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한가운데의 겨울 정원 | Glyptotek
이곳에 가게 된 건 식물원인지 미술관인지 알 수 없었던, 핀터레스트에서 우연히 보고는 오래전에 저장해둔 사진 한 장 속의 정원 때문이었다. 작년의 휴가지를 코펜하겐으로 정하게 된 이유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공간들의 archive가 가장 많이 축적된 곳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도착한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달려갔던 곳이다.
Glyptotek 미술관 입구로 처음 들어오면 공간이 약간 어둑하게 느껴진다. 마치 해가 쨍한 바깥에 있다가, 오래된 성당 건물에 들어섰을 때처럼 말이다. 처음엔 어두컴컴하게 느껴지지만 눈이 적응되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하얗고 검은 체크 문양의 바닥이 이어지고, 벽은 짙은 초록색인, 클래식한 열주와 대리석 조각상이 연이어진 길다란 전실이 나온다. 양 옆으로 층계에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이곳저곳으로 향하는 걸음들이 서로 교차하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그 끝에는 다시 저 멀리 빛이 새어 들어오는 문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정원으로 나가는 길이다. 문을 통과하면 눈앞이 갑자기 환해지면서, 유리로 된 돔 지붕 아래에 열대식물이 무성하게 가꿔져 있는 정원 안으로 걸어 들어오게 된다.
미술관 안에 있는 이 정원은 ‘Winter garden’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 이름처럼, 북유럽의 길고 혹독한 겨울에도 이국의 열대 야자수 나무를 만날 수 있는 싱그러운 곳이다.
전시와 전시 사이에는 항상 이 정원을 지나가게끔 되어있다. 건물이 정원을 중정 형태로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실을 나와 다음 전시실로 넘어가는 복도를 따라 걸어가는 동안, 아치 너머로 정원의 장면이 찰나마다 계속 바뀐다. 전시실을 건너갈 때마다, 시야에 들어오는 정원을 보느라 나는 자꾸 가던 길을 멈췄다. 내가 서있는 위치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계속 새로운 정원이 보였기 때문이다.
미술관 한가운데를 비워낸 자리에 커다란 정원을 넣은 이 근사한 장면은 오래전 설립자의 멋진 생각 덕분이다(1882년). 꽤 오래전의 사람들도 혹독한 겨울에 이국의 열대나무가 자라나는 이 정원에서 근사하고 따뜻한 풍요를 누렸을 것이다. 미술관 안에서 몇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계속 전시를 보기는 힘들다며, 전시실을 오가다 지쳤을 때 쉬어갈 수 있도록 미술관 한가운데 이 초록의 오아시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예스러운 정원에서는 과거의 어떤 시간으로 걸어 들어온 것 같은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었다. 천장에 닿을 듯이 거칠게 솟아있는 열대 나무들을 오래된 건물이 유리 지붕 아래 품고 있는 모습이, 왠지 현실에서는 없을 것 같은 장면이었다. 그래서 정원에 오래도록 머물며 그림을 완성하면서도 계속 꿈결 같다고 느꼈다. 이렇게 비일상적인 낭만을 건드려주는 공간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고 감격스럽다. 평소에 현실주의자로 사느라 하지 못했던 몽상을 거기에서 실컷 한다. 이 사진 한장 속 정원을 보기 위해 코펜하겐에 가기를 참 잘했다.
그리고 내가 미술관에서 본 멋진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