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마다 꿈에 나와주는 사람
'어디니? 나 지금 킹콩떡볶이 앞이야. 빨리 나와.' 나는 그 카톡을 보고서 뭐지 언니랑 코로나 끝나고 만나기로 했는데 그게 오늘이었나 라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카톡을 확인했다. 전부 꿈이었다.
언니랑은 1년에 한 번 정도 만났고 그때마다 꼭 떡볶이를 먹었다. 먼저 카페에서 만나 아메리카노와 케이크를 먹으며 수다를 한참 떨다가 집에 가는 척 일어나면 누군가 밥을 먹고 가자고 말하곤 했다.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뭘 먹을까요? 그러게 뭐 먹지? 전 언니를 보면 떡볶이만 생각나요ㅋㅋ. 너도? 나도 널 보면 떡볶이가 생각나. 그럼 우리 떡볶이 먹어요. 이런 대화를 했다. 그리고 떡볶이를 먹고 나면 소화를 시키자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동네를 계속 계속 걸었다. 그렇게 낮부터 밤이 될 때까지 이야기를 했다.
나는 자주 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싫었다. 그 싫어하는 마음을 가진 나도 싫었다. 대체 왜 이렇게 나쁜 마음이 드는 걸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복잡한 것들을 꽁꽁 숨기면서, 잊어버리면서 살다가 언니를 만나면 그동안의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내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였다. 언니 앞에선 부끄러운 게 없었다. 언니는 나의 바닥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언니랑 이야길 하다 보면 이해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종종 이해하게 되었고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럴 수도 있다고 전부 이해할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되곤 했다. 내가 단지 나로 있어도 된다고 그냥 이대로도 괜찮다고 느껴졌다.
우리는 헤어지기 직전에 항상 서로를 안아주면서 헤어졌다. 나는 그 마음으로 다시 힘을 내고 그다음의 날들을 잘 보냈다. 그리고 언니는 내가 최악의 상황일 때마다 꿈에 등장했다. 언니랑 가장 자주 가던 킹콩떡볶이가 사라지고 그 바로 옆에 죠스떡볶이가 생겼다. 조만간 언니에게 연락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