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Motion Mar 09. 2019

미국 디자인 유학/취업3 -해외 취업 어려운가

미지의 세계였던 해외 취업


내가 모션 미디어 디자인 대학원 지원을 목표로 영어를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이런 뉘앙스의 /질문들듣곤 했다.


"미국 본토 사람도 미국에서 취업이 힘들다고 하던데, 네가 미국에 유학을 간다고 쳐도 돈은 돈대로 쓰고 졸업 후에 외국인으로서 취업이 될까?"


나도 이 부분이 정말 궁금했다. 심지어 이런 말을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고 미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살다 오신 분한테도 들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걱정이 좀 되긴 했지만, 어차피 나이 30 다 되어가는 백수가 영어 학원 독서실에서 삼각김밥으로 연명하는 인생, 어느 정도는 이미 망한 거라 생각했고 그냥 영어를 잘하고자 하는 열망만이 컸다.


유학을 온 후, 한국에 다시 가더라도 이왕 미국에 왔으니 미국에 있는 모션 그래픽 회사에서 화장실 청소라도 한번 해보고 가자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미국 유학을 온 후 9개월 후 뉴욕에서 화장실 청소가 아닌 디자인 인턴쉽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는데, 그 이후로 뉴욕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스튜디오들에서도 인턴 경험도 해보고 대학원 졸업 후에는 LA에서 일을 해보면서 조금씩 미국 취업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이번 글은 미국 유학과 취업을 생각하시는 많은 디자이너분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5년 전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세계 어디를 가나 잘하면 덜 어렵고 못하면 많이 어렵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주변의 미국 친구들도 일을 구하기 힘들어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봤다. 그렇지만 이것이 유학생이 일을 구하는 게 어렵다는 뜻이 아니었다. 외국인 유학생도 실력이 좋으면 미국 회사에서 데려가서 쓰고 싶어 한다. 모션 그래픽 분야는 디자인 실력과 테크닉이 중요한데, 이 걸 정말 잘하는 사람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학교에서 유학생들을 보면, 정말 치열하게 공부하고 작업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렇게 열심히 작업해서 좋은 작업을 만드는 유학생 친구들을 보면 인턴쉽도 많이 하고 졸업 후엔 별문제 없이 미국 어디에선가 일을 하고 있다. 잘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많지 않고 회사는 최대한 잘하는 사람을 쓰고 싶어 한다.


학교에서 했던 커리어 페어. 내 기억으로 100개가 넘는 회사들이 참여했는데 학생 수가 워낙 많다보니 회사와 이야기 하려면 줄을 서야했고, 6~7군데 정도만 내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수 있었다.



열심히 하고 잘하면 국적 불문 누구에게나 기회가 많을 수 있지만 외국인, 유학생에게 있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불리한 점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이라서 불리한 점/서러운 점



신분 문제


유학생 취업의 가장 큰 장애물은 신분 문제일 것이다. 미국 친구들은 취업이 잘 안되면 준비하는 동안 알바라도 뛸 수 있는데, 유학생들은 졸업 후 노동 허가를 받고, 정해진 기간 동안 취업을 못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것도 그냥 실력이 좋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비자 문제가 쉽지는 않지만, 정말 잘하면 회사에서 O비자, 영주권까지 해주며 데려가려고 난리일 것이다. 실제로 내가 같이 일하던 동료 한 명은 유럽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영주권까지 지원해주며 미국에 데려와서 일을 시켰다. 이런 것은 특이 케이스이고... 주변을 보면 미국 학교를 다니는 것이 가장 현실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보통 금전적인 문제가 크게 없고 규모가 큰 회사라면 자기들이 정말 필요한 인재가 있는데, 돈 몇천 불 정도 비자비용으로 쓰고, 서류 준비해주는 것은 큰일이 아니다. 작은 스튜디오 같은 경우는 이런 비자 처리과정을 몰라서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으니 유학생 본인이 이 과정이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주변 유학생 친구들 중에 어떤 스튜디오에서 자신을 고용하고 싶어 하는데 '비자 그게 뭐야?'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이면 바로 포기하는 경우도 봤다. 이럴 때는 본인이 비자 과정을 잘 이해한 후에 '변호사와 하면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면 회사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봤다.


회사가 원해도 쉽지는 않다. 비자 처리 자체가 굉장히 오래 걸리는 과정이며, H1B 취업비자의 경우 로터리라서 자신이 아무리 잘하고 회사에서 고용하기를 원해도 떨어질 수 있다. 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고, 정말 미국에서 무언가를 더 해보고 싶다면, 이를 대비해 다른 비자 방법을 찾아서 잘 준비해야 한다. 수많은 변수를 대비해서 비자 종류와 그에 대한 법에 대해 최대한 알고 있어야 한다. 실력이 정말 좋은 친구인데, 비자 규칙을 몰라서 가만히 있다가 집에 갈 뻔하거나, 가는 경우도 있다. 신분 문제는 힘들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줘야 하고, 잘 버텨야 한다. 나는 유학 온 지 2년 되는 해에 변호사님과 상담을 통해 내가 미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모든 옵션들을 살펴보고 졸업 후 신분 문제에 대한 준비를 조금씩 시작했다.  



영어


어렸을 때 해외 경험이 있거나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영어를 잘하는 경우는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이게 가장 큰 장애로 느껴질 수 있다. 다행스럽게 디자인 쪽은 창의력과 실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어를 잘못해도 일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 물론 디렉터 급으로 올라가려면 어느 정도 수준 있는 영어는 탑재가 되어야 한다. 미국은 많은 이민자들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다양한 영어가 존재한다. 반드시 영어를 미국 사람처럼 잘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그런 느낌... 자신의 메세지를 충분히 잘 전달할 수 있고, 잘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면 일단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도착 후 6개월 뒤 참가했던 커리어 페어에서의 일이 생각난다. 회사와 인터뷰를 볼 때 리쿠르터 분이 포트폴리오 리뷰를 마치고 나에게 질문을 했다.


"너 6월(June)에 일 시작할 수 있어?"


그 당시 June이 6월인 것을 몰랐었다. 하지만 여러 달 중 하나인 것 같아서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며 물어봤다.


"June이 뭐예요? 1, 2, 3, 4...?"


숫자를 이렇게 세고 있으니 리크루터분이 친절이 알려주셨다.


"6"


그 당시 나의 영어는 어느 정도 알아듣고 한마디 겨우 생각해서 내뱉을 수 있는 정도였다. 미국에서의 나의 첫 인턴쉽은 이런 수준에서 시작되었다.




현실적인 해외 취업의 길, 유학


한국에서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아놨던지, 집에서 지원 사격이 가능해서든지, 여차 저차 일단 미국 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한국에 있는 것보다 해외 취업의 길이 훨씬 쉬워진다. 일단 영어와 문화 습득이 쉬어지고, 학교에서 인맥을 쌓고 미국 내에 있는 스튜디오에 실제로 방문할 수도 있다. 학교 생활하는 동안 열심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준비가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되면 평소에 존경하던 디자이너와 스튜디오에 이메일도 한번 보내보고, 방문해서 인터뷰 겸 이야기도 해보고... 엄청난 기회가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고 미국 경험이 있는 사람을 보통 선호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바로 미국 취업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짧더라도 미국의 학교 과정을 밟는 것이 좀 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취업 준비라고 할 수 있다. 유학이나 해외 경험 없이 한국에서 실력 하나만으로 바로 취업이 되어 미국에 가시는 분들의 소식도 듣곤 하는데 정말 존경스럽다.




내가 망할지 안 망할지는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지금 시작하기엔 늦은 것이 아니냐", "한국에서의 커리어가 걱정되지 않느냐" 등등,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안 하고 영어공부만 하고 있을 때 종종 듣던 말이다. 나는 만약 영어공부를 안 하고 미국 대학원 지원을 시도조차 안 한다면 내 인생에 있어서 나중에 너무나 후회를 할 것 같아서 쭉 밀고 나갔다. 내가 영어를 공부하다가 한국에서 늦게 일을 시작하고 커리어가 뒤쳐진다는 상상을 해도, 그것이 영어를 안 배우는 후회만큼 데미지가 크지 않을 것 같았다.


미래가 걱정이 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잠재적 가능성을 잘 알 수 없으니 그냥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열심히 해서 잘하게 되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디자인 유학/취업2 -영어 공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