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모르는 게 독이다

네. 아프리카에서 사기당했습니다.

by 찐미니


“우리 어디야?”

나미비아에 도착하자마자 당황스럽다. 대체 여긴 어디지? 국제 버스 터미널이니까 근처에 뭐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휑한 도로에 버려졌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USIM 하나만 믿고 왔는데 3G는커녕 통신 자체가 잡히지 않는다. 마침 한 대 지나가는 택시를 세워 미리 찾아본 렌터카업체로 갔다.


업체 직원은 우리에게 “빌려드릴 차가 없어요.” 라며 고개를 저었다. 사이트에는 차량 있음으로 표시해놨으면서.. 일단 숙소라도 찾아가야 인터넷을 쓸 수 있으니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와.. 여기 유령 도시야 뭐야. 사람이 하나도 없네.” 걸어도, 걸어도 아무도 없는 휑한 도시. “저기 문 열려있는 집에 들어가서 물어봐요!” 다행히 집주인이 있어 위치를 알 수 있었고, 한참을 더 걸은 후에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보를 아예 안 찾아본 것도 아닌데 이 정도라니, 다음 국가부터는 열심히 공부하고 가야겠어. 뭐 하나 쉬운 게 없네. 숙소에서 열심히 손품, 발품을 판결과 차를 빌릴 수 있는 업체를 찾았지만, 위치가 공항뿐이라 나와 태희오빠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나미비아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비싼 선택이었다. 그래도 기름 값은 저렴한 편이니까 숙소로 돌아갈 때는 저렴하게 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내 예측을 비웃는 듯 렌터카 업체 직원은 말했다. “보증금 1,000달러 내셔야 해요.”라고.


응? 분명 웹사이트에는 보증금이 없다고 적어놨는데 갑자기 달라니 어이없네. 물가가 더 비싼 남아공 업체도 이렇게까지 많이 요구하진 않았는데 1,000달러라니. 그것도 나미비아 달러 말고 미국 달러를.. 내 체크카드에는 50만 원이 들어있고, 태희오빠는 카드를 분실한 상태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30분. 왔던 거리를 다시 돌아가기엔 시간도, 돈도 낭비다. 해서 와이파이 카드를 구입해 숙소에 있는 현준이에게 돈을 부쳐달라고 했지만 망할 나미비아. 핸드폰 로밍이 잡히질 않아 ARS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이체를 할 수 없단다. 하는 수 없이 한국에 있는 친구 지연이에게 연락해 어렵사리 60만 원을 빌려 결제를 했더니 돌아오는 직원의 말이 청천벽력과 같았다.


“보험금으로 50달러를 더 내야 돼요.”

“아깐 보험금 얘기 없었잖아요. 그럼 보험 안 할래요.”

“보험은 필수입니다.”

“그럼 현금으로 계산할게요.”

“안됩니다.”


보증금을 낸 후 카드 잔액은 4만 5천 원. 당연히 긁히지 않는다. 현금이라면 엄청 많은데 현금은 절대 안 받는다고 하고, 차를 몰고 가 숙소에서 현준이 카드를 가져오겠다 했더니 택시를 타고 다녀오란다. 100만 원이 넘는 보증금 걸어놓고 겨우 5만 원 떼먹을까 봐? 결국 3번째 와이파이 카드를 사서 다른 친구에게 돈을 빌렸다. 겨우겨우 빌린 렌터카. 현금을 받지 않아 카드 잔액으로 씨름하는 사이 바깥은 어둑어둑해져 버렸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루치 비용을 낸 것도, 며칠 되지 않는 나미비아에서의 귀한 하루를 흘려보낸 것도, 모두 속상했다. 나중 이야기지만 이 업체에서 40만 원가량 보증금 사기도 당했다. 그래서 현금은 안 된다고 했나 보다. 안 풀리려니 진짜 안 풀린다. 비자부터 문제 더니 나미비아에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여행도 공부를 안 하면 몸과 마음이 고생한다.

예약하지 않고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 능사는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깨달았다.

특히 나미비아는 더!






부2-2.주의사항.jpg 렌터카 업체가 사기 친 영수증


나미비아를 출국한 후 체크카드로 걸어놓았던 보증금 중에 40만 원 정도가 인출된 것을 확인했다. 신한카드에 연락해 빌렸던 차량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깨끗하게 사용하였다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첨부했으나 내가 영수증에 사인을 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처리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저 사인 같은 거 한 적 없는대요? 그 영수증을 볼 수 있을까요?"

신한카드와 연락한 지 일주일 정도 후에 수령한 영수증에는 한국인이라면 절대 하질 실수가 담겨 있었다.


내 이름 진민희

영어로 쓰자면 JIN MINHEE 혹은 MINHEE JIN

어떤 한국인이 내 이름을 희 진민이라고 씁니까...... 민희가 이름이고 진이 성인데 이건 무슨 순서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결론은 몇 달에 걸쳐 신한카드 고객센터와 씨름한 끝에 10만 원 정도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 ㅎㅎㅎㅎㅎ 사기꾼들 지나가다 자빠져버려라!! ㅠㅠㅠ 에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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