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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an 14. 2021

14. 엄마의 음력과 양력

엄마는 치즈 케이크를 좋아해

오전 12시 17분. 나는 방에 누워있는 엄마에게 자느냐고 물었다. 거실까지 들리는 유튜브 소리에 뻔히 자고 있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자고 있는지 확인을 했다. 엄마는 이제 잘 거라고 대답하며 왜 부르냐고 물었다. 나는 "엄마, 엄마 오늘 생일이네?" 하고 밀했다. 그러자 엄마는 오늘? 하고 의아해하고서 "아아 1월 14일. 에이, 오늘이 무슨 생일이야. 오늘은 그냥 음력이지."라고 말했다.


엄마의 주민등록상 생일은 1월 14일이었다. 그때마다 동생과 나는 촛불이라도 켤까 아님 외식이라도 하자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촛불은 무슨 촛불이냐고 외식은 무슨 외식이냐고 하며 "양력에 해. 양력에. 우리 가족 다 같이."라고 말했다. 이 '우리 가족 다 같이'에는 세 사람의 생일이 들어있었다. 엄마의 양력 생일인 2월 15일과 아빠의 생일인 2월 5일과 내 생일인 2월 1일이. 우리 가족이 생일을 챙기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2월에 생일이 몰려있으니 적당한 주말에 모여서 나가서 먹거나 시켜 먹는 게 다였다. 누구도 선물 같은 건 준비하지 않았다. 케이크 하나에 세 번 불을 붙였고 생일 축하 노래를 이름만 바꿔가며 빠르게 세 번 불렀다. 그마저도 내가 케이크를 준비하지 않으면 그냥 없는 채로 지나갔다. 그저 잔을 맞대면서 짠을 하고 끝냈다.


그리고 이 적당한 주말마저도 엄마의 생일까지 가는 법은 없었다. 주로 아빠의 생일 근처로 날이 잡혔다. 엄마는 온전히 자신의 생일에 축하받은 적이 없었다


나는 오늘, 엄마의 음력 생일에 생일 축하한다고 사랑한다고 뭐 필요한 게 있느냐고 물었다. 엄마는, "짜증이나 내지 마."라고 말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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