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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otion May 03. 2020

인생 분산 투자

한국어 리스크


영어를 배우니 한국어만 알던 나의 기존 사고 체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 글에도 적었지만, 한국어의 가장 큰 단점이 있다면 한국어는 한국 안에서만 통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언어 때문에 내가 살 수 있는 지역이 단 한 곳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해외에 나와서 살다 보니 투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한 국가에서만 통하는 하나의 언어만 아는 것이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투자를 할 때 보통 분산 투자를 하라고들 한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고, 한 개의 자산에만 투자했는데 그 자산의 가치가 완전히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주식을 할 때 개별 회사 주식도 구입하긴 하지만 많은 포지션은 미국 전체 주식을 구입하는 인덱스 펀드에 있다. 이를 통해서 3000개가 넘는 회사들의 주식을 들고 있기 때문에 어떤 회사가 잘되는지 안되는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에 몰빵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여러 가지 변수를 항상 염두해둬야 한다.


영어가 이런 의미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영어는 전 세계에서 통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영어를 잘한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살 수 있는 옵션을 가지게 된다. 딱히 힘도 없고 돈도 없는, 나같이 몸으로 일해서 밥 벌어먹는 서민이라면 이런 옵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해외여행 경험을 떠올리면, 서민으로서 잘 살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어디에서 사는지도 상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정치가 나라의 운명과 경제를 결정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가 없는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적적인 경제 발전으로 인해 우리 한국인들은 굉장히 잘 살고 있다. 한때 내 삶의 질을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경제가 발전하지 않은 나라에 가보면 내가 우리나라에서 당연히 누렸던 삶이 엄청난 사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잘 사는 우리나라이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 연봉의 두배를 번다. 물론 정말 뛰어난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신분 상승의 기회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서민으로서는 생존을 위해서 어디에 사는지가 정말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해외에서 일하는 동남아시아 출신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본인의 나라에서는 자신의 직업으로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해외 취업을 선택했다. 한 국가의 경제가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이면 노동자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가 않다. 개인으로서 발전하기 위한 가능성이 높은 것 중 하나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해외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고, 사람들이 필요한 기술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전쟁 이후 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엄청난 경제 발전을 이루어낸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이러한 경제 대국에서 태어나서 내 삶에서 좋은 기회들을 가지며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 와보니 이건 또 다른 레벨임을 느끼는 것 같다. 정치나 경제적인 면에서 좀 더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지금까지는 굉장히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번다는 것에서 경제적인, 심리적인 안정감도 찾는다. 영어를 배우고 미국에도 와봤기 때문에, 내가 원하거나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적응하고 살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키우게 되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에 있고 한국어만 알았을 때는 나의 모든 재산을 주식 하나에 몰빵 투자한 느낌의 삶이었다면, 영어를 배우고 해외로 나온 지금은 S&P 주식펀드를 사서 500개 기업에 분산 투자한 느낌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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