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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an 04. 2021

4.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면 정말 기적이 일어날까요

미라클 모닝 시작합니다


4시 29분, 30분, 31분. 알람을 세 개나 맞춰놓았다. 혹시 일어나지 못할까 봐, 1분 간격으로 빼곡하게 맞췄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일어나야만 하는 그런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나는 무언가를 바꾸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나였을 뿐이다. 나는 게을렀고 게으른 내가 싫었다. 부지런한 사람이고 싶었다. 열심히 살고 싶었다. 부지런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찾아보던 와중에 떠오른 것이 새벽 기상이었다.


나는 재작년 3월부터 8월까지, 무려 5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새벽 기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운동에 미쳐있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따뜻한 물 한잔과 간단한 아침을 먹고 일기를 썼다. 그리고 6시가 되면 발에 잘 익은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마침 집 근처엔 중랑천이 있었다. 소화를 시킬 겸 슬슬 걸어서 중랑천에 도착하면 런데이 어플을 켰고, 그에 맞춰 뛰었다. 그 시간이 정말 좋았다. 별로 깨끗하지 않은 물 위로 내리쬐는 햇빛의 반짝거림이나 땀을 씻어내는 상쾌한 바람이 나를 개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을이 되고 해가 짧아지자 일찍 일어나는 일도 어려워졌다. 바깥은 아침 6시에도 어둑어둑해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겨울이 되자 나는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매일 12시간 가까이를 잤다. 누우면 졸렸고 추워서 이불을 덮으면 또 졸렸다. 배가 부르면 졸렸고 왠지 우울한 기분이 들어서 그 우울함을 잊어보려고 또다시 잤다. 그렇게 잠을 많이 잤는데도 힘이 나지 않았다. 2020년이 되고 다시 새벽 기상을 하려 했지만 코로나가 터졌다. 눈이 나쁜 나는 안경과 마스크를 동시에 쓰고서 뛸 자신이 없었다.



12월 중간쯤 김유진 변호사가 쓴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된다'를 읽고서 김유진 변호사의 유튜브를 오랜만에 들어가 보았다. 나도 그처럼 한참 새벽에 뭔가를 했던 때를 생각했다. 정말 생각만 했다. 다시 새벽 기상을 해보고 싶었지만 이미 2시에 자고 9시에 일어나는 습관이 자리 잡혀 있었다. 그러다 토요일 줌 모임에서 미라클 모닝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 같이 하자고 말했다. 같이 해보자고. 나도 그 말에 힘입어 4일부터 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이 그 첫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무엇을 할지 뚜렷하게 정해놓지는 않았다.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를 볼 지도 모르겠다. 운동이나 공부 같은 목표가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긴 하다. 다만 지금은 습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목표는 총 100일이다. 성공하면 나 자신에게 실내용 사이클을 선물하려 한다. 그 선물을 꼭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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