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배우고 조선 마인드 탈출
내가 어렸을 땐 한국어가 과학적이고 위대한 글이라 학교에서 배우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해서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비롯해서, 위대한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이가 들면서 결국 내 고집을 버리고 영어를 배웠고, 어쩌다 보니 미국까지 와서 살고 있다. 한국어만 했을 때는 몰랐던, 영어를 배우고 새롭게 깨달은 것을 적어보고자 한다.
영어를 배우고 느낀 한국어의 가장 큰 단점이 있다면 한국어는 한국 안에서만 통한다는 점이다. 한국어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만들어진 언어일지라도 한국밖에 나가면 전혀 소용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언어는 아직까지는 오직 영어뿐이다. 언어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그 언어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부수적인 것이다. 한국어를 넘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쓰고 전 세계에서 통하는 언어를 배움으로써 느끼는 자유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값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에서 있을 때 학교, 군대 등 단체 생활을 하면서 위계질서 문화, 각종 구타 및 가혹 행위 등을 목격하고 경험했는데, 나는 이러한 문제가 언어에서 기인하는 점도 일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어는 반말과 존댓말과 존재해서 다른 이와 소통할 때 반드시 서로의 계급을 정해 놓고 시작해야 한다. 사람과 소통하면서 반말과 존댓말이 나뉘기 시작하면 평등한 소통은 바로 깨져버린다. 누군가는 아랫사람이 되고, 누군가는 윗사람이 된다. 처음 사람을 만날 때 나이를 물어보고, 어떤 존칭을 붙여야 하는지 고민하고, 말을 놓아도 되는지 안되는지 고민해야 하는 상당히 복잡한 점도 지니고 있다. 누군가는 영어에도 존댓말이 있다고 그러는데 내가 미국에서 살면서 느낀 점은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다고 봐야 한다. 물론 때에 따라 존칭을 붙이고 좀 더 예의를 갖추는 표현은 존재하지만, 한국어처럼 언어 자체로 계급이나 위아래가 나뉘지는 않는다. 나의 미국 회사 생활을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아무리 높은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이 높은 사람이나 어른이라 생각되지 않고 그저 나보다 좀 더 많은 책임을 맡은 똑같은 직장인으로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그 사람과 대화할 때의 언어와, 인턴과 대화할 때의 언어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대화할 때 똑같이 이름 부르고, 특별한 존칭 없이 거의 같은 언어로 대화한다. 영어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한국어의 반말 존댓말의 불편함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나는 한국의 이런 위계질서가 옛날의 중국의 문화에 영향이 있는가 싶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중국 친구들을 보면 서로를 대하는 것이 거의 미국식이다. 서로 고개 숙여 인사하지도 않는다. 중국 친구가 한국인들이 서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것을 보며 신기해했는데, 중국말에는 한국어 같은 존댓말이 없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위계질서가 없다고 들은 경험이 있다.
한국의 뉴스나 블로그 같은 각종 미디어에서 해외 정보를 게재할 때 번역을 잘못해서 완전히 다른 정보를 만들어 버리는 경우를 꽤 봤다. 단순한 실수가 아닌 실제 정보와 전혀 상관없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해석된 것들도 봤기 때문에, 영어를 모르면 가짜 정보를 받아들이는 셈이 된다. 영어는 제대로 된 정보를 배우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영어를 배우는 것이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사방이 막혀있는 섬나라에 가깝고, 천연자원도 없고, 해외에 인력이든 제품이든 뭔가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게 되면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올 수 있는 기회가 조금이라도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해봤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무엇이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인지 알아야한다. 나는 그 중요한 것들 중 하나가 영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