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은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가
언젠가 글쓰기 모임을 하다가 M이 물었다. "이 글을 쓰고 나니까 어때요? 속에 있던 화가 좀 해소됐나요?" 그랬다. 그날 나는 분노로 가득 찬 글을 썼다. 이렇게 오픈된 공간엔 절대 올리지 못할, 부끄럽고 못났으며 어찌 보면 추하기까지 한 그런 글. 그마저도 이 모임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쓰지 못했을 글이었다. 그렇지만 M의 물음에 선뜻 분노가 해소되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저 머리가 좀 복잡했는데 정리가 된 것 같다고만 말했다. 그러자 M이 다시 물었다. "더 쓰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나는 한참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더 솔직하게 쓰고 싶긴 한데, 잘 모르겠어요. 이 글도 밑바닥까지 드러낸 건 아니라서."
나는 '솔직히'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글을 쓸 때도 그랬고 말을 할 때고 그랬다. 특히나 화가 나거나 흥분을 했을 때 '솔직히'라는 말을 하면 갑갑했던 가면이 탁 하고 깨지면서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맨얼굴로 있는 걸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애써 표정을 숨기지 않았고 그건 화가 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나의 모습이 딱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나'라고 느꼈다. 그만큼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꾸며진 것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왜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면 겸손하지 못한 것이 되는지, 질투가 나서 질투가 난다고 말하면 열등감 덩어리로 낙인찍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드러냈다. 너네가 가식적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날 것들을 드러낼수록 사람들은 나를 불편해했다. 좀 유하게 넘어가면 안 돼? 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돼? 하고 나무랐다. 어, 난 그게 안 돼.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아무래도 혼자가 되는 건 두려웠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가면을 쓰고 있지 않다는 건, 전쟁터에 나갈 때 다른 사람들은 다 갑옷을 입고 나가고 너만 맨 몸으로 나가는 거랑 똑같아. 그게 얼마나 위험하겠니."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솔직함은 아주 사랑스럽고 어떤 솔직함은 아주 불편하다. 어디까지 솔직해야 할지, 어느 정도까지 나를 오픈해도 되는지 나는 아직 구분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솔직한 것들은 언젠가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잘 알기에 점점 조심스러워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