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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 Jan 24. 2021

여행지에서 단골 카페를 만드는 일

여행지의 조식 공간들-3 |  코펜하겐 외곽의 동네 카페


  여행지에서 단골 카페는 이토록 우연히도 만들어진다. 코펜하겐에서 마지막으로 묵었던 숙소는 도시의 외곽 바닷가 쪽에 있었다. 그 도시에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지도상의 위치만으로 그 분위기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기차인지 지상 지하철인지 알 수 없었던 기차를 타고 도심지로 이동해야 하는 외곽에 위치해 있어서 엄마를 데려온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지도상으로 숙소는 도심과 그리 멀어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제 막 개발되기 시작해서 신축건물들이 계속 지어지는 중이고, 이미 지어져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5층 이하의 예쁜 다가구 주택들이 많았다.


  Original Coffee는 코펜하겐 도심에 여러 지점이 있는데,  이 조금은 엉뚱한 외곽 바닷가에도 한 곳이 있었다. 아마도 공사 중인 건물들이 모두 지어지고 나면 동네가 힙해지려는 모양이다. 체크인할 때 호텔 직원에게 아침을 어디서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여기에서 조식을 팔기도 하지만 조금만 걸어가면 근사한 카페가 있으니 한번 가보라고 했다. 굳이 호텔 조식을 추천하기보다는 근처의 카페를 가보기를 권한다니.


   코펜하겐 여행에서 아파트를 숙소로 두는 동안은 엄마와 매일 아침을 차려먹었다. 그다음 날 먹을 아침 거리를 사기 위해서 집에 들어가는 길이면 매일 저녁마다 마트 탐방을 했다. 그 덕에 이국의 슈퍼 구경과 신기한 식재료들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여행지에 가면 그 나라 슈퍼를 돌며 구경을 하고 먹어보고 싶은 것들이 생기는 법이다. 호텔에서 묵을 때는 과일을 씻어먹는 정도지만, 주방이 있는 집을 빌리는 경우에는 시장 구경을 하다가 먹어보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사서 그다음 날 아침에 접시에 조금씩 덜어서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나는 유리병에 담긴 아티초크 절임이 너무 맛있었다. 아삭하고 시큼한 그 맛이 좋아서 병에 담긴 오일마저도 아쉬워하며 빵에 찍어먹었다. 그래서 슈퍼에 갈 때마다 식료품 코너에 가서 아티초크 절임이 있는지 항상 찾아보았다. 모든 곳에 있지는 않았고 Irma라는 유기농 식재료를 많이 다루는 마트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일주일 정도의 신나는 마트 탐방을 마치고 나서는 우리는 아침을 차려먹지 않았다. 여행의 막바지에 옮긴 이곳에서 근사한 동네 카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아침마다 갓 구운 페이스트리와 살구 쨈이 올려진 신선한 요거트, 그리고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올라간 진한 라테를 먹었다. 여행의 끝자락이 다가오면서 아침 식사마저 특별한 순간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곳이 좋았던 건 낯선 여행지에서 다정하고 과하지 않은 환대를 만났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 사람들은 근처에 사는 주민들 같아 보였다. 운동복 차림으로 혼자 와서 노트북으로 뭔가 작업을 하면서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 어린아이를 데리고 와서 가운데 앉혀놓고서 아침을 먹는 가족들이 많았다. 우리는 그 가운데 섞여서 조금 낯설어 보였지만, 커피 카운터의 직원은 마치 자주 본 사이인 듯 우리를 따뜻하고 다정하게 반겨주었다.


  카페에 찾아오는 이들은 모두 따뜻하고 다정한 온도로 대해졌다. 여행지에서는 만난 친절과 다정함은 배로 감동적인 순간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언어를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다 하더라도 낯선 여행지에서는 뭔가를 주문할 때마다 종종 긴장이 되기 마련이다. 주문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은근한 압박의 눈치를 주는 직원을 가끔 만나면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면서 재빨리 메뉴를 읽어내야 하고, 카페에 들어와 앉아있는 현지의 사람들로부터 가끔 낯선 시선을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카페는 친절하고 따뜻하고 밝은 직원들과 그 동네 주민들이 매일 아침을 시작하는 그런 곳이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커피백을 개봉하면서 발견한 것인데, 로고 밑에 작게 brewed by friends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것만큼 이 카페를 잘 설명하는 문구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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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안에는 나무로 된 4인용 테이블이 서너 개 정도 있고, 카운터 쪽에는 기다란 커뮤널 테이블이 놓여있어서 마주 보고 앉는 벤치 위에는 방석 같은 쿠션들이 놓여있다. 벽면을 따라서는 바 테이블이 벽에 달려서 고정되어있는데, 혼자 카페에 와서 선 채로 신문을 보거나 노트북을 하는 남자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우리는 나무로 된 원형 식탁에 앉았다. 가운데에 있는 기다란 벤치 자리는 아이를 데려온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은 듯 보였다. 카페 안은 나무로 만든 가구들이 놓여있고 곳곳에 식물이 많아서 따뜻하고 다정한 분위기였다. 가장 인기가 많은 가운데 커뮤널 테이블 자리를 빙 둘러서 천정에 선반이 달려있는데, 그 위에도 살아있는 화분들이 많이 올라있다. 아침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물을 주는 장면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카운터는 제법 길었다. 한켠에는 과일이나 뮤즐리 등 함께 곁들여먹는 재료들을 올려서 미리 담아둔 요거트가 신선한 모습을 하고 쇼케이스 안에 담겨있다. 그 옆에는 갓 구워서 나온 페이스트리들이 철판 위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빵은 3가지 종류였는데, 플레인 크루아상과 씨앗이 잔뜩 붙어있는 투박한 모습의 어떤 빵, 그리고 코펜하겐의 어느 빵집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검정색 곡물가루가 새카맣게 잔뜩 붙고 그 안에는 달콤한 슈크림이  들어있는 데니쉬 페이스트리가 있었다. 페이스트리 카운터가 끝나는 지점에 주문을 할 수 있는 곳이 있고, 그 옆으로는 두 종류의 다른 원두가 들어있는 그라인더와 에스프레소 머신이 놓인 기다란 카운터가 계속 이어진다.


  우리가 앉아있는 동안 주변의 테이블의 씬이 여러 번 바뀌었다. 혼자 와서 신문을 보면서 여유롭게 아침을 먹던 어떤 남자가 일어난 뒤에는, 아이를 사이에 앉히고 같이 도란도란 아침을 먹는 가족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들 앞에 놓인 동그란 모양의 달걀 받침대는 마치 아침식사의 정석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계란의 윗부분을 톡 깨뜨린 채로 모두의 앞에 한두 개씩 놓여있는데, 메뉴판이 모두 덴마크어로 써있어서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아침식사로 골랐지만 이곳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어떤  아침 세트가 있는 것도 같았다.


  겹겹이 파삭하고 부서지는 플레인 크루아상과 슈가 들어가 있는 검정색 데니쉬 페이스트리, 진한 라테와 요거트를 아침으로 시켜먹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요거트였다. 농도가 아주 진하고 그 안에 들어가는 바삭바삭한 식감의 뮤즐리, 홈메이드 느낌의 살구 쨈, 포도 몇 알, 코코넛 플레이크가 밸런스를 이룬 완전체였다. 요거트를 즐겨먹지 않는 나에게도 놀라운 맛이었다. 이때 알게 된 요거트 먹는 방식을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이어갔다. 집에서 만든 무화과잼을 플레인 요거트에 넣어서 먹는 것은, 코펜하겐에서 발견해온 근사한 아침 리추얼이자 소박한 사치가 되었다.


  요거트 리추얼, 이곳에서 산 원두 한 봉지와 함께 코펜하겐 여행에서 함께 가져온 주방의 쇼핑리스트는 이렇다. 식탁 위에 놓아두는 후추통과 소금통. 검정색으로 광이 나는 질감에 클래식한 실루엣을 갖고 있다. 이국적인 핸드 프린팅 패턴이 아름다운 키친 패브릭도 샀다. 그리고 마트 몇 군데를 돌아보았지만 결국 Irma에서만 찾을 수 있었던 아티초크 절임 몇 병을 옷 안에 깨지지 않도록 소중히 감싸서 돌아왔다. 그렇게 여행지의 아침 식탁의 일부가 서울에 있는 우리 집 식탁 위에도 함께 옮겨왔다.


가장 잘 담아내고 싶었던 것은 단연코 요거트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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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단골 카페를 만드는 


코펜하겐 외곽의 동네 카페에서 만난 환대 (2019)

Original Coffee, Nordha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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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빈을 사면 앞에 작은 주머니에 원두의 노트를 꽂아준다. 산미가 적은 원두로 추천받아서 산 원두 한 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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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여행지의 다른 조식 공간들


  여행지의 아침 식탁 |  Florence, Siena

  어둠 속에서 촛불을 켜고 먹는 조식 외  |  Copenhagen, Bologna, Pr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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