더욱. 당장 내일도 모르는 나에게 우주는 그냥 공상과학일 뿐이었다. 왜 사람들은 달에, 우주에 가고 싶었을까. 이곳에서 눈으로, 피부로 느껴보니 알겠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곳이라서, 그래서 이토록 우주를 갈망했나 보다. 나미비아에서 우주를 만난 이후, 하늘과 별은 나에게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짜증 나고 힘들었던 나미비아를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온전히 그 날의 밤하늘 때문이다.

불을 끄고, 별이 켜진, 우주를 만날 수 있는 나미브.



카메라 고장 난 덕에 ㅎㅎ.. 내가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저 산도 나무도 없는 그냥 우주였다.






조난당했어..
저 뒤에 데드블레이가 있는데....
멀리서 폰카 줌으로 당긴 모습만 바라봤다.
깜깜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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