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방 청소
지난 토요일 외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먹고 싶은 게 있느냐고 사가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전화를 받자마자 "왜~ 안 와~~이씨"라고 하는 게 아닌가. 엄마는 평소에도 내가 밖에서 전화를 하면 심심한데 왜 안 오냐고 하기 때문에(막상 집 가도 따로 논다) 나는 엄마의 반응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과자와 맥주와 오징어를 사서 집으로 돌아간 내 앞엔 도둑이 든 것처럼 모든 물건들이 끄집어내진 방이 있었다.
엄마가 방을 전부 뒤엎은 것이다. 내 방은 베란다에 있었다. 동생이 외국으로 간 후 원래 내 방을 드레스룸으로 만들고 동생 방 베란다에 내 책상과 책과 짐들을 모두 쳐박아 놨다. 그리고 동생 방을 내가 썼다. 그런데 동생이 돌아오자 자연스럽게 나는 거실 생활을 했다. 소파와 식탁 위에 내 노트북과 새로 산 책들 다이어리를 잔뜩 올려두고 살았다. 그리고 몇 달 전, 동생이 독립을 했다. 엄마는 볼 때마다 언젠가 네 책들을 다 치워 버릴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게 이 날이었을 뿐이다.
"대체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말했다. 방에 있던 온열기는 거실로 쫓겨나 있었다. 베란다에 있던 책장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가지런히 꽂힌 책들을 보며 엄마는 뿌듯해했다. 내가 외출하고부터 돌아올 때까지 하루 종일 정리를 했다고 힘들어 죽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그게 짜증이 났다. 대체 왜 아무도 시키지 않을 일을 벌여서 온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자꾸 힘들다 힘들다 말하는 것이. 특히나 내 물건을 함부로 만지고, 서른인 딸 방을 치워주는 엄마가.
나갔다 온 나는 같이 정리할 마음이 없었다. 맥주를 엄마에게 건네며 제발 그만하고 쉬라고 나중에 내가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멈추지 않았다. 내 서랍까지 전부 털기 시작했다. 나조차 엄두가 안 나서 열지 않는, 최소 20년 가까이의 짐과 쓰레기가 있었다. 엄마는 그걸 보더니 오늘은 그만 해야겠다며 방문을 닫았다.