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미국에 온 지 5년이 넘었다.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상태로 미국 대학원에 입학했고, 3년 넘게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심정으로 공부해서 영어로 논문을 완성하고 졸업을 했다. 졸업 후에 로스 엔젤러스로 이사 와서 일한지도 거의 2년이 되어간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이제 미국에서 약간 자리 잡아가는 느낌도 들고, 돈을 스스로 벌면서 생활이 안정이 되어가니까 몇 달 전부터 슬슬 한국 유튜버 채널도 보고 지금 글 쓰는 것처럼 한국어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문득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미국에서 목표하는 바가 있는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를 바꿔야 한다.
외국인 학생, 노동자의 현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미국에 2년 정도만 있으면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유학을 오겠다고 마음을 먹기 전에는 영어를 제대로 배울 생각이 없어서 그냥 영어 환경에서 살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100년을 살아도 영어는 절대 늘지 않는다. 이제 미국 온 지 5년이 넘고 곧 6년 차인데, 영어는 아직도 어렵다. 논문을 영어로 썼고, 하루 종일 미국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사는데도 아직 어렵다. 어려운데 그냥 버티면서 힘들게 살고 있다.
미국에서 5년 넘게 살면서 관찰한 것은, 나이 들어서 미국에 오면 언어 천재이거나 공부를 피 터지게 하지 않는 이상 영어는 그냥 못한다고 봐야 한다. 미국 이민자들 중 영어를 아예 못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심지어 공부를 해야하는 유학생들이 영어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영어를 잘하기가 어렵지만, 분명히 열심히 해서 잘하는 분들도 계시다. 그런 분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고, 나도 그분들처럼 되고 싶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발음이 좋고 미국 친구들 만나서 잘 어울리고 그러는 것은 영어를 잘하는 기준이 아니다. 내 기준에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학문적인 글을 이해하고 정확한 문법으로 논리적인 글을 쓸 수 있며, 자신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들도 못하는 사람이 꽤 많다. 영어가 모국어니까 평상시에 말은 그럴 듯하게 하지만 그것이 정확한 문법을 사용해서 논리 있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도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감히 한국어를 잘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 제일 힘들었던 교양 과목 중 하나가 한국어 문법/글쓰기였다. 한국어도 힘든데, 몇 년 전에 배우기 시작한 영어는 얼마나 힘들겠는가. 내가 미국에서 살고 있고, 여기서 커리어 쌓고 살아남고 싶기 때문에 영어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한글로 글을 쓰고 있지만, 한글로 블로그 글 적고 한국 유튜브 채널 보면서 웃을 때가 아니다. 나는 너무 나이 들어서 영어를 익히기 시작했고, 영어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절대 늘지 않는다. 영어를 공부하지 않으며 버리는 1분 1초가 바로 망하는 길이다.
업그레이드
고3 때 대학 가려고 미술 시작했을 때는 미술로 대학 가기엔 너무 늦었다고 했고, 대학 졸업 후에 해외 진출하고 싶어서 영어 공부 시작하니 나이 들어서 무슨 영어 공부냐 했고, 미국에 와서 디렉터가 되고 싶다고 하니 영어 못하는 외국인이라서 힘들 거라고들 한다.
나는 미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지만 남이 던져주는 프로젝트 말없이 조용히 해주는 것으로 끝나고 싶지 않다. 디자이너로서 기술만 가지고 비주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아이디어를 만들고, 그 아이디어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미국에서 그냥 외국인 노동자로서 적당히 살고 싶지 않고, 능동적인 삶을 살고 돈 많이 벌어서 잘 먹고 잘 살고 싶다.
이런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영어를 정말 잘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되새긴다. 나의 시작은 항상 늦고 나는 항상 후회 속에서 살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서 조금이라도 계속 나아져야 한다.
더 미루다 가는 인생 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공포감이 든다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영어는 잘하면 좋은 것이라기 보다는 못하면 손해 보는 것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사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살아도 마찬가지다. 직업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영어를 모르면 얻을 수 없는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인터넷을 쓰는 21세기 사람이라면 영어는 하는 것이 인생에 이롭다. 뒤돌아보면 나는 너무 오랫동안 중요한 것을 미뤄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가 중요하다는 말을 들어왔다. 하지만 "잘하면 좋겠지"하며 항상 미뤄왔다. 심지어 고3 때도 미뤘다. 대학은 꼭 가야 한다고 들어서, 대학 갈 정도로만 수능 영어를 간신히 "공부"했다. 내 나이 이제 30대이고, 몸은 미국에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이 전부 영어를 쓰고 있고, 나는 나이가 들어간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잘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늦었더라도 계속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 지금 내가 한국 개그 유튜브 채널 보면 실실 쪼갤 때가 아니다. 한국에서 유행한 약투 영상들도 재미있었지만 이제는 충분히 봤다. 요즘 공부하고 있는 미국 회계, 세금에 대한 책을 다시 펼친다. 물론 영어로 된 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