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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otion Mar 03. 2019

미국 디자인 유학/취업2 -영어 공부

영어는 엉덩이로 하는 것


영어. 이걸 배우겠노라 마음먹은 후 정말 많은 방황을 했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가...? 세상에는 너무 많은 영어 학습법과 책들이 존재하고, 나는 혼란스러웠다. 이 혼란 속을 뚫고 나름대로 영어를 배워서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미국 대학원에서 논문을 완성한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쉬운 길은 없다 


영어를 운동에 비유해서 예를 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좋아해서 피트니스 서적을 그동안 많이 봐왔는데, '8주기적', '10주 만의 몸짱' 등등 이런 느낌의 단어가 제목으로 쓰인 책들은 나는 바로 믿고 거른다. 60kg 몸무게의 남자가 운동을 해서 100kg 몸을 만들고, 50kg 데드리프트를 250kg으로 올리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 알기 때문이다. 만약 그 '기적'의 책대로 8~10주 프로그램 운동을 한다고 치고, 61kg의 몸무게에 약간의 복근을 가지는 것이 '몸짱'의 정의라면 이 정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영어도 마찬가지... 정말로 잘하려면 시간 투자와 노력은 필수이고, 목표를 가지고 평생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내 경험으로는 그렇게 해도 잘하기 어렵다. 그렇게 할 의지가 없거나 딱히 영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없다면 포기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시간도 절약된다.


요즘 내가 팟캐스트에서 종종 듣는 Barbell  Medicine의 Jordan Feigenbaum님. 이 분은 데드리프트 319 kg를 들어 올리셨다. 내 기준에선 이 정도 경지의 근처라도 다가가야 운동을 정말로 진실되게 열심히 했다고, 몸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어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것


나는 영어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 믿는다. 특히 영어 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초기에는 무조건 앉아서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보고 글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뇌에 탑재된 영단어, 문법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미드, 회화 공부, 외국인과의 대화? 다 소용없었다. 내 경험상으로 나이가 들어서 빨리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그 언어로 전문 지식을 배울 수준이 되려면 단어, 문법을 먼저 최대한 외우고 어렵더라도 억지로 머릿속에 때려 넣어야 한다. 미국에 유학을 와서 보니 나도 영어를 정말 못하긴 하지만, 미국에서 5~10년씩 살고 있는 외국학생들 중에도 초급 문법책이 필요한 수준의 케이스도 많이 봤다. 영어권 나라에 오래 있으면서 따로 영어 공부 안 해도 인사말 정도는 영어로 하고 사람들과 술 마시면서 영어로 대충 떠들 수 있다. 환경, 중요하고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앉아서 공부해야지만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 학습에 대한 분석


영어를 학습을 크게 분류해보면 단어, 문법,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정도가 될 수 있겠다. 영어를 배우려는 목적에 따라 조금씩 틀리겠지만 전반적인 영어 향상을 위해서는 모든 영역이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단어, 문법, 읽기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쓰기, 듣기, 말하기가 수월해진다. 뇌 속에 단어, 문법이 들어있고, 읽기로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 쓰기, 듣기, 말하기를 빠른 속도로 늘릴 수 있다. 각각의 영역에 대한 나의 경험과 생각을 적어보겠다.



단어

내 생각에 영어 공부 초반에는 단어가 제일 중요하다. 글과 말의 모든 것이 단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문법도 모르고 단어만 알아도 뜻을 대충 유추할 수 있다. 토익, 토플 공부를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단어집만 다 외워도 독해가 편해진다.


나는 토플 단어집을 60 채터로 되어있는 단어집을 3 채터씩 외웠는데, 이렇게 하면 20일에 한 권을 마칠 수 있다. 물론 나는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외운 것 중 반 정도는 잊어버린다. 다시 계속 반복해서 봤다. 이 단어집을 한 6번 정도 반복했던 걸로 기억한다.


단어를 외울 때 단어/한글 의미를 100번씩 읽으면서 반복했다. 영어 듣기와 말하기를 잘하려면 단어가 발음이 어떻게 되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발음하면서 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excel이란 단어를 외운다고 하면, "excel 능가하다, excel 능가하다, excel 능가하다, excel 능가하다, excel 능가하다..." 이렇게 백번 정도를 무식하게 되풀이했다. 이렇게 되풀이하니 단어를 외우면서 입도 발음을 연습하기 때문에 나중에 듣기와 말하기에도 도움이 되었다.



문법

단어를 모두 외우게 되어도 문법이 안되면 해석이 완벽히 안된다. 문법의 경우 규칙이 있지만 문장 안에서 변형될 수 있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기본적인 문법 사항을 무식하게 외운 후에는 계속 문법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학원에서 한 달 문법 수업을 들은 후, 나머지는 Practical English Usage 한글판을 보며 공부했다. 이 책이 굉장히 두껍기 때문에 전부 보지는 않고 내가 필요한 부분만 참고하면서, Practical English Usage Dignostic Tests 영문판 책을 따로 사서 문제를 푸는 형식으로 반복을 했다. 상급자 이후로 가면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져서 문제를 푼다기보다는 그냥 해설집을 같이 보면서 문법이 어떻게 적용이 되는가를 반복해서 익혔다.


보통 토플을 마치고 유학을 가면 단어집을 불태워 없애버리거나 찢어버린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나는 너무 정이 들어서 문법책이랑 같이 다 들고 미국에 왔다.



읽기

단어와 문법이 갖추어지면 읽기가 가능해진다. 나는 기본 문법을 배우고 영어 단어를 외우기 시작하면서 바로 "What Makes You Not A Buddhist"라는 철학책을 한 권 샀다. 예전에 한글판을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었고 영어로도 읽고 싶었다. 시간 날 때마다 무슨 뜻인지는 잘 몰라도 모르는 단어에 동그라미 쳐가면서 조금씩 읽었다. 처음에는 그냥 '여러 영어 단어 뭉치들이 종이에 존재하는구나...' 하는 느낌의 독해 수준이었지만, 단어 암기와 문법 공부가 진전될수록 조금씩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 책은 내 수준에 비해 너무 난이도가 높았지만 그 글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팠다. 그 글이 이해되니 다른 영문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조금씩 생겼다. 어렵게 시작하니 나중이 편해진다.


내가 여러 번 정독했던 책, 모르는 단어와 표현이 많았어서 자세히 보면 동그라미 천지이다.



쓰기

읽기가 가능해지면서 더욱 많은 단어와 표현을 문장을 통해 배워서 쓰기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막상 스스로 영어를 쓰다 보면 문법 실수도 많이 하고, 뜻은 통하지만 어색한 문장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원어민의 입장에서 그들이 자연스럽게 쓰는 표현을 익혀야 하는데, 나는 학교에서 무료 라이팅 튜터링을 지원해줘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항상 들러서 나의 글을 검사받았다. 에세이나, 레주메, 그리고 내가 쓴 이메일 등, 내가 영어로 적은 모든 것을 들고 갔다. 내가 썼던 표현 안에서 교정을 받기 때문에 한번 교정 받은 문법과 표현은 쉽게 기억된다. 쓰기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도와줘야 많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듣기

읽기가 빨라지면 듣기도 향상되는데, 초반에는 영어 발음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것을 놓친다. 초반에 한국에서는 스크립트가 있는 오디오를 틀어놓고 그냥 스크립트를 같이 보며 계속 많이 들었다. 듣기는 내가 미국에 와서도 정말 고생하던 부분인데, 미국에 와서는 따로 듣기를 공부할 시간이 많이 없었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유튜브를 계속 보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를 보면 쓰이는 단어들이 내게 친숙한 것들이 많고, 더욱 많은 내용을 캐치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The Office라는 쇼를 영어 자막을 틀어 놓고 보기 시작했는데, 제목 그대로 직장 안에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내용을 담은 쇼라서 미국 직장 및 사회 생활 문화를 이해하고 특히 미국인들의 개그 코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를 영어 자막을 틀어놓고 보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한국어와 영어가 호환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서 돌려서 표현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한국어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미국사람들은 저렇게 말하는구나...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The Office. 보면 그냥 웃기기도 하고, 유학 처음에 와서 미국 사람들의 언어 표현과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말하기

말할 사람이 없으면 혼자라도 말해야 한다. 나는 책을 소리내서 읽고, 사고 자체를 영어로 하는 연습을 했다. 운동할 때 횟수를 셀 때도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One, two, Three..." 이렇게 하도록 억지로 노력했고, 뭔가 생각하는 것도 혼자 말하는 것도 영어로 하는 것을 훈련했다. 이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대학원을 다닐 때는 발표를 하거나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있어서 물론 도움이 되었다. 억지로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있으면 정말 잘 된다. 말하기 만큼은 엉덩이로 안하고 나가서 사람을 만나서 최대한 많이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영어를 할 줄 알고 한국어를 모르는 친구와 파트너를 만나서 많이 대화하는 것이 좋다. 말하기 학습에 있어서 이걸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내 마음의 고향 해커스 어학원


홍보성 글이 될 것 같지만 내가 이렇게 했기 때문에 그냥 적어본다. 유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미련이 있으신 분들은 일단 지금 당장 해커스 토플 영단어집을 사서 안에 들어있는 모든 영단어들을 죽도록 외우고, 해커스 어학원에 등록을 해서 토플 수업을 몇 달 열심히 수업 듣고, 스터디 그룹 등록해서 공부하고 토플 점수를 따서 단기간에, 하루 빨리 끝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처음에 유학에 크게 비중을 안두고 그냥 영어를 배우겠다는 목적으로 해커스 어학원을 갔는데 유학 준비를 안해도 이 과정이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느냐 아니냐를 테스트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토플하다보면 스피킹도 살짝 준비하게 된다.다. 풀타임 학생으로 잠 하루에 3~5시간 자면서 강의와 스터디 그룹을 따라잡으려 노력하는 했던 몇달이 영어의 기초를 쌓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스터디 그룹은 공부를 억지로 해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에, 공부 방법을 모르고 의지가 약했던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그 당시에 스터디 그룹안에서 내가 나이가 제일 많으면서도 영어를 제일 못하는 사람이었다. 스터디 그룹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어학원 독서실 밑에 있는 편의점에서 김밥으로 점심 저녁 때우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공부만 하면서 언젠가 영어를 덜 못하게 될거라는 희망에 그 때가 내 인생에서 행복했던 시기 중 하나였다. 간신히 몇몇 미국 대학을 지원할 만한 점수를 받고 난 후에는 영어 책을 읽거나 영어 유튜브 비디오를 봤을 때 어느 정도 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해커스 어학원을 문을 들어가는 날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등록 해야 말아야하나, 내가 영어를 정말로 배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로비에 비치된 샘플 교재 들을 살펴봤는데 그 중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절망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장애를 조금이라도 벗어나자


영어의 부재가 장애로 생각되었을 때 영어 공부가 정말 효과적으로 되었다. 영어는 잘하면 좋은 것이라기 보다는 못하면 손해보는 것이다. 이를 테면, 나는 요즘 스트렝스 트레이닝에 관심이 많은데 영어에 비하면 한국어로는 아직도 많은 정보가 없다. 2005년에 초판이 발행된 유명한 스트렝스 트레이닝 서적인 Starting Strength는 2014년에 번역되어 한국에 발매 되었다. 영어를 모른다면 Starting Strength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9년이 넘게 모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영어를 모르면 제대로 된 스트렝스 트레이닝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많지 않고, 그저 상업적인 피트니스 잡지의 유행을 따라 아무 운동이나 하면서 소중한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고 '나는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는데 왜 작고 약하지?' 하고 말할 확률이 극도로 높아진다. 무섭지 않은가? 나는 그 사실이 너무나 무서웠다.


미국 유학 처음왔을 때, 2년 정도 있으면 영어 굉장히 잘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미국 생활을 5년을 넘게 했는데 영어의 부재를 아직도 느낀다. 영어권 국가에서 태어나거나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배운 것이 아니면, 이러한 장애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나의 장애를 계속 조금씩 줄여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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