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온라인 침구 브랜드를 런칭하라.
오피셜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많이들 알고 계시죠. 올해 이직을 했습니다!
처음 옮길 때는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새로운 것들을 만들러 다녔는데,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들이기 때문에 조금은 안정적이고 팀과 사수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요.
하지만 결국에는.... 첫 회사 선배님의 말을 인용하면 '런칭병이 있는 지니'이기 때문에, 역시나 새로운 일을 벌이는 곳으로 옮겼습니다 :)
그리고 이번에는 더욱더 큰 규모의 미션을 만들어가는 중이라, 조금씩 기록해볼까 합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무엇인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깐요. ㅎㅎㅎ
**아래 나오는 내용들은 온전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과 고민인 점 알려드립니다.
'제품은 40년 동안 침구를 만든 회사와 연구소에서 만들 수 있으니 브랜드를 만들어라.'
이것은 마치 한석봉에게 '불을 끄거라.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와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요? 물론 한석봉과 3년 차 마케터는 다르겠지만요. 아, 한석봉도 처음에는 당황하고 잘 못썼으니 같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
제품군은 토퍼와 베개 중 고민을 하다 우선 '베개'로 결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수많은 베개가 시중에 나오고 있는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어떻게 베개를 팔 수 있고,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지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베개 시장이 이 정도로 포화상태는 아니였죠.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많은 베개 브랜드가 넘쳐나고 있는 상태. 우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으로 시장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브랜딩 전문가가 아닌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히 이전 회사도 유사업종이었기에 아예 無에서 시작하는 건 아니였습니다. 다양한 베개 브랜드, 그리고 브랜드의 다음 제품으로 염두하고 있는 토퍼나 매트리스를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를 찾아보았습니다.
어떻게 분류하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다 기능적인 것을 내세우는 곳인지 그리고 가격대는 어떤지를 두고 고민해보았습니다. 이렇게 고민하다 문득 아직 블루오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베개 시장의 레드오션 흐름이 너무 강렬하고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혹시 이런 베개들을 본 적 있으신가요? 각각 어떤 브랜드 제품인지 구분하고, 다른 점을 구분하실 수 있나요?
네, 사실 저도 못합니다. 최근 가장 많이 나가고 있는 제품들이기도 하고, 다양한 광고들이 보이는 제품이기도 하죠. (제품 제조 및 유통 관점에서 봤을 때) 가격대도 점점 말도 안 되게 저렴해지고 있습니다. 미디어 커머스(=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의 전자상거래-출처 : 사례 뉴스)에 최적화된 가격대에 혹할만한 많은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제품들이라고 할까요. 덕분에 (아마도) 불티 나게 팔리고 있는 베개들이죠.
하지만, 그만큼 단점이 있습니다. 어떤 브랜드가 원조인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유사 상품이 많고, 각 상품들이 어떤 브랜드 제품인지 구분하지 못한다는 거죠.
최근 친구가 계란이 안 깨진다고 유명한 베개를 구입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에게 '바ㅇㅇ의 ㅇㅇ베개 샀나 보네?'라고 물어봤습니다. 친구의 반응은 '아 그건가? 모르겠는데.. 그런 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아녔습니다. 유사제품이었죠. :(
그렇습니다. 이렇게 레드오션에 끼어드는 건 아니라는 강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레드오션이 아닌 곳은 과연 어딜까요? 레드오션 시장에서 핫한 제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고 있었습니다. 기능성 고가 제품 / 후킹성 저가 제품.
1. '경추베개'라는 기능적인 부분을 내세운 기능성 고가 제품:: 목과 어깨가 아픈 20대 후반 이상 직장인. 40-50대 목디스크 환자.
2. 강하게 후킹 광고로 보여줄 수 있는 특징을 가진 후킹성 저가 제품:: 20대, 수면장애를 가진 20대 후반. 혹해서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
블루오션을 찾던 저는 레드오션의 특징들을 고민하며, 비어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매트리스 시장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시몬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는 에이스'.
수면시장을 뒤흔든 롤팩 매트리스의 원조 '캐스퍼(CASPER)'.
하지만 베개 시장에는 없었습니다. 바로 '브랜드'가 말이죠.
그래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베개 브랜드를.
브랜딩을 하면서 새로운 침구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발표를 하였을 때, 많은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브랜딩이 왜 필요한지, 그저 저렴하게 만들어서 광고로 후킹 해서 많이 파느냐는 길을 놔두고 왜 돌아가냐는 질문이었죠.
하지만 제 답변은 확고했습니다.
"아니요. 저희는 다 똑같은 거 같고, 그저 그래서 기억나지 않는 베개 중 하나로 남지 않을 것입니다."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강한 주장은 처음에 반대되었지만, 확고한 의지와 다양한 사례들을 이야기하며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열심히 이야기하였던 부분은 온라인 브랜드인 만큼 가장 큰 타겟이 될 MZ세대의 특성이었습니다.
최근 MZ세대의 특성 중 하나로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이 소비의 기준'란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의 '팬(fan)'이 됩니다.
이미 의류업계, 외식업계, 화장품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점점 새로운 브랜드가 생겨나고 공감대를 얻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브랜드들은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공감대가 쌓여 탄탄한 브랜드가 되고, 100명의 진짜 팬이 생기면서 입소문이 나고 점차 진정한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성을 가진 침구 브랜드.
저희도 이렇게 '팬(fan)'이 있는 침구 브랜드를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이직한 첫 달 저는... 그저 그런 베개. 제품도 광고도 유사하여 기억에 남지 않는 베개, 그리고 브랜드를 만들지 않기로 선포했습니다. 어떻게 설득은 했지만 이제 다음 문제는 '브랜딩',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품'.
그저 그런 베개와 침구 브랜드가 되지 않기 위한 사투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