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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베개 속에서 고객이 원하는 브랜드는 뭘까?

2장. 그래서 브랜딩이 뭐죠?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은 못 읊어도..ㄱㄴ

저번 이야기에서는 브랜드 론칭하라는 특명을 받고,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고민하던 이야기를 해보았어요. 



그 이후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후 이야기에 대해 목차와 무슨 이야기를 쓸지 한참 전에 고민을 끝내었어요.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일 벌이기 좋아하는 저 역시 틈 없이 돌아다녔고, 베개 브랜딩을 무사히 끝내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이후 이야기에 대해 말하는 것이 맞을까도 고민했지만! 어떤 결과를 얻었던지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도 부족함과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여 기억을 더듬어서 이야기를 마저 해보려고 합니다.



그럼 오늘은 브랜드 컨셉을 잡은 이야기, 다음에는 제품과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후에는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사이트와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


그럼 이번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아래 나오는 내용들은 온전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과 고민인 점 알려드립니다. 




2장. 그래서 브랜딩이 뭐죠?


우선 이야기를 하기 전에 명확히 해둘 점은 저는 브랜딩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케팅을 열심히 공부하고 실행해보고, 스타트업들이 있다 보니 이것저것 스킬이 늘어난 단 3-4년 차 마케터였습니다.(물론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또 시간이 흘러서 6년 차가 되어버렸네요.) 브랜딩을 좋아하다 보니 책과 어깨너머로만 봐왔습니다. 방법이, 절차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매우 막막했습니다. 과연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0. 설득하자.

하지만 '그냥 브랜딩 없이 로고만 외주 맡겨서 일주일 이내로 론칭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설득하는 것이 먼저였죠. 저는 지금 만들어놓은 브랜드 이미지와 로고는 계속 갈 것이고, 사이트와 제품, 패키징에도 계속 입혀야 하는데 무작정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랜딩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꼭 필요하다."


거기다 브랜딩은 물론이고 브랜딩 과정 중 시각화하는 부분도 문제였다. 대략적인 포토샵은 다룰 수 있지만, 해당 부분은 도저히 저 혼자 할 수 없는 영역이니깐요. "함께 만들어줄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렇게 브랜딩의 필요성, 그리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설득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한 가지는 받아들여졌고, 한 가지는 한 걸음 물러섰습니다. "브랜딩 작업은 하되 전문가에게 맡기지는 말자." 처음부터 큰 비용을 들여서 진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단계라는 판단으로, 조금은 간소화하여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렇게 저는 소심한 첫 브랜딩을 하게 되었습니다. 




1. 빈 공간은 어디 있을까?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미 기능성 베개 시장은 레드오션이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기능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기능으로만 이야기하는 제품이 많았습니다. 고가의 기능성 베개들은 정말 목과 허리가 아픈 분들이 구입하였고, 저가의 기능성 베개들은 SNS에 혹해서 구매하게 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기능은 당연히 가지고 가겠지만, 조금은 다른 소구점을 풀어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결정한 타겟은 20대 후반-30대 직장인, 신혼부부, 젊은 엄마를 타겟으로 기본적인 기능성은 가지고 있지만, '편안함'으로 포지셔닝하고자 하였습니다 중고가의 가격대를 가지고, 사야만 하는 이유를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내야겠다고 생각했죠.

(베개 기준 가격대 49,000-79,000원)


"그래, 침구도 상품이 아닌 가치를 팔아보자."




2. '편안함'을 이야기하다. 타겟의 입장에서.

2-1. 우리의 타겟은 어떤 고객일까?

SNS 광고가 가득했던 베개 시장 속에서 진짜 우리가 타겟으로 삼아야 하는 고객은 어디일지 고민했습니다. 물론 타겟고객을 잡는다고 해서 정말 그 타겟이 우리 고객이 맞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고객은 직접 겪어보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는 거라는 것을 점점 더 느끼고 있습니다.. ㅎㅎ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위해 베개와 브랜드를 만들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하였기에, 타겟 고객을 설정해보았습니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 - 은정


김이브 (36):: 대기업 (인정받는) 과장 / 결혼, 자녀 1 (2살 아들)

일상의 김이브
워커홀릭.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커리어가 곧 자신의 정체성이 되어 일에서 높은 성취감을 느낌. 자기 계발에도 많은 투자를 한다. 항상 바쁘다. 그러다 보니 귀찮은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 
하지만 자신을 위한 물건을 살 땐 꼼꼼히 비교해보며 산다. 제품 가격이 합리적이고 편안하고 이쁘면 사는 편. 옷을 입는 스타일도 심플하고 디테일이 적은 옷을 선호한다.

쉴 때의 김이브
워라벨이 중요한 세대인 만큼, 일과의 완전한 분리를 원한다. 나른한 오후 늦잠을 자고 일어나 넷플릭스를 보며 간단한 브런치를 먹는 게 소소한 행복이다. 또한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외출복으로 침대에 '펑' 눕는 순간을 좋아한다.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할 수 있는 시간... 자기 전 무드등을 켜놓고 책을 읽거나 SNS를 둘러본다. 혹은 일기를 쓰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한다. 바쁘고 강도 높은 일상을 사는 김이브에게는 이런 시간이 필수이다.




2-2. 브랜드 컨셉

고객 페르소나를 결정한 후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브랜드를 보여줘야 할지, 베개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혼자만의 온전한 쉼": 30대 여성의 바쁜 일상 후 평온한,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
"우리 아이와 가족의 쉼": 30대 젊은 엄마, 아이의 편안한 휴식

위와 같은 고객 페르소나라면 일상으로부터의 쉼, 그리고 온전히 본인에게 집중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며 깊고 풍성한 영감을 더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슬로건: 일상으로부터 쉼(-off)  
바쁜 하루를 끝내고 일상에서부터 off 되어 다른 생각을 모두 잊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온전한 시간. 그리고 이를 편안하게 도와줄 수 있는 침대와 침구류.


이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브랜드 컨셉을 도출했습니다. 
"편안함을 고민하지 않는 것이 진짜 편안함입니다." → 목이 편한가, 높이가 맞나 고민 X   




2-3. 브랜드 무드

핀터레스트를 통해 하나씩 모아보았던 무드 보드


위와 같은 브랜드의 컨셉을 결정하였고, 편안함이라는 키워드와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현대 여성에 어울리는 컬러감과 소재, 온도감을 모아 브랜드 무드를 결정했습니다. 


포근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줄 수 있는 무드 보드가 완성되었습니다.



2-4. (험난했던) 브랜드명 결정

브랜드명은 정말 정답도 없고, 창의적인 것 같으면서도 창의적인 영역이 아닌 것 같은 이상한 영역입니다... 그만큼 호불호도 많이 갈렸고 쉽게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길게 고민했느냐가 정답이 아닌 영역인 것 같아요...


가장 오래 고민했던 브랜드명은..

ㅈaㅁ+  (+는 상단에 작게 들어 감)
'잠'을 위트 있게 작성한 브랜드 아이코닉하게 굿즈 및 다양한 상품으로 확장 및 브랜딩이 가능.


완전하게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대안이 없어서 가지고 가던 브랜드명이었지만,
결국 정말 마지막에 너무 읽기 힘들고 브랜드 무드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엎어졌습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결정된 브랜드명은...

Fo.U 포유
너만을 위한 시간을, 편안함을 선물하는 브랜드라는 뜻을 담았고,
읽기 쉽고 강한 임팩트는 없지만 부드러운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네이밍. 


쉽지 않았던 브랜드명 결정(컨펌)을 거쳐 마지막 단계인 브랜드 로고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2-5. 브랜드 로고와 컬러

브랜드 로고와 컬러는 직접 작업하진 않았고, 외부 디자이너께 의뢰하기로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결정된 부분과 더불어 브랜드의 비전까지 전달하여 몇 가지 시안을 디벨롭하면서 브랜드 로고와 컬러를 맞춰갔습니다. 그렇게 아래와 같은 브랜드 로고와 컬러가 탄생했습니다.



Fo.U의 로고 및 브랜드 컬러 시스템






그럼 다음은 어떤 고민을 하였을까요?

어떻게 브랜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품과 촬영에 녹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였습니다.

제품을 만들고 팔기 위해서 브랜드를 덮어 씌우기보다는 브랜드에 맞는 제품을 내고 싶었습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길이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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